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ST ] in KIDS 글 쓴 이(By): chopin (** 쇼팽 **) 날 짜 (Date): 2004년 5월 6일 목요일 오전 06시 27분 59초 제 목(Title): 귀신보는 법 - 3. 귀신 체험 ** 이 글은 그림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웹으로 보시기를 권장합니다. ** 그럼 이제부터 귀신을 만나보자. 정상적인 뇌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 모두 귀신을 볼 수 있다. 직접 볼 수는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그것이 우리 주변에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귀신을 보는 사람들이 요즘 사회에서 크게 줄어든 이유는 사회가 그러한 생각을 미신화 하고 믿으려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생활환경이 귀신을 만나기 어려운 쪽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전깃불에 의해 생활환경은 밝아지고, 도시화로 인해 사람들은 더 모여 살게 되었다. 이런 환경에서는 뇌의 귀신회로가 쉽게 작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을 열고 귀신을 보고 느끼려 한다면, 그리고 귀신을 보고 느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조금만 노력한다면 누구나 쉽게 귀신을 만날 수 있다. 단, 귀신회로는 아무데서나 작동되는 것이 아니고 몇 가지 특수한 조건이 만족되는 경우에만 활성화 되기 때문에 그 방법과 조건 등을 알아야 한다. 이제부터 귀신을 쉽게 만나는 그 조건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우리 뇌에서 두려움을 일으키는 귀신회로는 어두운 밤에 주로 활성화 된다. 그리고 혼자 있어야 더 잘 활성화 된다. 혼자라는 의미는 방안에 혼자라는 의미가 아니다. 위험이 닥쳤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거리 내에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공포심을 유발하는 뇌 속의 귀신회로는 위험이 닥쳤을 때 사람이 있는 옆방으로 도망가거나, 주변사람에게 바로 뛰어갈 수 있는 거리라면 잘 활성화 되지 않는다. 그 위험으로부터 지금 당장 도망간다 하더라도 도중에 붙잡힐 만한 상황에 있다고 스스로 느끼는 상황에서만 활성화가 잘 된다. 그 건물 전체에 자신 혼자만 있다면 그러한 조건이 충분히 만족된다. 밤에 홀로 집을 지키는 경우도 어느 정도 만족된다. 단, 옆집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거나, 대문밖, 창밖으로부터 지나다니는 사람들이나 자동차 소리가 들리는 상황은 좋지 않다. 모두들 잠들고 그런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시간이 좋다. 도시지역이라면 주로 새벽 2시에서 3시 사이가 적합하다. 시외지역은 보통 자정이후시간이면 충분하다. 주위는 귀가 멍할 정도로 조용해야한다. 집이라면 자기 혼자뿐인 상황을 만들어라. 건물 전체가 자신 뿐이라면 더욱 좋다. 어둡게 불을 모두 꺼놓고 암흑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보라. 깜깜한 방에서 조용히 한 곳을 응시하고 있으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느낄 수 있다. 무엇인가 주변에 있는 듯한 느낌이 서서히 들 것이다. 이때 눈을 돌려서 그것을 바라보면 된다. 그것을 바라봤을 때 처음에는 그것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경험은 공포심을 더 자극시킨다. 무엇인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막상 바라보면 사라지는 것, 그것을 반복하면 점점 더 신경이 예민해지고 비슷하고 불완전한 형체만으로도 무엇인가 살아있는 듯한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정면보다는 옆과 뒤쪽에 무엇인가 있는 느낌을 더 잘 받는다. 옷걸이에 걸려있는 옷도 어둠속에서는 마치 누군가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게 된다. 얼굴과 비슷한 형체에서 역시 쉽게 사람처럼 느끼게 된다. 옷과 함께 옷걸이에 걸어둔 모자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놀라운 것은 자신이 일부러 걸어둔 옷과 모자라는 것을 아는 경우에도 그 공포심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img src=http://brainew.com/writings/brain/ghost/SeeGhost.files/image017.jpg> 그림 9. 형체가 불분명해도 어둠 속에서는 쉽게 귀신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럼 천천히 일어나 다른 방으로 이동해보자. 이동하는 동안 모든 방과 통로는 겨우 위치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캄캄해야 한다. 다른 캄캄한 방으로 들어가는 순간 방안에서 뭔가가 노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것이다. 미리 방안 구석에 옷걸이와 모자를 걸어둔다면 어두움 속에서 어렴풋이 보이는 형상이 마치 귀신이 서있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것이 자신이 걸어둔 옷걸이라는 것을 아는 상황에도 그때 몰려오는 공포심은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또한 어딘가에 숨어서 자신을 노려보는 듯한 눈동자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뇌는 두 눈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회로를 가지고 있다. 특히 그 눈이 자신을 바라보는지 아닌지에 아주 민감하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기분이 들 것이다. 그것은 정면보다는 옆면이나 뒤쪽에서 자신을 노려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된다. 