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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IST ] in KIDS
글 쓴 이(By): mauvais (김유익)
날 짜 (Date): 1995년01월15일(일) 12시36분23초 KST
제 목(Title): re: 윗분 예의좀 지키시죠



저는 위의 글을 쓴 게스트가 누군지도 모르고 아무관계도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할일 없는 사람도 아닐텐데 힘들여 기사를 타이핑한 그 사람의 심정은
이해가 갑니다. 사실 대한민국은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나라인데 서울과학고
학생들이 서울대를 가든 말든 누가 상관할 일은 아니죠. 하지만 대한민국의 
교육현실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를 한번 생각해보고 서울대학교가
싫든 좋든 그러한 현실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서울대학교가 해방이후 대한민국의 수많은 인재를 양성해서 조국의 발전에
공헌한 것을 모른 체 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서울과학고 문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일 아닌가요? 과학고 이야기로 돌아가 봅시다. 저는 경기과학고
5기를 수료하고 과기대 89학번으로 입학한 학생입니다. 경기과학고는 과학고
중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학교이고 저희 학교의 초대 교장이신 홍창기 선생님이
바로 과학고라는 교육시스템을 만드신 분이기 때문에 그 설립취지나 배경을 
잘 알고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과학고가 만들어진 큰 이유중의 하나는 
과기대와의 연계교육이었습니다. (과학영재교육....여러가지교육적 이유들은 
대강 짐작이 가실테니 일일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비록 명문화되어 있지 않고
과기대와 과학고가 소속이 다르기때문에 제도적 보완이 뒤따르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사실은 과학고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아무도 부인할 수없는
것이죠. 이러한 연계교육은서울과학고가 생기기전까지 별 무리없이 진행되어
왔습니다. 물론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일반대학에 과학고 학생들이 진학할 수 
없도록 과학고가 구조화되어있던 것도(수험방식이 완전히 다르니까) 옳다고만
말할 수는 없겠죠. 그런데 홍교장 선생님이 은퇴하실 무렵 서울과학고가 생기고
이학교는 완전히 독자적인 행보를 걷더군요. 처음부터 일반대반 과기대반을
나누어 전체학생의 1/3만 과기대 반으로 가게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
과기대에 있던 과학고 출신 학생들은 우려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서울과학고
라는 한 학교가 종래의 불문율인 연계교육을 깰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너무나 짐작하기가 쉬웠기 때문이죠. 그리고 오늘의 현실. 우리의 우려는
기우가 아님이 드러났습니다. 서울과학고의 서울대 다수 진학에 언론은
거의 열광적으로 반응했고, 이제 과학고는 거의 서울대 진학의 지름길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서울과학고뿐이 아니죠
불과 수년사이에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난 전국의 과학고에 더이상 과거의 
과학고 시스템은 의미가 없습니다. 혹자는 이제 고교평준화마저 해제되면
과학고는 전국적인 명문고 체인망을 형성하지 않겠느냐 하더군요. 
과학고 설립 10년이 이미 지났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과학고-과기대 연계교육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이제는 흔들리고 있습니다.
불과 설립5년인 서울과학고는 전국최고의 명문고등학교, 과학고의 총아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서울대 진학이었죠.
이제 우리는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초기의 과학고에서
피땀흘려 공부하고 집떠나 대전에서의 타향살이까지 마다않아야 했으며 
바로 졸업직전까지도 왜 명문대를 진학하지 않았느냐는 얼빠진 질문을
받아야 했던 우리의 수고는 누가 보상해 줄까요? 극도의 피해의식.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서울과학고의 신화적인 대기록 창출(언론의 표현
대로라면) 이 사람들에게 정말 신화로 받아들여지고 국가의 정책을 믿고
따른 사람들이 오히려 피해를 받는 왜곡된 현실에서 결코 남들처럼 서울과학고
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낼 수 없네요. 하고 싶은 이야기, 할 수 있는 이야기
무척 많지만 (제가 요새 과학고가 어떻게 우스꽝스럽게 돌아가는지 들었던
이야기들) 감정적인 논쟁 피하고 싶어 이만 줄입니다. 전 과학고 학생들이
모두 과기대 진학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단지 과기대 오겠다는
학생조차 그학교 별볼일 없는 학교이고 우리학교도 신문에서 빛좀 보고 교육청
윗분들에게 칭찬받아야 되지 않겠느냐며 뜯어 말리는 사람들이 한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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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우리에게 100년동안의 고독이라는
        운명이 주어졌을까? 마콘도에 모래바람이 불어
   오는날 우리가 나눌 한잔 술을 기대하며 KAIST 김유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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