| [ MIT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몽상가) <BARKER-6-10.MIT> 날 짜 (Date): 1999년 3월 17일 수요일 오전 03시 52분 11초 제 목(Title): 20번 도로에서 졸린 눈을 부비고 깜박이면서, 무거운 상념에 사로잡혀있다. 길가를 지나치는 작은 것 하나로부터도 무엇인가를 느끼기 위해, 머리속을 짜내보건만, 그의 생각은 불과 몇초만에 막 다른 골목에 다다르고만다. 가로등을 보고 가로등만을 볼 수 밖에 없는 답답함과, 이미 사라져버린 눈더미 대신 도로를 덮고 있는 염화칼슘의 - 색깔없이 건조한 희번덕거림을 보면 서도, 그 사실 너머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만이 느 껴지는 것. 이 역시도 어떤 실존의 문제일 것이라는 생각이 스친다. 그에게는 그의 가슴과 그의 두뇌로 떠올리게 될 모 든 감정과 모든 상념을 낱낱이 표현새보고자 하는 욕구가 있 었다. 욕구에 대한 현실의 차이를 느끼는 순간, 그는 운전석 한가운데로 무겁게 가라앉는다. 나의 차에는 키보드가 있다. 핸들 주위로 손가락으로 누를 수 있도록 되어있는 키들과, 에어백의 위를 덮고 있는 키들도 있 다. 머리 위와 창가에는 몇개의 스위치들이 있어서, 이것으로 는 음색과, 울림을 바꿀 수 있도록 되어있다. 종종, 나는 무언 가 나의 피부위를 기어가는 것처럼, 몸이 근지러울 때가 있다. 그때는 차안에서 연주를 한다. 핸들위의 키보드를 두드리고, 에어백을 쳐대고, 창가를 스쳐가며 손가락과 팔을 흔들어 댄다. 바깥에서 보고있는 사람들에게는 우습겠지만 나에게는 창밖의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들을 잊을 수 있는 순간이다. 악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나 차를 악기로 쓰는 사람은 흔하지 않을 것이다. 니체의, '나를 죽이지 않은 고난은 나를 강하게 한다'는 말에 적지 않은 위로와 영향을 받아왔던 그는, 문득 강하게한다는 말의 공포스러움에 질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강하게 되는 순간 그의 심장과 허파에서는 핏줄이 하나씩 터져나가게 될 것이다. 강하게 되는 자신을 바라보며, 그는 서서히 존재하 지 못할 존재가 될 것이다. -20번 도로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