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AIST ] in KIDS 글 쓴 이(By): benedikt (알렉스) 날 짜 (Date): 2000년 12월 1일 금요일 오전 02시 33분 21초 제 목(Title): Re: 타협과 토론의 문화 부재 --- 스스로 높은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대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대화를 구걸하는 것만큼 비굴한 일도 없습니다. 제가 들은 바로는 노조측에서 전혀 학생들의 입장에 대해 미안하다거나 이해해달라는 말을 한 일이 없다는데, 나는 잘못이 없으므로 대화할 필요가 없다는 사람들에게 대화라는 방법을 계속 시도하는 것은 상당히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생각됩니다. --- 네, 우리가 대화를 시도했었고, 또 노조측에서 양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저도 들어서 압니다. 하지만 대화는 구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대화를 거부당했을 때 계속 대책없이 대화를 시도하자는 이야기를 했던 것도 아닙니다. 대안이 힘을 쓰는 것 이외에는 없었냐는 문제 제기를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법과 질서는 왜 존재하는 것입니까? 법적인 대응 - 기본 생활권 부터 기숙사비 반환 소송 등 - 을 시도해서 노조측에 압력을 가할 수도 있고, - 이보다는 가능성 다소 희박한 이야기지만 - 언론을 이용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이밖에도 다른 압력 수단은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압력을 통해서 난방을 재게시키거나 적어도 노조가 학생과 대화다운 대화를 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었으리라고 전 믿습니다. 물론 학생은 다수이고 노조는 소수이기 때문에 힘을 행사한다면 노조는 당하게 되있기 마련이기에 물리력의 행사가 가장 간단한 방법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로써 학생과 직원간의 반목의 골은 깊어질대로 깊어지고 말았습니다(물론 이전부터 사이가 나쁘기는 했지만, 이번 일은 아마 거의 결정적일 겁니다). 이번 일이 끝나도 앞으로 계속 얼굴 마주할 사이에 사태가 이정도까지 흐른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까요? 그리고 노조가 다시 난방을 끈다면 이제 노조도 천막 때려부수는 정도로는 꼼짝도 안 할 것이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아무튼 이런 파국은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듭니다. --- 아, 물론 천막 철거와 같은 행동이 아주 잘한 짓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충분히 이해되는 행동이죠. 노조가 현재 협상해야 할 문건에 대해서 학교 측이 협상에 제대로 응하지 않는다고 행정 업무를 중단하거나 시설 관리를 그만 두는 일도 일견 이해는 됩니다. 그러나, 그러한 행동이 학생들까지 피해를 입게 만들어서는 안되었던 거죠. 그점에 대해선 동의하시리라 생각됩니다. --- 저도 앞서의 글에서 학생들의 행동이 이해가는 행동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 미숙했고 무자비했습니다(도데체 노조원들과 "대화"하러 갈 때부터 카터 칼이랑 각목 챙겨가는 건 무슨 태도입니까? 배우는 학생들이.. 이 역시 현장에 있던 비대위 관련 친구의 증언입니다). 저는 그 점이 아쉬웠던 겁니다. 그리고 전 학생들까지 피해를 입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로 않되는지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단순히 노와 사간에 갈등하는 기업내의 파업과는 달리 학교에서의 파업은 학교는 단순히 고용주이고 그 직접적인 서비스의 대상이 학생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쟁의의 대상은 당연히 학교 또는 정부고요. 그렇다면 난방 담당 직원들은 파업할 권리도 없는 걸까요? (이번 건은 단순히 파업을 한 것만이 아니라 대체인력 투입까지 막았기 때문에 저로서도 노조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밝혀둡니다. 그런데, 보통 기업의 파업시 대체 인력 투입에 대해서는 노조측이 어떻게 반응을 하는지 궁금하군요. 아시는 분 계신가요?) --- 지성인이니까 지성인답게 대화로 해결하자... 좋은 의견 이긴 하지만... 꿈 깨시길.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적어도 제 현실에 대한 인식 안에서는 그렇습니다. --- 현실인식이야 각자의 몫일테니 저로서도 선배님의 현실인식을 감히 비난하거나 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이런 분위기에서 몸싸움이 난무하는 국회, 목소리 큰놈이 이기는 사회가 생기는 - 그 역 또한 참이겠죠 - 것이라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듭니다. 또, 장황하게 글을 썼군요. 제가 간결하게 글 쓰는 요령이 없어서 그러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요약하자면 1. 다른 대안이 있었고, 아마 그 대안은 좀 느리더라도 좀 더 영구적이고 도덕적으로나 사회 통념상 옳은 것이었을 것이다. 2. 이번에 노조가 잘못했다는 생각은 들지만, 노조의 파업에 학생은 피해를 보아서는 않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3. 대화를 시도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현실론을 앞세워 대화를 포기하는 것보다는 정당하다. ..입니다. @ 선배님을 대상으로 글을 쓰자니 좀 어렵군요. 무례한 표현이 있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