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yungPookUniv ] in KIDS 글 쓴 이(By): unknown (허준혁) 날 짜 (Date): 1994년02월13일(일) 16시16분21초 KST 제 목(Title): 음..너무답답혀... 오랫만에 학교에 가보니.. 글씨.. 일청담에서 정문으로 가는길에 굉장히 큰건물이 떡하니 가로막고 있더라... 아름다운 여인네가 잘록한 허리를 살짝 비틀듯 일청담에서 정문쪽으로 상큼하게 내뻣어 살짝 휘어진 도로가 없어졌더라..쩝.. 나가 원래 풍수지리설은 잘 몰라도.. 원래 우리 학교가 음양 오행설에 아주 잘맞게 설계되었더랬는데.. 말하자면.. 정문에 들어오면서 우람하게 하늘로 내뻣은 탑은 본시 경대의 양기를 대표하며... 일청담은 경대의 음기를 대표하고.. 정문의 탑에서 일청담으로 인도하는 그 상큼한 여인네 허리같은 고즈넉한 도로는 이 양기를 인도하여 음기와 잘조화롭게 만드는 양에서 음으로의 통로가 되었는데.. 그 통로사이에 1,2층도아닌 무지막지한 회색빛 콘크리이트가 떡하니 가로 막게 되었으니.. 쯧쯧쯧... 보기만 해도 답답하더라... 나가 학교다닐적에... 7,8월 어느 비내린뒤 어둠이 대지를 살짝 덮었을 쯤.. 정문으로 들어서 어둠속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은은한 수은등의 불빛을 받으며 하늘로 내닫을 듯한 강직함에 잠시 숨죽이고 끝이 보이지 않을 듯 아득한 그도로를 따라 걸으면... 양쪽에 죽 늘어선 숲의 신비함과 신선한 내음을 느끼게 되고� 저쪽끝에 보일듯 말듯하게 습한 안개에 가린 일청담의 모습에 왠지 모를 기분좋은 긴장감까지 받으며 조용히 걸었다. 그렇게 걷노라면 어느덧 안개 속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청담은 정문에 들어서며 받았던 나의 위축감을 깨끗히 씻어주며 포근하게 나를 감싸주곤 했었다... 마치 아버지의 호된 꾸지람을 받고 상처입은 나의 마음을 감싸안아주는 어머니의 품과 같다해도 과장은 아닐듯하다. 그곳의 아무벤치나 골라 앉아 잠깐 그 따뜻한 정감과 안개 속의 아스라함을 느끼는 즐거움이란 ...지금 이글을 적고 있는 나로서는 도저히 언어의 표현력의 한계성만 더 느끼게 할뿐이다. 이러한 즐거움을 준 그도로가.. 부끄러운듯 사랑하는 남성(?)을 이끄는 여성의 부드러운 손과 같은 도로가.. 왠 무식한 불한당이 그 손목을 나꿔채듯 그놈의 무식한 시커먼 고층 건물에 의해 가로 막히니.. 왠지 분함보다 사랑하는 연인사이를 갈라 한을 쌓을듯함에 두려움까지 앞서더라... 이제는 경대를 가도 이름모를 건물들이 불쑥불쑥 시야를 가로막으니 아쉬움만 쌓인다.. 아름다운 경치들이 하나둘 무너져가는것을 보면서도 어쩔수 없음에 한탄하며 노인에 같은 소리만 했는듯하다.. 늙으면 말만 많아진다는 게 남애기만은 아닌가 보다.. 쩝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