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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reaUniv ] in KIDS
글 쓴 이(By): chs (다시 똘)
날 짜 (Date): 1998년 9월 17일 목요일 오전 10시 27분 50초
제 목(Title): [푼글] 마지막 로맨티스트 




< 1 >
 
" 처음 뵙겠습니다. 이 시대 마지막 로맨티스트입니다. "
 
친구가 그러더군요. 자기 아는 선배중에 참 신기한 사람이 있다고. 전 그냥 
호기심에 한번 보고싶다고 했는데, 그가 제게 처음 한 말이 바로 "마지막 
로맨티스트"란 말이었어요. 정말 이상한 사람도 다 있다고 생각했죠. 다짜고짜 
로맨티스트라니...아무래도 왕자병에 단단히 걸려있던지, 아니면 자기 멋에 
사는 시덥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 참 아름답지 않습니까? 저 별들.. 저 별빛은 아마 10만년, 아니 더 이전에 
내려온 빛일지도 모르는데.. 그 빛을 보고 있는 우리는 그만큼의 시간을 보고 
있는 셈이 될테니까요.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대개 아름답게 마련이죠. "
 
저건 또 무슨 책에서 읽은 대사인지. 전 시큰둥하게 대답했어요. 
 
" 아.. 네. 뭐... 그렇네요. "
 
" 당신도 아름답습니다. 저 별빛보다 더. "
 
뜨아... 
 
그 말을 들었을때 처음 든 생각은, 어떻게 이런 느끼한 말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솔직히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그것도 처음 본 사람한테. 
 
하지만 나중에 알았어요. 그의 말이 진심이라는 걸.
 
 
 
< 2 >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게 연락이 왔어요. 다시 만나자구요. 그 말도 
얼마나 화려하게 말을 하던지.. 전 그렇게 끌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싫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서 만나러 갔었죠.
 
밥을 먹고, 잠시 길을 거닐며 그는 제게 이야기했어요.
 
" 진정한 로맨티스트는 함부로 자신의 로맨스를 만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이라면 제 로맨스를 받아주실 수 있을 것 같네요. 지금 제 귓가를 스치고 
간 바람도 그러던걸요. 이 여자, 꽉 잡으라고. "
 
아무래도.. 솔직히.. 이 남자 제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이런 
사람 직접 보셨다고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느끼하겠어요. 
 
" 저기요.. 원래 말을 그렇게 하세요? "
 
" 네. 왜냐하면 전 로맨티스트거든요. "
 
"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안그래요? "
 
" 뭐라고 그래도 상관 없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만 괜찮다면. "
 
으.. 영화에서 이런 대사 하는거 보면 참 멋지고 그랬는데, 실제로 들으니까 
진짜루 닭살 쫘악~ 이었어요. 한참을 그러고 가다가, 그가 제게 묻더군요. 
어떤 영화를 보고 싶냐구.. 그래서 그냥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했더니, 씨익 
웃으면서 극장으로 데리고 가더군요. 전 같이 가면서 걱정이 됐어요. 그 
영화가 하도 인기라서 예매를 하지 않으면 보기 힘들다고 친구가 그랬거든요. 
하지만 그는 제가 보고 싶은 영화를 어떻게 알았는지 미리 예매를 해 
놨더라구요. 자리도 참 좋았어요. 극장이 좁긴 했지만 앞자리가 비어있어서 
머리 때문에 화면이 안보이구 그런 일은 없었거든요.
 
그렇게 영화를 보다가 그가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그가 벗어놓은 옷이 
떨어져서 주워올리다가 우연히 주머니를 보게 되었는데... 뭐가 잔뜩 
들어있더군요. 호기심에 살짝 봤는데.. 세상에. 그날 개봉된 영화가 종류별로 
전부 예매되어 있었어요. 그것도 4장씩. 우리 두사람 자리하고 앞자리까지 
전부 예매를 해 놓은거였어요. 
 
나중에 집에 오면서 그에게 물어봤어요. 어떻게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예매할 
수 있었냐구. 알면서 물어본 건데.. 그는 이렇게 대답했어요. 
 
" 운이 좋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요... "
 
그 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사람 진짜 로맨티스트일지도 모르겠다고.
 
 
 
< 3 >
 
그 날은 제가 너무 바빠서 오랜만에 만난 날이었어요. 좀 어색한 느낌도 
들어서 별로 말도 안하구 그냥 밥이나 같이 먹고 헤어지게 되었는데, 그가 
그러는거에요.
 
" 지금 뭐가 제일 하고 싶어요? "
 
" 네? 저.. 글쎄요... "
 
" 아무거나 대답해 보세요. "
 
" 그냥 생각이 나는 건.. 놀이기구를 타고 싶긴 한데.. 너무 늦어서 못 
가겠죠. 11시 다 되어가니까."
 
" 잠깐만 실례할께요. "
 
" 네? 어.. 어머!! "
 
그는 갑자기 저를 번쩍 안더니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어요. 모든 사람들이 
저희를 쳐다보았고, 저는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어요. 그는 힘이 든지 
씩씩거리면서도 계속 뛰었어요. 
 
" 저기.. 이제 됐으니까 내려주세요~ "
 
" 재미있으세요? "
 
" 네, 고마워요. 그러니까.. 내려주세요. "
 
" 알겠습니다. "
 
그는 땀이 송글 송글 맺힌 얼굴로 저를 내려주고는 씨익 웃었어요. 갑자기 
그러는 법이 어디 있냐구 핀잔이라도 줄려고 했는데, 그의 얼굴을 보니 차마 
그 말도 못하겠던걸요. 
 
