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MIT ] in KIDS
글 쓴 이(By): Renoir (Apostle ☆맧)
날 짜 (Date): 1998년03월13일(금) 09시16분35초 ROK
제 목(Title): [작가 르놔르 시리즈 1] 적(赤)



게스트님 말씀을 듣고 문득 생각 나서 하나비에 갔더니 제가 어렸을 때 
끄적 거렸던 글들이 있더군요.  지워졌을 줄 알았는데, 아직...  

부끄럽지만, 그냥 기억을 더듬는 느낌으로 옮겨볼까 합니다.

게스트님 감사합니다.

-르놔르~






### 스페이스 키를 누르시면 소설이 시작 됩니다 ###
 -<>-<>-<>-<>-<>-<>-<>-<>-<>-<>-<>-<>-<>-<>-<>-<>-<>-<>-<>-<>-<>-<>-<>-<>-<>-

[연재] 적(The Red)
 
                                                            지은이 : 르놔르~
 
 
그녀는 내게 빨간색의 이미지로 다가왔다.  비오는 어느 가을 날 아침 문득
 
그렇게 내게 다가와서는 굳었던 내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게 해놓고는, 살짝 또
 
달아나곤 했다.  그녀는 그렇게 화려했다.  보는 이의 눈을 멀게 할만큼
 
화려했지만, 예의 다른 여자들처럼 추하거나 값싸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화려한
 
동시에 무척이나 청순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항상 내게서
 
먼 곳에 있었다.  아니, 난 그녀를 항상 내게서 먼 곳에 두었었다.  같이

있노라면, 그녀의 아름다움에 내 자신이 자꾸 초라해지는 듯 느껴졌기에, 먼
 
곳에다 두고 싶어했다.  그렇게, 그녀는 같이 있으면 그녀의 모습이 그냥 눈이
 
부셔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게 하고는, 내 자신을 그녀의 빛깔로 물들여 가고
 
있었다.  나의 얼굴은 그녀를 대할 때면 그녀와 같은 빛깔로 상기되어갔고, 나는
 
그녀의 빛에 환히 비추어져 초라하고 앙상하게 드러나곤 했다.















-`-,-`-,-`-,-`-,-`-,-`-,-`-,-`-,-`-,-`-,-`-,-`-,-`-,-`-,-`-,-`-,-`-,-`-,-`-,-`-



[연재] 적 (赤) : The Red  -  2
 
 
                                                             르놔르~
 
 
 
그녀의 눈은 깊은 검정색이었다.  그녀는 나를 바라볼 때면 아주 깊고 불타는
 
듯한 눈을 하고 눈을 거의 깜박이지조차 않았다.  그런 그녀의 눈을
 
바라보노라면, 내 심장의 고동소리가 관자놀이에서까지 느껴지곤 했다.  그녀는
 
그녀의 빨간색 자켓과 빨간색 스커트, 검정색 스타킹과 검정색 머리, 그리고
 
검정색 눈빛 하나로 나의 신경을 마비시키고 있었다.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나던
 
그때, 어느 가을 날 부슬비 사이에서...
 
그녀는 우울하게 보이거나 새침해 보였지만, 내게 다가올 때만큼은 아주
 
상냥하고 아름다왔다.  한 동안은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녀와 첫 인사를
 
하기 전까지는 그냥 바라만 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했었다.  '그녀는 너무
 
화려하고 나와는 어울리지 않아.'  나는 벌써부터 그녀를 사귀고 있는 양 착각을
 
하고는 그렇게 멋대로 결정을 내버리고 말았었다.  그러나, 그녀를 바라보는
 
눈길 만은 나도 어쩔 수 없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눈은 어느새 그녀로
 
향해 있었다.  그러나, 내가 바라보기만 할 때엔 그녀는 나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었다.  항상 반대편에 서서 곧고 서늘한 모습으로 그렇게 서있었다.
 
