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yungPookUniv ] in KIDS 글 쓴 이(By): ckkim (크레용신짱) 날 짜 (Date): 1995년02월08일(수) 02시06분30초 KST 제 목(Title): 월랑이란 이름을 가졌던 강아지를 그리며.. 나와 월랑이 처음 만나게 된건 내가 중학교 3학년때였다.. 지금은 아주 늙으셨지만 그 당시엔 아주 멋장이 할아버지이셨던 우리 외할아버지께서 내게 생일선물로 월랑을 품에 안고 오셨던게 애완동물이라곤 바퀴벌레밖에 몰랐던 나와 사람이라곤 우리 할아버지 밖엔 보지 못한 월랑의 최초의 조우였다...청년시절 일본에 강제로 끌려가서 고초를 겪으신것을 제외하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고생을 모르셨던 할아버지께선 취미로 사냥을 즐기셨고...할아버지께선 좀더 강인하고 민감한 사냥개를 얻을수 있다는 동네사람들의 말에 청년시절 늑대를 한마리 잡아서 질좋은 사냥개랑 접을 붙이셨고 거기서 태어난 것이 나의 월랑의 고조할아버지뻘 되는 개였다.. 그러니까..월랑은 늑대의 피를 그의 자그마한 몸둥아리속 가득히 채우고 나에게로 ..전혀 자연속의 삶이라곤 접해보지 못한 나의 세계로 침입한 것이었다... 눈 뜬지도 얼마안되는 그 조그만 핏덩어리가 어떻게 그렇게 완고할수 있었을까...? 월랑은 나와의 첫인사로 내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흘리게 만듬으로 결코 녹록하게 나를 주인으로 인정하지는 않을거란 의사를 분명히 나타냈다... 늑대의 피가 섞인 개....난 흥분하기 시작했다...그래 너의 피속엔 환한 만월이 온세상을 비추는 밤 노랗게 충혈된 눈으로 산토끼나 너구리등을 쫓아서 섬뜩한 하얀 엄니로 물어뜯어 아직도 따뜻한 그 불행한 먹이감의 피를 목구멍 가득히 넘기곤 달을 향해 길게 울부짖는 늑대의 피가... 그 거친 자연의 흉포스러움이 깃들어 있는 개란 말이야... 나와 월랑의 만남은 그렇게 동경이 가득찬 치기와 결코 너따위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고집스러움으로 시작되었다... 월랑은 그 생애를 통틀어 결코 그렇게 만만한 개가 아니었다... 처음 일주일간은 그녀석은 나와 온가족들에게 가까이 다가갈때 마다 자기의 엄니가 얼마나 뾰족한지 보여주고 또 얼마나 쉽게 인간의 살갗을 찢고 피를 흘리게 만들기 쉬운지 충분히 가르쳐 주었다.... 엄마의 뱃속에서 나온지 겨우 이주지난 개가 말이다...그런 고집스러움은 나의 마음에 딱 들었고.. 그 맑고 까만 눈속에 깃들어 있는 외로움은 나를 안절부절못하게 만들었다.. 난 아침 저녁으로 그녀석의 임시거처로 쓰이고 있는 보일러옆의 사과궤짝에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가져다주면서 놈의 환심을 사려했으나..처음 얼마동안은 놈은 그따위 얄팍한 수엔 넘어가지 않았다...놈은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뒤엎어 버림으로 자신이 얼마나 고집이 센지 또 앞으로 내가 그놈의 주인으로 대접받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걸 알려주었다... 놈은 우유를 먹어도 항상 뒤엎어 놓곤 핥아 먹었다...그리고 내가 보고 있을땐 결코 혀도 꺼내지 않았다...대단한 녀석...난 이녀석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나 다음달도 반이나 흘렀을 무렵 서서히 놈은 나를 주인으로 인정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나를 무는 횟수도 줄어들었으며 내가 벽뒤로 숨는듯한 행동을 했을때 속아주곤 했었다...난 벽뒤에서 녀석의 우유핥는 소리를 들으면서 희열을 느끼곤 했다...어느날 저녁 난 학교에서 몹시 늦게 돌아왔고 월랑의 밥주는 일은 나의 일과였던차라 월랑은 저녁내내 굶고 있었다.. 