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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reaUniv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정 상 희) <163.152.90.70> 
날 짜 (Date): 2000년 11월  8일 수요일 오후 06시 19분 59초
제 목(Title): 공동체적 교풍과 패거리의식의 경계선



[냉전] 공동체적 교풍과 패거리의식의 경계선 

 

 

다시 리스트다.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면 이름이 적힌 리스트가 
돌아다닌다. 1997년 황장엽씨가 북한에서 온 뒤 한동안, 남한내 친북 인사들이 
적혔다는 `황장엽 리스트’가 화제였다. IMF 경제위기이후 퇴출기업 리스트나 감원 
대상 리스트가 초미의 관심사다. 

요즘은 `정현준 리스트’가 돌아다닌다. 한국디지털라인의 사장 정현준씨가 만든 
사설펀드에 가입했다는 정·관·언론·연예계 인사들의 이름이다. 시중에 떠돌아 
다니는 정현준 리스트에는 각계 각층에서 힘깨나 쓴다는 사람들의 이름이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이런 사설펀드는 한 신문 사설을 인용하면 `‘서민들에게는 자신의 책임아래 
투자해야 한다고 위험성을 거듭 경고해 왔으면서 일부 유력인사들은 그들의 신분을 
이용해 땅짚고 헤엄치기식의 재테크에 열중했다면 그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당사자들은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또 이를 확인할 방법은 거의 불가능하다. 
순진하게 실명으로 들어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고 대개 假借名을 했을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검찰수사를 빼면 정현준 리스트의 진위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어쨌든 시중에는 몇가지 정현준 리스트가 돌아다니고 있다. 또 알만한 사람끼리는 
돌려보고 `누가 누가 들어있나’를 확인하곤 한다. 

그런데 정현준 리스트를 볼 때 마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 명예롭지 못한 이름의 
상당수가 고려대 출신이기 때문이다. 요즘 언론에서 정현준 펀드에 K大 출신이 
많다는 보도를 한다. 바로 이 K대가 고려대다. 명단을 같이 보던 한 동료는 
“고대끼리 다 해 먹었군”하며 냉소를 보냈다. 

정현준 한국디지털라인 사장이 경영학과를 나온 교우이기 때문일까. 많은 교우들이 
정현준 리스트에 등장한다. 등장 인물들의 아주 광범위하다. 40, 50대 
선배들로부터 이제 갓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93학번도 있다. 

흔히들 한국에서 가장 결속력이 강한 모임으로 해병전우회, 호남향우회와 함께 
고대 교우회를 든다. 선후배끼리 잘 뭉치고 돕고 살아가는 공동체적 校風은 본교의 
큰 재산이다. 사회생활하는 교우들은 두 번가량 만나면 선배가 후배에게 말을 놓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다른 대학 졸업생에겐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고대 출신만의 
독특한 문화다. 

그런데 이런 공동체적 교풍과 저열한 패거리 의식의 경계는 어디일까. 현실에서는 
사실 모호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제 잇속을 채우기 위해 교우끼리 모여 정보를 
독점하고 왜곡하는 것이 고대정신일 수 없다. 고대를 내세워 제 배를 불리는 
자들은 비겁하다. 하지만 그게 현실이 아니냐고 반문할 지도 모르겠다. 

이런 되묻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구 校歌 가사가 있다. 
“…이 힘이여 이 생명을 펼 곳이 어디냐 눌린 자를 쳐들기에 굽은 것 펴기에 
쓰리로 다 부리리라 이 힘과 이 생명” 
정현준 리스트를 보다 갑자기 추어탕이 먹고 싶었다. 고대출신임을 내세워 
설레발을 치며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들을 몽땅 잡아서 푹 끓인 추어탕 말이다. 


 

■맑은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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