 
 



-`-,-`-,-`-,-`-,-`-,-`-,-`-,-`-,-`-,-`-,-`-,-`-,-`-,-`-,-`-,-`-,-`-,-`-,-`-,-`-



-3-
 
 
 
그녀와 처음 인사를 나누던날, 나는 너무 눈이 부신 나머지 함박웃음을 일부러
 
가득 지어 실눈을 만들고는 간단한 인사 끝에 나중에 또 만나자며 혼자서
 
뛰어갔다.  그녀와 두번째 얘기를 나누던날은 이틀 전부터 준비를 해야 했다.
 
마음 가다듬는 연습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녀와 만나는 걸 준비하면서도
 
난 어쩔 수 없이 들떠 있었다.  아니, 난 잘 느끼지 못했지만, 나를 보는
 
친구들이 '내가 요즘 어쩐지 달라진 것 같다' 는 얘기를 하는 걸 듣고, 내가
 
들떠 있다는 걸 알았다.  난 그녀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입학하자
 
마자 남자친구가 생겨서 매일 붙어다닌다는 것 이외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요즈음은 그 키작고 못생긴 남자애와 다니지 않는 것
 
같았다.
 
'헤어진건가?'



-`-,-`-,-`-,-`-,-`-,-`-,-`-,-`-,-`-,-`-,-`-,-`-,-`-,-`-,-`-,-`-,-`-,-`-,-`-,-`-



-4- 



그녀를 처음 만나게 된건 우연히 선배형으로 부터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누구를 좀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더란다.  나중에 안 얘기지만, 그녀가 첫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의 빈 공간을 메우려 노력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녀는 나와 학년이 같았지만, 나이는 둘이나 어렸다.  그녀가 국민학교를 일찍
 
들어간데다가, 난 1년 재수를 했으니... 그녀는 처음에는 머뭇거렸었지만
 
'오빠'라는 호칭에 차츰 익숙해져갔다.  그렇게 나는 그녀를 조금씩 길들여가며,
 
또 나 또한 그녀의 밝음에 길들여지며 시간이 지나갔다.  그러나 시간은

시간대로만 흐를 뿐이었다.  그녀와 나와의 거리는 더 좁아지지도 더 넓어지지도
 
않았다.  어쩌면 그녀는 나와 가까와지고 싶어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토록
 
내가 살고 있는 집에 오고 싶어했었으니...  나는 눈부신 그녀를 가까이 둘 수가
 
없어 멀리 있었나보다.  그러나, 그건 내 이성이 판단한 것이었고, 내 감정은
 
이성과는 상관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사람이 나이를 먹어갈 수록 감정과
 
동떨어진 이성을 가지게 된다는것...
 
안타까운 일이다.



-`-,-`-,-`-,-`-,-`-,-`-,-`-,-`-,-`-,-`-,-`-,-`-,-`-,-`-,-`-,-`-,-`-,-`-,-`-,-`-



-5-
 
 
어쩌다가 짐작도 못했던, 그녀로부터의 작은 옆서를 받아들 때면, 난
 
이상하리만큼 커다란 기쁨을 눈 앞에 볼 수 있었다.  기쁨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사람이 감정이 극하면 미움, 사랑, 슬픔 등을 눈에서까지 볼 수
 
있다던 어느 동화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그녀는 그렇게 가끔씩, 아주 가끔씩,
 
내가 잊어갈때 쯤이면 옆서를 보내왔다.  거의 매일 그녀를 보아오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렇듯 가끔씩 뜬금 없이 옆서를 띄우고는, 이튿 날 아무 일 없는 듯이
 
또 그렇게 화안하게 웃으며 내 곁으로 걸어왔었다.
 
'고마와'  조용히 웃음을 띄우며 그녀에게 얘기하면,
 
'뭘?'  하고 되물으며 시침을 떼다가, 내가
 
'옆서...'  하고 쑥스러운듯 얘기를 꺼내면, 그제서야 깔깔 거리며 웃어댔다.
 
'자'  난 종이에 쌓인 테이프를 그녀에게 건넸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 녹음했어.  어제 하루종일...'
 
그녀는 잠시 동안 놀란 눈으로 그 커다랗고 까만 눈동자를 빛내더니
 
'고마와요, 내가 나중에 내가 좋아하는 책들 빌려줄께'  하고는 고개를 약간
 
숙여 인사를 했다.
 
