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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Vector (백 진 석)
날 짜 (Date): 1993년05월17일(월) 02시29분37초 KST
제 목(Title): 과기원 방문기.... 첫째날 !!!!

과기원 방문기 1.

  오늘따라 지하철은 왜이리 밍기적 거리는지 오지는 않고.. 시간은 넉넉하게 나
왔으니 상관은 없었지만 더 늦는것 처럼 보이는 이유는 어떤 설레임 때문일까. 
어쨌든.. 고속터미날에서 내려서 호남선 방향으로 나갔다. 멍성형과 땡칠형을 만
나기루 했으니깐.. 지하철이 늦는거 같아도 약속시간에 20분이나 빨리 도착했다.
그래서 '유성'이라는 푯말 밑에서 기대 + 불안(못 만날까..하는) 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은 흘러 흘러 어느덧 분침이 3을 넘고 있건만 털털한 모습의 땡칠형은 뵈
지두 않고 얼굴도 모르는 멍성형은 어째 오시질 않을까. 불안감이 점점 고조되고
있는데 느닷없이 뒤쪽에서 '혹시 진석님이세요?'하는 목소리!
  분홍색 난방을 입으신 멍성형이셨다. 으.. 굉장히 반가웠다. 근데 어째서 이 
땡칠 아자씨는 안 오실까.. 멍성형이 표를 주시면서 먼저 타라고 하셔서 탔는데 
조금 있다가 멍성형 혼자 투덜투덜 올라오신다. 땡칠형이 안 오셨다나? 음.. 약
속을 어기시다니..(나중에 안거지만 땡칠형은 이날 늦잠을 주무셨다 함. 으으..)
  오랜만의 여행이라 기분이 썩 좋았다. 멍성형 뵌것도 반가웠고.. 그리고 멍성
형이 내놓으시는 오징어도 맛있었고.. 이런저런 얘기 하면서 유성을 향했다. 처
음 뵈어서인지 공통화제가 떨어졌을땐 그냥 멀뚱멀뚱 창밖을 구경하다가 둘 다 잠
이 들고.. 중간에 휴게소에 들를때 잠이 깨어서 잠깐 내려서 콜라를 사 마셨다.(
이런 것두 써야하남? 쩌비~)
  하여간 난 대덕이 그렇게 먼 곳인줄 첨으로 알았다. 버스로 무려 3시간 가까이
달려서야 가다니.. 지도상으론 굉장히 가까워 보이는데도 어지간히 오랜 시간으
로 느껴졌다. 익숙한 꿈돌이가 여기저기 그려져 있는 대전-유성 지구에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아서 유성 터미날에 도착했다.
  조금 걸어서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다. 내가 앉은 자리가 창문이 열려져 
있었는데 버스가 달리니까 바람이 굉장히 시원했다. 조경이 잘된 거리와, 밝은 
햇빛속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달리는 기분은 정말 '여행' 기분을 내는데 
충분했다. 여기저기 보이는 "XX 연구소" 표지를 보면서 우리나라 최대의 연구단
지임을 재확인 했다고나 할까?
  멍성형은 버스안에서 친구분을 만나셨는데(옆에 여자분이 계신?? ^___^) 그 친
구분께서 과기대 정문의 거대한(?) "KIT"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어주셨다.
  빨간색 벽돌로 지어진 과기대(과기원이 아님)는 정말 내 맘에 꼭 들만큼 넓은 
대지에 아담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이미 푸른빛이 싱그러운 잔디밭과, 오월의 밝
은 태양아래 가끔씩 보이는 CC의 모습.. 걸어가다보니 뒤쪽으로 또 무언가 지어
지고 있었고, 중간에 길을 묻는 어떤 인켈 포터 트럭의 아저씨말고는 학교 감상
을 하기엔 참 좋았다. 
