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ST ] in KIDS 글 쓴 이(By): chopin (** 쇼팽 **) 날 짜 (Date): 2005년 6월 5일 일요일 오전 06시 54분 27초 제 목(Title): 드라마 메커니즘 - 3. 드라마에서의 감정유발 감정을 움직이는 드라마들에서는 초기단계에서 앞서 말한 감정유발 방식을 다양한 방법으로 응용하고 이용한다. 하지만 많은 드라마들에서 이런 초기감정의 매커니즘을 적절히 이용하지 못하고 곧바로 감정자극 시나리오로 진행해버리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경우 그 드라마는 감정이입에 실패하고 만다. 당신 스스로 당장 누군가에 감정을 불어 넣으려 한다고 생각해보라. 가장 먼저 어떻게 하겠는가? 보통의 경우 어떻게 해서건 그 감정을 직접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법들을 먼저 쓰려할 것이다. 헐리웃에서 제조된 러브스토리들이나 서양의 소설들 에서도 이런 경향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남녀 주인공은 초기부터 빠르게 가까운 관계가 되고, 서로 너무나 사랑했다는 이야기만 줄기차게 반복된다. 훌륭한 스토리와 탄탄한 구성, 아름다운 이야기의 러브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주인공 에게 깊은 사랑의 감정까지 느끼지 못한다. 자신이 아닌 남의 이야기를 듣는 듯하는 선에 그치게 되고, 결국 잘해야 몇 주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잊혀져 버리는 것이 고작이다. 깊은 감정이입에 성공한 한국의 성공적인 드라마들은 이와는 다른 전개 패턴을 가지고 있다. 초기 감정유발 전단계에 매우 긴 시간을 할여한다. 남녀주인공은 초반에는 가까운 사이가 아니고 가까워질 듯 가까워지지 않는 시간을 꽤 오래 보낸다. 보는 이들은 그 둘이 정말 좋아하는 것인가 좋아하게 될 것인가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지켜보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둘이 사귀게 되기를 바라게 되고 이 과정은 보는 이 스스로 과거에 경험했던 초기 감정유발과정 단계와 유사한 심리 상태를 만들어낸다. 상대방이 꼭꼭 숨기고 드러내지는 않지만 혹시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을 품고 지켜보는 단계에 빠지도록 한다. 점차적으로 더 좋은 관계로 진행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게 되고, 이 단계는 후에 본격적으로 감정을 노출시키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 하는 순간 크나큰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사랑의 감정은 기대심리가 충분히 길게 이어지고, 그것이 이뤄지는 순간 더욱 깊은 감정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렇게 본격적인 감정의 동화 이전에 상대적으로 긴 준비기간을 거쳐야만 되도록 만들어진 이유는, 그 메커니즘을 이용하여 누군가 사람들에 너무나 쉽게 감정을 주입하는 것을 방지하도록 진화되어 왔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충분한 기간동안 상대방을 지켜보면서 그 사람의 마음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닌지 검증할 시간을 거치고 나서야만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감정을 동화시키는 과정에 들어간다. 성공적인 드라마 초기 많은 장치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만들고, 사람들 마음속의 검증장치를 통과하고, 또 이를 무장해제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서서히 무장이 해제된 사람들의 마음에 주인공들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기대심리를 심어주고, 그 기대를 충분한 시간동안 각인시켜 본격적인 감정의 분출이 일어날 때 그 효과가 극대화 되도록 준비시킨다. 드러내지 않고 관심을 끌어내고, 아닌 듯 하면서 그러기를 바라도록 만드는 것, 그리고 그 과정 중에 사람들 마음속의 검증장치를 통과하도록 하는 것, 이런 과정이 초반에 성공적으로 유도되어야만 본격적인 감정의 분출단계에서 그 증폭과정이 효과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이렇게 초기 단계가 충분히 길어야 더 깊은 감정이입이 일어나고, 더 오래 지속되며, 더 깊게 감정의 수렁에 빠져들게 만들 수 있다. __ 쇼팽 http://brainew.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