 

-`-,-`-,-`-,-`-,-`-,-`-,-`-,-`-,-`-,-`-,-`-,-`-,-`-,-`-,-`-,-`-,-`-,-`-,-`-,-`-



-6-
 
그녀는 무슨일에선지 무척이나 힘들어하는 듯했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면 그냥
 
다시 방긋 웃기만 할 뿐이었다.  난 그녀에게 무슨 도움이건 되고 싶었지만,
 
실지로 그녀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서, 황량한 겨울 하늘에
 
가슴을 웅크린채 그녀의 뒷 모습을 쳐다보곤 했었다.  빨간 색 자켓, 검정색
 
스커트와 검정색 스타킹의 그녀가 멀리 사라지며, 잠깐 얼굴을 돌려 찰랑 거리는
 
머리칼 뒤로 슬쩍 보이는 하얀 목덜미와 함께 살짝 들려진 손의 흔들림...
 
그녀는 나에게 안녕을 항상 그렇게 멀리서 하곤 했다.  그녀의 눈을 바라볼 수
 
없을 만큼 그녀는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나는 그녀의 맑은 눈을 바라볼 수

있었다.  나는, 그녀의 그런 눈짓의 뜻을 결코 짐작도 할 수 없었다.
 
난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 조차 해보지 못했다.  내가 아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식사에 초대 한 적두 있었지만, 그녀는 약간 놀란듯이 듣다가 선약이 있다는
 
핑계로 피하곤 했다.  조금은 섭섭한 마음으로 뒤돌아서는 나의 마음을 그녀도
 
알고 있었을까?  그녀와 나는 그냥 일정한 약속 없이, 길을 오가며 만나게
 
되어야 같이 만나 커피도 하고 식사도 같이 할 뿐이었다.  그녀의 식사라고
 
해봐야 고작 작은 우유하나에 사과 한개정도였지만... 



-`-,-`-,-`-,-`-,-`-,-`-,-`-,-`-,-`-,-`-,-`-,-`-,-`-,-`-,-`-,-`-,-`-,-`-,-`-,-`-


-7-
 
 
그녀는 나와 그렇게 우연히 만나, 마주앉아서 얘기 할라치면, 그 커다랗고 까아만
 
눈동자를 빛내면서 내 눈을 부시게 만들었다.  그녀와 나누던 얘기는
 
이상하리마치, 모두 결혼, 사랑등에 관한 것이었다.  그녀는 의외로 보수적인
 
결혼, 사랑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연애에 대해서 이상하게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나중에야 그것이, 그녀가 입학하자 마자 사귀기
 
시작했던 남자애로 부터 얻은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만, 한동안은 무척이나
 
당황 스러웠다, 그녀가 그런 얘기를 꺼낼 때면...  아직 '사랑'이나 '연애' 이런

 
것에 대해서 주지 했던 나로서는 그녀의 그런 얘기들이 무척이나 실망스럽게
 
느껴지곤 했었다.
 
그녀와 얘기를 할 때는 난 이상스러울 만큼 들뜬 상태였다.  그래서 무척이나
 
신나거나 힘나는 듯이 즐겁게 얘기를 하려 노력했다.  그녀의 웃는 모습이
 
좋았기 때문일까...  난 그녀를 만나면 그녀를 즐겁게 해주어야 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그렇게 그녀와
 
차라도 한 잔 하는 날이면 나는 뛸듯이 기뻐서 하루종일 하늘을 날아다니는
 
듯했다.
 
적어도 그날 전까지는...
 
 

-`-,-`-,-`-,-`-,-`-,-`-,-`-,-`-,-`-,-`-,-`-,-`-,-`-,-`-,-`-,-`-,-`-,-`-,-`-,-`-


-8-
 
 
적어도 그 날 전까지는 말이다...
 
...
 
그날은 가을 학기 기말 고사 기간이었다.  모두들 도서관에서 밤을 지새며 지식의
 
등불을 밝히던 그때였다.  뒤에서 그녀가 나를 툭 건드리며 불렀다.  예의 그런,
 
그러나 조금은 부끄러운 듯한 눈빛을 하고는 잠깐 커피를 한 잔 하자고 했다.
 