  길을 따라 걸으시던 멍성형이 어떤 가건물 앞의 포스터를 보시더니, "오잉? 3
시?" 하고는 시계를 보신다. 'infinite 공연' 이라나.. 그때가 거의 5시가 다되
었던걸로 기억하는데 혹시 끝났을까 걱정하면서 대강당으로 향했다. 그치만 대강
당에서의 공연은 우리가 들어가고도 서너곡을 더 하고야 끝났다.  뭐 잘 모르
기 땜에 잘 하는건지 못하는건지는 모르지만 내 주관적 의견으로는 꽤 프로급이
었던걸루 기억한다.
  infinite공연이 끝나고 나오니 학생회관 앞에서는 오케스트라 연주가 펼쳐지고
있었다. 하필이면 그때가 마지막 곡이어서 잘 듣진 못했다. 근데, 초록색 잔디밭
위에서 흰 난방, 블라우스를 입고 악기를 켜고 부는 (표현이 이상..) 모습은 정
말 보기 좋았다. 에고~ 부러워랑..
  다음엔 학부 도서관을 갔다. 여기저기 기웃기웃하다가 다시 현관쪽으로 나오는
데 리스트님과 마주쳤다. 인사를 하고 같이 도서관 터미날실에 갔는데 으.. 그 
거대한 모니터에 윈도우가 두개.. 환상적인 컬러 디스플레이.. 으아.. 여기서 첨
으로 뿅~ 갔다.. (물론 옆에는 그 유명한 fast5 있었다.. 난 그걸 첨 보는 순
간 그게 왜 그렇게 유명했는지를 깨달았다.)
  여기서 꼬마형의 랩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어? 꼬마형이 아닌 다른분이 받으
셨다. "실례지만 전화 거신 분이 누구십니까?" "예? 전 벡터라고 하는데요." "아
, 벡터니? 나 누군지 모르겠니?" "글쎄요.. 잘모르겠는데요." "우오옷~ 딩가딩가"
윽...(이쯤되면 누군지 다 아시겠지? ^_____________^)
  꼬마형하고 두연형하고 써클형께서 함께 터미널실로 오셨다. 여기서도 키즈 매
니아는 꿋꿋하게 각각 터미날 하나씩 앞에 앉아서 열심히 채팅을 했다. 오우.. 
그 환상적인 스크롤 스피드.. 마우스로 벅벅 긁어도 보고.. 이야~ 웍스테이션갖
구 놀아본 고딩어는 아마 나뿐일거야!!!
  그담은 어딜갔더라.. 아, 원석형네 기사에 갔다! 원석형은 기숙사에서 386을
가지고 통신을 하고 계셨다.(우리가 찾아갔을때 통신을 하고 계셨다는 얘기가 아
님..) 컴퓨터 책상 옆으로는 국내외의 유명 "잡지"들이 잔뜩 쌓여 있었고.. 두연
형 왈, '고등어는 이런거 보면 안되는 거야' 힝힝..
  원석형까지 합해서 멍성형, 리스트형, 꼬마형, 두연형, 경중형, 그리고 나까지
7명의 징그러운 남자들(자료협찬 -두연형-)은 당당히 한국과학기술원 정문을 나
섰다. 목적은 궁동 김치전골 맛보기.. 근데, 과기원 외벽을 따라 걷는데 끝이 보
이질 않는다. 역시 크긴 커.. 
  두연형께서 하시는 말씀을 들으면서 난 왜 전에 할리누나가 두연형을 만나고 
와서 '웃겨서 돌아가시는줄 알았다'고 하셨는지 알거 같았다. <-- 아시는 분은 
다 알심.. ^__________^
  무진무리? 무지무리? 무리무지? 암튼 이름이 기억 안나는 식당에서 커단 그릇(
냄비도 아니고.. 팬도 아니고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는 그릇)에 김치 전골 둘을 
시키고 인도네시아산 돗자리를 비비면서 자리에 둘러 앉았다. 꼬마형을 빼놓고는
모두 첨 만나는 분들이었는데도 그리 분위기가 어색하지 않았었다. 물론 나를 빼
놓은 다른분들은 다 아시는 사이셔서 그런지는 몰라도..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
던 그런 느낌..
