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글 쓴 이(By): beom (김상범)
날 짜 (Date): 1993년05월07일(금) 23시19분53초 KST
제 목(Title): 7년전의 대덕에서는...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자전거' 이다.
당시 학생 수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자전거는 무척 많았다.
(지금처럼)  하지만 참으로 놀라운 것은 그 당시 자전거에 자물쇠를
채우고 다니는 학생들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 교문의 경비가
지금처럼 철저하지도 않았고, 학교에 담장도 없었다. 그 때는 )

    자전거의 도난 사고는 내가 알기로 거의 없었고, 학생들은
교문앞에서 버스를 타고 밖으로 나갈때, 교문까지 자전거를 타고가서
그냥 거기에 자전거를 세우고 밖으로 나갔다 왔다. ( 물론 자물쇠
안 채우고 )   이 당시 남의 자전거를 타고다니는 학생도 있었는데,
남의 자전거를 훔쳐 탄 것이 아니라, 그냥 "잠깐 타고 제자리에 갖다
놓는" 것이었다.   자전거 주인인 학생들도, "내 자전거는 어딘가
학교 안에 있을 것" 이라고 생각했고,  이 보이지 않는 약속은
항상 지켜졌다.  
    당시 전산학과의 이광형 교수님이 강의 시간에 이 문제를
지적하시면서, 외국의 어느 곳에서도 이 곳에서와 같은 예를
찾아 볼 수 없다고 하신 것이 기억난다.

    요즘의 기숙사 게시판에 보면 "게시판 외의 게시물은 철거됩니다"
라는 내용이 붙어있고,  기숙사 현관 유리문에 보면 "몇월 며칠까지
자전거에 나누어 주는 띠를 안 달면, 우리가 모두 수거해서 돈 받고
팔겠다!"  라고 써있다.

    공개적으로 장물 경매를 하는 것이라 생각되는데, 학교측에 이럴
권리가 있는지 참 의심스럽다.  자기 울타리 안에 있으면 모두가 자기
것인지?  옆집 대추나무가 담장을 넘어오면, 그 대추나무 가지에 열린
열매는 모두 내껀가?  

    물론 언젠가는 주인없는 자전거를 정리하긴 해야 하겠지만, 그 방법이
심각하게 문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된다.   학교측에선 "학생 복지 위원회"
인지 뭔지 하는 학생 대표기구와 사전 협의를 거쳤다고 이야기 하는것
같은데, 학생 대표기구는 학생들의 자전거를 모두 소유하고 있는 것인지
역시 의심스럽다.   띠 배포기간과 수거기간도 벼락치기 식인데,
외국의 컨퍼런스등에 몇주일간 출장가는 학생의 경우는 그야말로
앉은자리에서 눈뜨고 도둑맞는 격이다.   더구나 자신의 자전거가
멀쩡히 눈앞에서 경매되는걸 보고 있어야 하나?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어야 할 학교내에서 요즘 참으로 그렇지
않은 행위들이 행해지는 것을 볼 때,  과연 배우는 학생들이 기성 세대
에서 취하고 버릴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이야기가 주제에서 벗어나 옆길로 흘렀는데....  다음에 다시 계속...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