12월의 도서관 밖은 깜깜하기만 했다.  후~~  하고 입김을 불면, 그녀의 숨결이
 
하늘로 오르다 얼음조각처럼 부서져 흩어져 내렸다.

'나...'
 
그녀가 도서관 건물 벽에 기대어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차가운 바람이 살짝
 
그녀의 볼을 스쳐지나갔는지, 그녀는 입술을 잠시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를
 
스친 바람은 곧 내 눈가를 스치고 지나가, 난 내 속눈썹이 바르르 떨려옴을
 
느꼈다.
 
'나...'
 
그녀는 계속 말하려다 말고, 머뭇거렸다.  다시 한번 그 차가운 바람이 내 볼을
 
할키고 지나갈 때까지...
 
'나...  오늘 남자친구랑 헤어졌어...'
 
 

-`-,-`-,-`-,-`-,-`-,-`-,-`-,-`-,-`-,-`-,-`-,-`-,-`-,-`-,-`-,-`-,-`-,-`-,-`-,-`-


-9-
 
 
'나...  오늘 남자친구랑 안녕 했다...'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그 키작고 삐쩍 말르고 기분 나쁘게 생긴
 
애와 헤어진지 벌써 6개월이나 지난 걸 친구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또
 
다시 뜬금없는 '남자친구'라니...  그 동안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었나보다했다.
 
'근데...
 
 많이 생각하고, 오랬동안 결심하고 오늘 안녕 하는데,

 하나도 힘들지 않을 줄 알았거든...
 
 그 애 만나고 뒤돌아 오면서 왜 그리 힘들었는 지 몰라...
 
 아마 택시를 타지 않았었더라면, 버스나 전철역에서 주저 앉았을지 몰라...'
 
그녀는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서도 나를 보며 웃음을 지으려 노력했다.  난
 
그대로 그녀에게 다가가서 내 품에 가득 안아주고 싶었다.  <괜찮아, 다
 
괜찮아.  곧 있으면 나아질거야... 내가 낫게 해줄께...>  난 내마음속에서 이런
 
말을 수없이 해대고 꼬옥 껴안아주고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다.  그녀는, 나에게선 너무나 멀리 있는 존재였기 때문에...
 
나는, 조심스레 그녀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유연아...'
 
 

-`-,-`-,-`-,-`-,-`-,-`-,-`-,-`-,-`-,-`-,-`-,-`-,-`-,-`-,-`-,-`-,-`-,-`-,-`-,-`-


-10-
 
 
'유연아...'
 
<나는, 너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주고 싶어...  너의 눈물을 멈춰주고  싶어...>
 
속으로는 할 말이 많았지만, 그것이 입에까지 끓어오르는 길은 멀고도 멀었다.
 
'유연아,
 
 이 오빠가 옆에 있잖아...  울지 마...'
 
그녀는, 자기딴에는 울음을 멈춘다고 크게 심호흡을 하고 눈물을 닦고 멋적게
 
웃어보이기까지 했지만, 그 까아맣고 커어다란 눈동자에서는 끊임없이 계속

눈물이 고였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가슴이 아파옴을 느꼈다.  눈두덩이가
 
뜨거워지고 있을 무렵, 그녀는 내 가슴에 그녀의 어깨를 기대왔다. 기분 좋은
 
샴푸냄새가 코를 스쳤다.
 
'오빠...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잠시만 이렇게 있어요...
 
 나 더이상 혼자서 서 있을 수도 없어...'
 
그녀는 나의 심장고동소리의 변화를 느끼는지 못느끼는지, 그렇게 한 참 동안을
 
어깨를 들썩이며 내 품안에서 있었다.  어린 아이처럼...
 
 
-`-,-`-,-`-,-`-,-`-,-`-,-`-,-`-,-`-,-`-,-`-,-`-,-`-,-`-,-`-,-`-,-`-,-`-,-`-,-`


11
 
 
 
그날 밤, 나는 그 그길로 책가방을 챙겨들고 그녀의 집까지 그녀를 바래다
 
주었다.  지방에서 올라온 그녀는, 혼자서 조그만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12월의
 
메마른 하늘아래 우리는 가슴속으로 들이치는 바람을 막으려 한 껏 웅크리고
 
그녀의 집까지 걸어갔다.
 