그리고 휴지를 꺼내 그의 얼굴을 닦아주며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고 말이에요. 
 
 
 
< 4 >
 
제 생일날, 처음으로 약속시간에 늦은 그는 얼굴이 말이 아니었어요. 보기 
좋던 그의 뺨이 움푹 들어가있었고, 손은 상처 투성이었어요. 
 
" 어머. 왜..왜 이렇게 됐어요? "
 
" 좀.. 그럴 일이 있었습니다. 괜찮으면 어디 좀 같이 가실까요? "
 
" 네? ...네. "
 
그러더니, 그는 저의 손을 잡고 시외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거에요. 전 이해할 
수 없었죠. 왜 이 사람이 이러는지.. 워낙 다른 사람하고 다르기는 했지만, 그 
날은 정말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리고 차를 타고 한참을 가서 내린 곳은, 강원도에 있는 이름모를 어느 
산이었어요. 전 아무 말 없이 제 손을 잡고 앞으로 가는 그의 등을 보며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왠지 그냥 따라가야 할 것 같아 힘든 걸음으로 그의 뒤를 
쫓아갔어요. 
 
날은 벌써 어두워져서 아무것도 안보이는데, 그는 많이 와 본 길인듯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갔어요. 그리고 고개를 돌아 산 중턱에 닿자, 그는 제게 
이야기했어요.
 
" 이제 다 왔어요. "
 
" 여긴 왜 온 거에요? "
 
" 그 이유는.. 내일 아침 해가 뜨면 알 수 있을 겁니다. "
 
" 어머. 잠깐요. 그럼 오늘 여기서 밤을 새야 되요? "
 
" 네. "
 
" 저.. 안되겠어요. 집에 가야 해요. "
 
" 절 믿어주시고.. 여기 앉아서 아침 해를 바라봐 주실 수 없으세요? 제발.. 
부탁드릴께요. "
 
솔직히.. 로맨티스트인 이 사람이 제 생일에 무얼 선물할지 내심 
기대했었는데, 이건 실망도 이만저만 아니었어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산 
속에서 같이 밤을 새자니. 하지만 차도 끊겼고.. 설마 이 사람이 나쁜 짓 할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고.. 어쩔 수 있나요. 밤을 새는 수 밖에. 
 
그리고 바위 위에 오도카니 앉아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전 그의 어깨를 
베고 잠이 들었어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그가 제 귀에 살며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어요. 
 
" 시간 됐어요. 이제 일어나서 앞을 보세요. "
 
전 부시시 눈을 뜨고 앞을 보았어요. 그리고 전.... 입을 다물수 없었어요. 
 
아침 해가 은은히 비추는 산 중턱에는, 전부 장미로 가득했어요. 눈 앞에 
보이는 건 모두 장미. 그것도 빨갛게 핀 장미가 아침 햇빛을 담은 이슬을 
머금고 있는 모습이라는 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보다도 더 
아름다운 모습이었어요. 
 
" 세.. 세상에...이 장미들이 어떻게 여기에.. . "
 
" 우리나라에 단 한 곳뿐인 야생장미 집단서식처에요. 전에 무슨 책에선가 본 
기억이 있어서.. 당신에게 꼭 보여주고 싶어서 데리고 왔는데.. 꺾여진 
100송이 장미보다 피어있는 1000송이 장미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 참, 벌써 
하루 늦어버렸지만, 생일 축하해요. "
 
여길 찾으려고 이 근처 산을 다 헤메느라고 얼굴이랑 손이랑 엉망이 
되어버렸다며 쑥스럽게 웃는 그를 보며... 이젠 그의 말이 느끼하지 않았어요. 
그냥 좋았어요. 그리고 저도 느끼한 말 한마디 했답니다. 
 
" 어쩔 수 없이 사랑하게 만들어 버리는군요, 당신이란 사람은.... " 
 
 
 

< 5 >
 

영원한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고 
 
슬픈 사랑만이 영원할 수 있다면서..
 
이제야 진정한 로맨티스트가 될 수 있겠다고 
 
그는 파리해진 얼굴로 이야기했어요. 
 
50년을 사랑해 주었으면서도
 
더 사랑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먼저 죽게 되어 미안하다며 
 
주름진 제 손을 쓰다듬으며 미안하다고...
 
오랜 세월 함께 해주어 고맙다는 말을 하며
 
당신보다 먼저 그 곳에 가서 장미밭을 만들고 있을테니
 
나중에.. 천천히 오라며..
 
그는 눈을 감았어요. 
 
까맣게 검버섯이 피어있는 그의 얼굴에서 
 
그 날 아침, 장미보다 더 아름답던 당신의 얼굴을 떠올리며.. 
 
사랑합니다.
 
나의 
 
마지막 로맨티스트.
 
 
 
< 끝 >


부러워요...
그 로맨티스트의 순수함이...
모두들 마음속으로 저런 사랑을 받아밨으면...
그리고 그런 사랑을 해보았으면 싶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참 어렵지요...
그렇게 순수하기가......
또 하나의 사랑의 모습이랍니다...
역시나 아름다운...
순수한 사랑을 합시다 우리 모두...:)


간만에 글을 퍼 올리니 잼네요... :)


          꿈속에선 언제나 넌 내게로 돌아와주었지...
          매일...매일 밤마다...
          난 아직도 알 수가 없어...
          매일 밤마다 돌아와주는 니가 
          날 기쁘게 하는지......힘겹게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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