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ung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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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yungHee ] in KIDS
글 쓴 이(By): gesund (나바뻐~)
날 짜 (Date): 2000년 9월 30일 토요일 오후 11시 50분 55초
제 목(Title): 다 알아요.


다 알아요, 모두 다 알아요.
나를 떠나야 했었다는걸...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날 감당할 수 없어
이내 지쳐가는 그대를 모른 건 아니었어요.
나 다른 건 없어요. 꼭 한번만 보고 싶어요.
그대얼굴 예전처럼 밝은지...
하지만 떠나간 그대의 그 미안함 덜어주려면
그대를 잊는게 더 옳은거겠죠.  다 알아요.


알잖아요, 이건 알잖아요.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걸...
너무 초라하게 기억될 날 보여줄 수 없어
끝내 잡지 않은 내 맘을 모른건 아니잖아요.
나 다른 건 없어요. 꼭 하나만 묻고 싶어요.
그대 맘이 예전보다 나은건지...
하지만 떠나간 그대의 그 미안함 덜어주려면
그대를 잊는게 더 옳은거겠죠.  다 알아요.


다시 한번 생각해요 우리의 약속
많이 힘들어도 헤어짐은 없기로 했던 걸.
그대 곁에 있고 싶은 욕심이라해도
한번만 바로볼거예요. 뒷 모습만이라도...


또 다른 건 몰라도 꼭 하나만 기억해줘요
이런 사랑 다시 오지는 않겠죠
그리고 우리 헤어짐은 긴 행복을 위한거겠죠
이런 내 믿음이 틀리지 않겠죠, 난 믿어요...

이런 식으로 끝나진 않겠죠 다 알아요.
                                               양파, <다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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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지내시고 계신가요?
  전 잘 지낸다고 말해야 할 것 같아요.  왜냐면...
  아직 당신이 절 기억하신다면 말하지 않아도 알고 계실테니까요.

  벌써 10월이에요.  내게나... 당신에게나 시간이 흐르지
  않을것 같았는데 말이죠.  아, 어쩌면 상대적인 시간이었을지도.


  오늘은 아주 특별한 일을 했어요.  집에 혼자 덩그러니
  놓여있는 냉장고를 닦는 일.  쉬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힘들던데요?

  냉장고 속에 있는 물건들을 차곡차곡 꺼내면서...
  물건들에 대한 기억들이 조금씩 떠오르던걸요?  음... 저 마른
  멸치는 국물을 내려고 조금만 사온건데 가게아주머니가 신기하셨는지
  많이 주신거였죠.  고맙긴 한데, 남으니 냉장고안에 지금껏 있었나봐요.
  그리고... 아, 초밥 재료들도 있군요. 저건 얼마전에 산건데...
  아직 할 시간이 나지 않나봐요.  언젠가는 하게 되겠죠.
  그리고 이것저것...  많이 있더군요.

  냉장고속의 물건을 다 꺼내고.. 세제를 타죠.  조금만 섞어도 될텐데
  좀 많이 부었나봐요.  눈물이 조금 나네요.  괜찮아요, 냉장고에게
  미안해서 우는거라 생각하면 되죠 뭐.  늘 구석에 있었을텐데..
  손이 따가울까봐 장갑을 꼈었는데 금새 벗어버렸죠.  약품을 만지는
  게 익숙해져서 일까요?  그냥 맨손으로 만지는게 더 낳던걸요.
  이젠 잘 다치지 않을거에요, 걱정 마세요.


  바깥부터 닦고... 안쪽에 찌든때까지 말끔하게 닦으니, 점심때
  시작한 일이 3시간은 훌쩍 지나가 버려요.  겨우 냉장고 닦는데
  3시간이나 걸리다니...  전 아무래도 집안일에 소질이 없나봐요.
  당신 어머니는 금방 하시는거 같던데, 아닌가요?


  다 닦고 조금 쉴까해서 커피를 마시려고 물을 끓였어요.  
  당신과 멀리 떨어져 있는 이곳에는 바람이 불고 있군요.
  어떤지 궁금하네요.  당신이 계신 곳에도 바람이 부는지...

  늘 당신과 찍은 사진이 담긴 액자를 닦아놓곤 하죠.
  먼지가 내려앉지 않도록...  그래서 내 영혼에도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기억하나요?  내가 당신의 영혼의 빛깔을
  잊지만 않는다면, 당신이 어디에 계시던지 한번에 알아볼거라는
  걸...  그래서겠지요.


  냉장고를 닦는다는것... 마음을 닦는것과 같은것 같아요.
  오래된 것들을 꺼내면서 어떤 것들은 들어가고 어떤 것들은
  다시 들어가지 못하죠.  나쁜 것들은 남게되는 거에요.
  가끔 미련이 생기기도 해요.  '두고두고 보관할수 있는 것들
  인데...  다시 넣을까?', '좀 있다가 요리할때 쓰면 될텐데...'


  하하.. 그래서 제가 조금 바보같은가봐요.  사람이던 물건이던
  떠나가는 것들을 그냥 바라볼수밖에 없는거... 꼭 하려고 했던
  것들도 있었을텐데... 어쩌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가... 조금
  우스웠거든요.  괜찮아요. 나름대로 익숙해 지고 있어요.

  사는건... 길들여지는 거니까요.  어떤 식으로던.


  하루가 지고 있어요.  잠깐 생각하는게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이제 저녁을 하고... 설겆이를 하고 잠을 자면 하루가
  그렇게 끝나겠죠.  먹지도 않는 저녁이긴 하지만...

  행복하신가요?  마음이 정말 낳아지신건지 잘 모르겠어요
  내가 불편할까봐 가끔 '착한 거짓말'도 했었잖아요.  다 알고
  있었지만, 그러면 당신이 재미없어 할까봐 모른척 하고 속아주곤
  했죠.  그러니 당신, 이젠 거짓말을 받아줄 사람이 없으니
  거짓말하면 안되요.


  잠깐 산책을 나갔다고 생각해요.  설령 마법에 걸려 돌아오지
  못할 길이라도. 제겐 그렇게 생각하는쪽이 마음 편할지도...
  전 원래 뭐든 잘 믿잖아요.  바보스러울정도로.  하하.


  설마 마법에 걸리신건 아니겠죠?
  그래도... 곧 풀리실테니까요.  전 다 알아요.  하하.


                                 '바람은 그렇게 나무와 사랑을 합니다.'
                                                         춤추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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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잔랭거가 했던말... '우리는 음악에 의해 자극받고 상상력을 부여받
  는다.'...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이 글은 양파의 '다 알아요'를
  듣고 상상하며 적은 글입니다.

  집에서 출발하기전 라디오에서 나온 노래가 '다 알아요'였는데...
  뜻밖에 약속장소에서 기다리면서 나온 노래가 같은 노래였을때,
  그 신기한 느낌...


                                                     춤추는 나무.. :)

                                                      ges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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