달빛이 환하게 비추는 보일러실에서 월랑은 날 기다리고 있었다...내가 문을 들어서자....녀석은 아주 부끄러운 듯이 자신의 빳빳히 위로 뻗혀진 꼬리를 약간 흔들었다...그리곤 더이상은 부끄러웠는지 달빛쪽으로 고개를 돌려 버렸다.. 환한 달빛아래 달을 쳐다보고 있는 월랑의 모습.... 그 순간 난 놈의 이름을 지었다...달월에 늑대랑... 월랑은 언제나 자신감에 차있는 녀석이었다..그의 꼬리는 언제나 하늘을 향했고 고개는 뻣뻣하게 쳐들고 다녔으며 아주 드물게 짖었다....그리고 내가 애처롭게 시도했던 모든 사냥개로서의 훈련을 녀석은 아주 쉽게 무시해 버렸다... 녀석은 한번도 내가 던진 공을 물어 온적이 없었으며...신문을 물고 온다든가.. 심부름을 한다거나 하지 않았다..... 녀석은 자신을 개로 보지말고 친구로 보기를 요구하는것이었다...그래 월랑은 나의 친구였다... 월랑과 나와의 관계는 한번도 개와 주인의 그것이 아니었다...친구와 친구의 그것이었다...내가 가는곳이면 늘 따라다니려 했고..나에게 약간이라도 언성을 높이는 녀석이 있다면 그의 하얀 엄니를 보여주곤 했다... 나와 월랑사이에는 숨가뿐 모험의 기억도 가슴찡한 감동의 얘기도 플란다스의 개처럼 그림때문에 소년과 개가 죽는 극적임도 없었다.. 단지.. 월랑은 자신의 입장에 충실했고 언제나 그곳에 있었다...내가 있을것이라 믿는 곳에...한번도 놈은 나의 그런 기대를 빗나가게 한적이 없었다... 월랑은 죽을때까지 내가 놈이 *있으리라 믿는곳에* 있어주었다... 아무도 내게 그렇게 해줄수 없었다...월랑밖엔... 하하하...나는 내가 사랑한 그사람 만큼은 언제나 내가 기댈수 있으리라 믿었다.. 공부를 하러 멀리 떠나 있어도 그사람만큼은 내가 생각하는 그자리에 나를 기다리며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서있어 줄줄 알았다... 그러나....그렇게 해준 사람...아니 해줄수 있었던 것은 월랑뿐이었다... 월랑은 내가 공부하기 위해 집을 떠날때 헤어진 후로 부쩍 늙어버린것 같았다.. 그때 벌써 놈의 나이는 7살.. 사람으로 치면 50에 가까운 나이였다... 또 월랑은 우리집이 아파트로 이사를 갈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며 할아버지댁으로 밀려났고..그후론 그 아름답고 늠름했던 모습을 잃어버렸다... 털은 두무질을 잘못한 가죽처럼 윤기없이 얼룩덜룩해졌으며 쫑긋하던 두귀엔 고름이 조금씩 흘러 내렸고...언제나 빳빳하고 하늘을 향하던 꼬리는 축늘어 지고..가장 안타깝게도 그 깊고 맑았던 무엇인가를 그리워 하는듯한 두눈이 흐릿해지고 눈물이 항상 흐르게 된일이었다... 마지막으로 만났을때 월랑은 한쪽눈은 먼채로 나를보곤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오줌을 지리면서 그녀석으론 마지막의 반가움의 꼬리를 흔들었다.... 나이를 먹는다는것이 이런것이구나...혼자서 외롭게 기다리며 살아온 개의 일생을 보면서 난 터져나오려는 듯한 울음을 참으려고 애썼다... 오늘 저녁 난 할아버지댁에 설이후로 처음 전화를 했고 월랑이 어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월랑은 거의 10년동안 내가 월랑이 있으리라 믿는 그곳에서 날 기다리며 일생을 보냈다....그리고 월랑이 그의 의무를 마감하고 떠남으로 난 더욱 외롭게 되었다.... 월랑은 이제 행복할지 모른다...그 조상이 달렸던 대지속으로 돌아가 조상과 하나가 되어 울부짖고 있을지 모른다.....밀려드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이렇게 믿어본다.... 나는 이제 결코 개따위는 기르지 않을 것이다...그리고 사람을 사랑하는 일또한 그럴지도 모른다....오늘 밤에는 조금 울어도 흉보지 않으리라... -슬픈 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