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oreaUniv ] in KIDS 글 쓴 이(By): pkp (~~~pkp~~~) 날 짜 (Date): 1996년08월26일(월) 01시32분34초 KDT 제 목(Title): [류시화][히말라야에서 듣는 한국말]-1 [히말라야에서 듣는 한국말]- 류시화 - 말은 친화력을 갖고 있다. 특히 낯선 나라에서 듣는 모국어는 언제 들어도 반갑다. 더구나 그곳이 며칠동안 걸어야하는 인적 드문 히말라야 산중이라고 생각해보라. 그 무렵 나는 슬리핑백을 짊어지고 네팔 서부의 안나푸르나 히말라야 지역을 여행 중이었다. 물론 도로라고는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가파른 오솔길 뿐이라서 오로지 두 다리에만 으존해야했다. 안나푸르나 해발 5천미터의 토룽라 협곡을 오를 때였다. 갑자기 어디선가 한국말이 들려왔다. "어디가세요?" 처음에는 환청을 들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지대의 산소부족 현상 때문에 감각기관이 정상이 아니었다. 그런데 또다시 그 소리가 들렸다. "어디 가십니까?" 억양은 이상하지만 분명히 한국어였다. 놀라서 주위를 살펴보니 저만치 앞쪽의 고갯길에서 한 네팔 청년이 나를 내려다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내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다가가자 그는 천연덕스럽게 우리말로 자기 소개를 했다. 지난 2년 동안 한국에 취업을 가서 일을 했으며, 네팔에 돌아온지는 한달도 안되었다는 것 이었다. 히말라야 오지에서 그런 친구를 만나니 반갑고 신기했다. 더구나 그는 기본적인 우리말을 제법 할 줄 알았다. 우리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고갯길을 올라갔다. 그는 다리가 긴 검정색 개를 한 마리 데리고 있었는데 개의 이름이 '아자(오늘)' 였다. '오늘'은 과묵하게 우리 뒤를 따라왔다. 청년은 친척집에 다녀오는 중이었다. 나와 속도를 맞추기 위해 그는 일부러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는 맨발에 슬리퍼만으로도 5천미터의 협곡을 가볍게 넘고 있었다. 반면에 나는 등산화에 지팡이를 짚고서도 도무지 걸음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산소 부족으로 입술이 하얗게 탔다. 협곡 정상에 이르러 우리는 돌무더기에 앉아서 잠시 숨을 돌렸다. 그곳은 내가 올라본 지상에서 가장 높은 위치였다. 협곡 바로 앞에는 카퉁캉 히말라야가 솟아 있고, 그 뒤로는 안나푸르나 영봉들이 흰 머리칼을 휘날리듯 바람에 눈보라를 날리고 있었다. 반대편에서 올라온 서양 여행자들이 숨을 몰아쉬며 우리 앞을 지나갔다. 청년은 한국에는 다시 갈 계획이 없다고 했다. 일을 많이 시키고 보수는 적었 으며, 도무지 사람 사는 것 같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좋은 경험이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다가 문득 내게 물었다. "그런데 '이리 와'가 무슨 뜻이예요?" 나는 영문을 몰라서 그를 쳐다보았다. 한국어를 웬만큼 구사할 줄 아는 친구가 '이리 와'가 무슨 뜻인지를 모르다니! 나는 왜 그걸 묻느냐고 그에게 되물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처음 한국 공장에 갔을 때, 사람들이 나더러 '너, 이리 와' 하고 말했어요 그래서 난 따라갔어요. 그 다음부터 난 '이리 와' 하면 항상 따라갔어요. 그래서 내 한국식 이름이 '이리 와'가 되었어요." 그러면서 청년은 또 묻는 것이었다. "'이리 와'가 무슨 뜻인가요?" 나는 그만 엉겁결에 그 뜻을 모른다고 대답했다. 왠지 목구멍에 무엇이 걸려서 선뜻 말할 수가 없었다. 나는 배낭에서 물병을 꺼내 그와 함께 나눠 마셨다. 고산병 증세와 함께 어떤 슬픔 같은 것이 답답하게 나를 짓눌렀다. 청년은 한국에서의 2년은 참으로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어떤 것이 그렇게 좋은 경험이었느냐고 묻자 그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당신네 사람들은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어요. 우리는 그곳에 가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행복한 이가 드물었어요.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그렇게 느꼈어요." 나는 그만 할 말을 잃었다. 그것은 나 자신도 느껴온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네팔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말을 이었다. "당신들은 마치 더 많이 소유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병에 걸린 환자들 같았 어요. 우리보다 몇백배나 더 많이 갖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더 가지려고 하죠. 우리는 그걸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당신들은 조용히 지켜보면서 느낄 줄을 몰라요. 끝없이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들으면 그것으로 상대방을 다 이해했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당신들은 여럿이 모이면 항상 시끄러워요.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바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우린 그렇지 않아요. 사람을 만나면 먼저 침묵으로 서로를 느끼려고 하죠." 어느덧 나는 멀리 티벳 고원이 내려다보이는 히말라야 협곡에 앉아 한 원주민 청년의 눈에 비친 소위 문명인의 모습을 경청하게 되었다. ** 헥헥, 다음에 또........ ** ~~~~~~~~~~pkp~~~~~~~~~~~~~~~~~~~~~~~~~~~~~~~~~~~~~~~~~~~~~~~pkp~~~~~~~~~~~~ ^_^ 키즈의 아저씨 pkp palindrome ^L^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