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NU ] in KIDS 글 쓴 이(By): artte (자유를위해�) 날 짜 (Date): 1996년09월06일(금) 16시37분18초 KDT 제 목(Title): 내 기억속의 유일한 참선생님 "올바른 교육 개혁과 교원의 노동 기본권 보장을 촉구하는 교사선언" 이라는 타이틀로 전국 교직원들의 명단이 실린 한겨레 신문에서 쭉~~~ 훑어가다가 눈에 띄는 이름을 발견했다. 여중시절 물상을 가르쳤던 선생님...:) 내가 젤로 좋아한 과목이었고, 내 기억속에 가장 좋은 선생님으로 자리매김했던 선생님... 초등학교때부터 반장, 부반장을 했던 나는 항상 선생님들과 가까이 지냈고 그에따라 무조건적으로 선생님을 신격화(?)하는 오류는 범하지 않았다. 그저 인간이 가진 장단점을 보아왔다고나 해야할까... 여중시절 역시 문제아(?)인 아르떼는 학교에선 늘 선생님들의 신부름만 다녔다. 그 때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 아니라 심부름 다니고 선생님들 일 거들어 주러 가는 곳이었다. 아르떼 모르는 선생님은 울학교 선생님 아니었다. 담임 없는 선생님들의 심부름을 도맡아 했으니...또 시험 끝나는 날은 채점하고....( 일꾼이었다) 내 기억에 별로 좋게 자리 잡지 못한 선생님도 많았고 ( 중 1때 미술 선생님은 맨날 나만 괴롭혔었다. 미술 시간 내내 내 곁에서 무슨 말을 그리도 많이 하는지...쯧쯧...남자가....헤헤...) 아무튼... 선생님들과 너무 가까워서 또 나를 너무 이뻐해 주셔서 난 도리어 거리를 두었다. 중 2때 물상을 가르치셨던 박 선생님은 중 1때 교생 선생님으로 우리 학교에 왔었다. 그 때의 풋풋하던 선생님은 수줍음이 많으셨고, 말수가 거의 없었다. 이듬해 우리학교로 오신 박선생님은 수업 시간 내내 교실 뒷벽만 바라보시며 수업을 하셨고, 하얀 얼굴은 핼쓱해 보였다. 항상 말수가 없으시던 선생님은 이상하게도 애들한테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셨다. 그 선생님의 수업은 독특했는데...노트 필기에 있어서 노트의 왼쪽 페이지는 선생님의 필기로, 오른쪽 페이지는 각자가 예습이나 복습하는 곳으로 메꾸었다. 그리고 항상 배운것에 대한 기본 문제 3개씩을 노트에 정리했어야 한다. 노트 정리라면...흠...아르떼가 단연 잘한다...크크... 아주 별난 수학 여자 선생님( 순자의 성악설이당...그분의 이름이 그랬으니깐...)의 까다로운 노트 검사에서 칭찬 받은 경력이 있다... 아무튼... 학기가 시작되고 한달이 지났을까... 박 선생님은 노트 검사를 하셨다. 앞자리부터 검사하고 오시더니... 드디어 내 자리로 오셨다.( 참고로 아르때는 항상 5번째 정도에 자리했었다. 키 순서대로..)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아르떼가 선생님을 좋아했걸랑요...) 선생님은 내 노트를 보시더니... 조용히 이렇게 말씀하시는거다. ( 그때까지 선생님은 아무 말도 안 하셨다. ) " 너...아르떼...지??? " ( 씩 웃으시면서....) 아고고....하늘이 노랗다... " 너 작년에 그때 과학 백점 받았지...? " 웃음을 머금으신 얼굴로 내게 말하시는 그 모습에 난 그냥.. " 네... " 한마디 밖에 못했고, 주위의 따가운 시선이 내 위로 쏟아지는 걸 느꼈다. 그때의 황홀함이란.... 그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그 선생님을 보고 싶어졌다. 학교를 옮기셨던데...남학교로 가신걸 보니 이젠 교실 뒷벽만 바라보고 수업 하시진 않으실 거란 생각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아....오랜만에 불러보는 선/생/님/ 한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법은, 그를 옆에서 볼줄 아는 눈을 갖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쉽게 말하면 마음의 눈을 갖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눈, 그리하여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아는 눈을 갖는 것이다. 아르떼(art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