'아이, 추워~'

그녀는 몸을 웅크리며 내게 팔짱을 껴왔다.  그렇게도 추운 겨울 하늘이어서
 
그랬는지, 하늘엔 평소 보다 더 많은 얼음 조각들이 박혀있는 듯 했다.   그녀의
 
문 앞에 다다라서 나는 인사를 하고 뒤돌아 섰다.
 
'오빠~'
 
그녀의, 이제는 다소 진정된 그녀의 목소리에 다시 뒤돌아서보니 빼꼼히 열려진
 
현관문 사이에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커피 한 잔 하고 가지 않을래요?'
 
아, 그녀의 환한 웃음이란...
 
 

-`-,-`-,-`-,-`-,-`-,-`-,-`-,-`-,-`-,-`-,-`-,-`-,-`-,-`-,-`-,-`-,-`-,-`-,-`-,-`-


12
 
 
 
하아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암갈색의 헤이즐넛 커피를 한모금 마실 무렵,
 
그녀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가끔은,
 
 ...
 
 가끔은 죽고싶다는 생각 들 때가 있어요.'
 
나는 눈을 조금 크게 뜨고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의 시선은 찻잔에 가있었다.
 
그녀는 다시 한숨을 쉬고는,
 
'아니예요,
 
 내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잠시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녀의 조그만 아파트는 무척이나 예쁘게 잘
 
정돈되어있었다.
 
'왜...'
 
내가 무겁고도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내어 그 적막을 깨뜨렸다.
 
'왜...
 
 죽고싶은데...?'
 
그녀는 나의 의외로 조심스러운 말투에 오히려 까르르 웃어버렸다.
 

-`-,-`-,-`-,-`-,-`-,-`-,-`-,-`-,-`-,-`-,-`-,-`-,-`-,-`-,-`-,-`-,-`-,-`-,-`-,-`-

 
13
 
 
 
그녀는 끝내 내게 대답을 들려주지 않았다. 보름달이 서편으로 훌쩍 넘어가
 
버린 밤 늦게되어서야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 굽은 등으로 집으로 향했다.
 
'난 그녀를 사랑하는 걸까...'
 
조금전까지만 해도 같이 있었던 그녀의 체취가 잠깐 아득히 느껴졌다.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날 밤은 그녀의 입술이 왜 그렇게 붉게 불타는 듯
 
느껴졌는 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담배를 배어 물고 조그만 탁상램프만이 비치고 있는 책상앞에 앉았다가

비벼끄고는 침대에 누웠다.  어느새 모르게 밀려드는 나근함...
 
...
 
난 꿈을 꾸고 있었나보다.  내 꿈속에서의 그녀는 달랐다.  나에게 속삭이고
 
안기고, 까르르 웃으며 달아나고...  내 손에 잡힐듯 하다가는 사라지곤
 
했다.  그러다가 난 나도 모르는 이유에 엉엉 울어버렸다.  왜 울었을까...
 
그녀가 뭐라고 한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서러워서 울었는지, 슬퍼서 울었는지
 
감동을 받아서 울었는지, 아니면 기뻐서 울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내가
 
우는 동안 그녀는 내게 다가와서 나를 안아주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내게 무언의 위로를 해주었다.
 
그러나...


-`-,-`-,-`-,-`-,-`-,-`-,-`-,-`-,-`-,-`-,-`-,-`-,-`-,-`-,-`-,-`-,-`-,-`-,-`-,-`-


음...  여기 까지 쓰다 말았군요... 

:)

언제 시간이 되면 처음부터 다시 한 번 써볼까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살아가는 것이란 변화한다는 것이며,                          Hoon (Paul) Kim
  완벽하게 되는 것은 끊임없이 변화함으로                   hpkim@ALUM.MIT.EDU
  이뤄지는 것이다.                      (집)617-354-5694,  (삐삐)781-668-7030
  -- 김  훈, 1972~현재                        http://www.shinbiro.com/~Renoir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