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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reaUniv ] in KIDS
글 쓴 이(By): pkp (~~~pkp~~~)
날 짜 (Date): 1996년08월26일(월) 01시33분16초 KDT
제 목(Title): [류시화][히말라야에서 듣는 한국말]-2



   "또 당신들의 삶에는 휴식이 없어요. 우리가 땅바닥에 가만히 앉아있거나
 먼 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게으름뱅이라고 머리를 쥐어박죠. 당신들은 조용히 느낄
 줄을 모르니까 참을성도 없는 거예요."
   그는 웃으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만일 우리 동네에 그런 사람이 있으면 정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 받았을
 거예요."
   그것을 인연으로 그날 나는 '이리 와'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문명 도구
 라곤 거의 아무것도 없는 집이었다. 전기도 없었고, 세수는 바위에서 떨어지는
 히말라야의 녹은 물로 했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기품이 있고 침착했다. 그들은
 다가오는 겨울을 감자와 옥수수로 이겨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두 
 아이는 헐벗었지만 맨발로 대자연 속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나자 밤이 검은 외투를 입고 나타났다. 좁다란 산중 마을로 별들이
 후드득 쏟아져내렸다. 밤 하늘을 배경으로 솟아있는 히말라야는 장엄의 극치였다.
 마을에는 그것을 보려고 몰려온 외국인이 제법 많았다. 이 작은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야하는 것이 불행하게 생각되진 않느냐고 묻자 '이리 와'는 말했다.
   "이곳을 떠나 한국에 가기 전에는 그런 생각을 했었죠. 하지만 지금은 아니예요.
 무엇이 더 소중한지 깨달았거든요. 그리고 시바 신은 분명히 어떤 목적을 갖고 
 우리를 이 곳에 태어나게 했다고 믿어요. 우리가 다른 곳에 가서 살아야 한다면
 애초에 여기서 태어나게 했을리가 없죠. 당신들은 히말라야를 보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이곳에 오지만 우린 날마다 그걸 감상하죠. 그리고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도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을 다 만날 수 있잖아요. 나를 이곳에 태어나게 한
 시바 신께 감사드려요."
   그렇게 말하는 그는 왼손 둘째 손가락과 가운데 손가락이 중간에서 잘려져
 나가고 없었다. 한국에서 다친 것이었다. 내가 그것에 대해 묻자 그는 '손가락 
 두 개를 잃었지만 영혼을 잃지 않아서 다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음 날 '이리 와'는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반나절 거리에 있는 레다르 강까지
 나를 바래다주었다. 그리고는 묵묵히 온 길을 돌아갔다. 그는 내가 내미는 하룻밤
 숙박비와 음식값을 한사코 사양하며 말했다.
   "나는 가난하지 않습니다. 집이 있고 아내와 자식이 있습니다. 그것으로 충분
 하지요. 그리고 당신을 만나서 반가웠어요. 페리 베통라(또 만납시다)!"
   나 역시 손을 흔들며 그에게 말했다.
   "잘 있어요, 이리 와!"
   그와 헤어지면서 나는 평범한 원주민 청년이 아니라 내면의 깊이와 기품을 지닌
 한 인간이 내 앞에 서있었음을 느꼈다. 그는 학교도 제대로 다닌 게 없었지만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가를 잊지 않고 있었다. 태고이래 한 번도 눈이 녹지 않은
 만년설 히말라야도 히말라야지만, '오늘'이라는 이름의 개를 데리고 나와 마주쳤던
 네팔 청년 '이리 와'는 히말라야의 한 부분처럼 오래도록 내 인상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 from 샘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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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_^             키즈의  아저씨    pkp    palindrome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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