  앞에 수북히 쌓였던 밥과.. 반찬과.. 김치 전골이 비어가고.. 포만감과 비례하
는 행복함(?)과 함께 식당을 나왔다. 그리고 어딜갈까 하다가 '도시문명'이라는 
지능개발실에 들어가서(원석형은 먼저 가셨다) 앉는 족족 죽는 비양구를 상대로 
열심히 두드리다가 어스름이 깔릴 즈음 다시 나섰다. 가면서 부라보콘을 하나씩 
입에 물고, 라면땅 '뽀빠이' 얘기와 형수님과 제수씨에 관한 얘기(^__^)를 하면
서 다시 과기원에 들어왔다. 여기서 두연형과 경중형은 동아리 뒷풀이 가신다고 
헤어졌고, 리스트님도 어디로 가셨다.(어디로 가셨는지 정확히 모름) 그리고 꼬
마형과 멍성형과 나는 전산학과동 엑스텀실에 들어갔다. :)
  그시간에는 엑스텀실은 한쪽 벽의 커단 장롱만한 기계의 윙~ 하는 소음 말고는
찬바람이 휭 불 정도로 한산했다. 엑스텀 하나씩을 차지하고 나란히 앉아서 채팅
하는 것두 참 재밌었다. 오우~ 전화비 걱정 안하면서 두세시간을 채팅하는 그 재
미란.. 거기다 그 스크롤 속도하며.. 마우스 장난하며.. 윈도우 두개 띄우고 멀
티로긴도 해보고.. 하나는 아이알씨, 하나는 키즈 채팅도 해보고.. 정말 재밌었
다. 키키..
  중간에 땡칠형이 모니터에 들어오셨다. 멍성형과 내가 왜 안왔냐고.. 땡칠형은
늦잠잤다고.. 그렇게 안보이는 실랑이도 좀있었고 (차비 얘기가 있었음.. 후후) 
중간에 주노형께서 엑스텀실로 찾아오셨다. 으.. 내가 먼저 연락을 했어야 하는
데 전화번호를 적은 수첩을 원석형 기숙사에 뒀으니.. 주노형께 정말 미안했다. 
쩝~ 또 리스트형도 엑스텀실로 다시 오셨다.
  엑스텀실에서 나올때는 거의 11시 경이었다. (확실한 시간 기억불가) 그래서 
꼬마형은 삼지창님과 장똘님과 파스텔님과 술 드시기로 했다고 먼저 가시고 리스
트형과 멍성형과 나는 동측기숙사로 갔다. 리스트형과 멍성형은 내일 시험이라고
공부하셔야 했는데 (뭐 난 잘 모르니깐.. 히~) 일단 원석형 방에 가서 내 수첩을
갖고 왔다가 리스트형이 꼬마형한테 가보자고 하셔서 거기 가서 인사를 했다. 수
북이 쌓여있는 '슬램덩크' 한권씩 보고.. 아마도 밤에 이렇게 모여서 인생을 논
하는(?) 것도 기숙사만의 장점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로 우리방(not 내방)으로 돌아와서, 멍성형과 리스트형은 코볼 책을 펴놓고 
공부를 하셨고.. 난 오늘동안 있었던 일을 간략히 정리하고서 옆의 책꽂이에 있
던 컴퓨터 잡지를 봤다. 오늘 피곤했는지 잡지 보면서 졸았다. 멍성형이 왜이리 
공부할게 많냐고 투덜투덜.. 리스트형의 '에이, 떨어지면 담에 또 시험보면 되지
'하는 말씀과 함께 린 모두 일시에 꿈나라로~~~
  이렇게 과기원 방문 첫날이 끝났다.





                               93/05/17    2:29.16
   �� Solitary Brainstorming..                      V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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