사람은 두 눈과 비슷한 형체의 빛이나 모양에 아주 민감하게 느낄 뿐 아니라, 전혀 아무 것도 없는 어둠 속에서도 마치 두 눈이 자신을 응시하는 것 같은 느낌을 쉽게 받을 수 있다. <img src=http://brainew.com/writings/brain/ghost/SeeGhost.files/image018.gif> 그림 10. 어둠 속에서 자신을 응시하는 두 눈은 극도의 공포심을 유발한다. 자신을 응시하는 두 눈에 민감한 이유 역시 그것이 어둠 속에서 맹수들이 노릴 때의 바로 그 모습이기 때문이다. 고양이과의 맹수들은 어둠 속에서 달빛만으로도 눈동자가 밝게 빛난다. 그 모습은 숲 속에 몰래 숨어 있더라도 쉽게 발각되곤 했다. 그 맹수의 눈동자에 공포심을 갖도록 진화된 것이 바로 뇌의 귀신 회로이기 때문에 두 눈에 아주 민감한 것이다. 방안에 창문이 있다면 그 역시 귀신을 볼 수 있는 좋은 위치이다. 가능하면 창문 밖이 칠흑처럼 어두워야 좋다. 창문을 직접 쳐다보지 말고 창문을 등지거나 측면으로 몸을 돌리고 그 창 밖에서 누군가 자신을 쳐다본다고 상상해보라. 그 상상만으로도 캄캄한 창 밑으로 몰래 고개를 내밀어 자신을 바라보는 눈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창문을 똑바로 바라보는 순간 그 눈은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그 후에는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문득 창문밖에 누군가가 노려보는 듯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img src=http://brainew.com/writings/brain/ghost/SeeGhost.files/image020.jpg> 그림 11. 캄캄한 창문 밖에서 당신을 노려보는 귀신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창문 이외에도 어둠 속에서는 방 구석 모퉁이에 무엇인가 거꾸로 매달려 자신을 바라보는 얼굴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은 한번에 네 방향 모두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방안에 있을 때도 언제나 측면과 후면의 모퉁이에 무엇인가 숨어있다는 잠재적인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그 역시 귀신처럼 사람을 닮은 형상으로 나타난다. <img src=http://brainew.com/writings/brain/ghost/SeeGhost.files/image021.jpg width=400 height=300> 그림 12. 당신이 보지 못하는 방 모퉁이에서도 귀신을 느낄 수 있다. 이 외에도 지하실과 같은 어두운 곳으로 혼자 들어가거나, 다락방처럼 좀처럼 드나들지 않는 곳을 들어가려는 순간 공포심을 느끼게 되는데 그 안에 무엇인가 숨어 있다는 느낌이 들게 된다. 이 역시 어둠 속에 숨어서 습격을 받는 위험을 피하기 위한 뇌의 반응이다. 이런 상황에서 불완전한 형체만으로도 사람과 비슷한 것을 보게 되는 착시현상이 일어나고, 공포심이 급증하게 되면 놀라서 귀신을 보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때 여자의 경우에는 반사적으로 비명을 질러 주변 사람들을 불러들여 위험을 피한다. 이러한 귀신에 대한 상황, 느낌, 반응, 결과 등은 과거 맹수가 사람을 습격하려는 상황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홀로 떨어져 있는 상황, 정면보다는 옆과 뒤에 대해 더 공포심을 느끼는 것, 무엇인가 자신을 몰래 따라오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 자신을 응시하는 두 눈에 대한 공포심, 창밖에 숨어 누군가 몰래 노려보고 있는 듯한 느낌, 어두운 곳을 들어가려 할 때 몰려오는 공포심, 그리고 귀신을 봤다고 느꼈을 때 여자들이 반사적으로 비명을 지르는 것 등 모두 일치한다. 이 귀신회로가 진화되면서 과거 야생에 살던 시대에 그런 공포심을 주는 상황과 환경을 극도로 피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고,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맹수에 잡혀먹는 가능성을 줄여 주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일제시대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호랑이에 잡혀 먹히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하지만 문명사회에서는 인간이 맹수의 습격을 받는 일이 이미 사라져버렸다. 맹수의 습격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이 회로는 이제 그다지 쓸모 없는 것이 되어 버렸고, 귀신회로로 남아 있는 것이다. <img src=http://brainew.com/writings/brain/ghost/SeeGhost.files/image023.jpg> 그림 13. 정면보다는 자신의 옆이나 뒤에 무엇인가 있다는 느낌에 더 큰 공포심이 유발된다. 착시현상은 뇌의 회로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를 역추적하는데 아주 유용한 과학적인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들어 많은 연구자들이 다양한 착시현상들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 뇌회로의 특성으로 설명한다.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은 뇌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일종의 가상현실이다. 뇌는 야생의 환경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 아주 많은 환상을 만들어 두었다. 귀신역시 뇌에 의해 만들어진 착시이자 착각에 의한 환상이다. 그것들은 앞으로 뇌 연구에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이다. 귀신은 더 이상 우리가 두려워해야 될 대상은 아니지만, 무조건적으로 거론할 가치조차 없는 것으로 취급해야 할 이유도 없다. 모든 착시현상들 중에서 귀신만큼 독특한 현상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좀더 관심을 가지고 관찰해야 할 흥미로운 뇌 현상으로 다뤄야 한다. __ 쇼팽 http://brainew.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