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Japan ] in KIDS 글 쓴 이(By): chang (장상현) 날 짜 (Date): 1999년 7월 5일 월요일 오후 11시 56분 31초 제 목(Title): Re: [Q]일본대학의 교수와 학생의 관계 이건 사실 대학마다 연구실마다 다른것 같네요. 물론 일본의 체제는 서구의 것보다는 훨씬 권위적이죠. 전에 어떤 한국의 교수님이 한국의 교수들은 일본과 미국의 나쁜점만 배웠다고 하던데.. 한국의 소위 서열이라는 것은 일본의 대학체제에서 본딴겁니다. 교수는 왕이고, 조교수는 총리대신 조수는 말단 직원 학생은 서민... 전형적인 체제는 한 강좌에 교수가 있고.. 교수의 말은 그냥 법이죠. 그리고 몇명의 조교수가 있는데 조교수는 교수를 무조건 따르며 보좌해야하는데 이건 별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고.. 교수가 지명한 한 명만이 교수가 은퇴하면 교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답니다. 만약 조교수들이 다 말을 안들으면? 그럼 교수를 딴 대학에서 조교수하는 후배를 불러오는 수가 있죠.... 그럼 조교수는 은퇴할때까지 교수가 못됩니다. 딴 대학으로 전근가든가.. (현재 우리 연구실에 조교수 한명이 조교수로 은퇴할 것이 확실하더군요..) 조수 역시 조교수가 되려면 심하게 경쟁해야죠. 그래도 내가 만나본 상황으로는 젊은 세대의 생각도 변하고 (안되면 딴대학으로 가버리지라고 생각하는지) 교수들도 그런것에 적응하는 듯 그렇게 서열에 의해 횡포를 부린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습니다. 물론 엄연한 서열이 존재함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조수는 학생과 같이 방을 쓰며, 교수회의에는 참여하지 못하더군요. 직원회의에는 참여합니다. 비서나 학생이 부를때는 조교수, 교수는 센세이, 조수는 ..상이라고 부르더군요. 하지만 조교수나 교수를 ..상이라고 부른다고 큰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죠. 교수는 조교수를, 조교수는 조수를 ..군이라고 부르더군요. 호칭에 대한 서열은 오히려 한국보다 엄격해 보였습니다. 우리처럼 나이 젊은 사람을 ...박사나 ..교수라고 부르지는 않더군요. 내가 있는 곳에는 조교수까지는 자기 방을 주고 (안주는 곳도 많습니다.) 조수는 대학원생과 방을 같이 씁니다. 일종의 방장노릇을 하죠. 나는 포스트닥터로 따져보면 방장인데.. 우리방은 조수가 없으니까 비서가 청소를 해주지 않고 전화도 없죠. (조수방에는 전화가 있고 청소를 해준다는 얘기) 학생들이 한국처럼 종노릇은 안하지만 역시 서열은 존재합니다. 일단 강좌의 파티가 있으면, 제일 아래학번 대학원생부터 힘든 일을 시키더군요. 장보기 요리 설거지는 전부 신입 대학원생의 몫입니다. 그밖에 잡일은 학기 시작할때 저학년들을 골라 한가지씩 부담시키고요.. (회계, 오락...) 전에 나고야대학 물리학과도 보니까.. 조교수가 한명 교수에게 잘못보여서 업적도 훌륭하고 나이도 꽤 많은데.. 그 교수 은퇴할때까지 교수 심사에서 번번이 떨어졌었죠. 어떤 조교수는 원래 꽤 유명한 사람이었다는데 교수들에게 심하게 밉보인 후에. 강의 때 말고는 학교에 나오지 않고, 방마자 없어졌더군요. 두 대학에서 공통적으로 느낀것은 상당히 민주적인 절차를 중시한다는 거였습니다. 서열은 존재해도, 누가 뭘 담당해야 한다던가 이것 저것.. 회의를 통해 결정합니다. 그래서 보직교수 회의. 교수회의, 교수+조교수 회의, 교수,조교수, 조수 회의, 교직원+학생 회의.. 등 회의가 정말 많더군요, 그래서 연구시간 많이 뺏긴다고 불평을 하던데.. 나랑 친한 조교수의 농담이.. "만약 참여 안하고 어디 여행갔다가는 돌아와보니 연구실이 없어지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니까".. 근데 실제로 그런 일도 일어난데요 소위 "이지메"죠. 학생이 교수와 동료냐?는 사실 좀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아마 학생이 뛰어나고 적극적이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한국에서도 가능한 얘기죠.) 보통은 안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나와 조교수와 학생이 하는 일에서 학생의 일은 주로 조교수와 내가 지시한 계산을 수행하는 것이죠. 만약 학생이 아이디어가 있으면 얘기해보라고 하지만.. 그런 일은 거의 없습니다. 나고야대학에서도 거의 학생의 역할은 교수가 지시한 실험이나 계산을 수행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 실험실의 몇몇 외국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실험실도 그렇게 다르지 않더군요. 한 외국인 학생은 교수가 너무 이래라 저래라하는게 싫어서 교수에게 '그런식으로 지시하지 마라. 확실히 결과를 내줄테니 실험은 내가 생각하는대로 하겠다'고 했대요. 일본학생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지만 외국인이라 가능했다고.. 어떤 프랑스 포스트닥터는 과학원서 포스트 닥터를 하다 여기를 왔는데.. 두곳다 교수가 왕노릇하는게 보기 싫다고.. 그런데 한국이 더 심했다고 생각하는듯. 비교적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학생들은 거의 동경대 학생들이었는데.. 우수한 자질도 있겠지만 일본 최고대학의 학생이라는 자부심도 큰 듯. 전에 나한테 이메일을 보내 내가 예전에 쓴 논문을 가지고 무슨 실험을 고안했다는 동경대 학생은 처음에는 포닥이나 고학년인줄 알았더니 석사과정 학생이더군요. 놀랍게도 혼자서 실험하나늘 고안해서 결국 다음해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 지도교수도 만나 봤는데.. 그 학생을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미국의 경우 교수가 대학원생에게 연구비를 주는 경우가 많죠.. 이때는 학생이 교수에게 고용된 것이나 다름없으니 열심히 일을 해야하죠. 만약 학생이 영 시원치 않으면 해고하듯 연구비를 자를 수도 있는것이니까 일본은 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국가장학금을 따거나 하더라도 교수한테 직접 돈을 받지는 않더군요. 포닥월급도 국가에서 직접 주니까.. 중요한것은 교수와 학생의 관계는 분명,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 정의된다는 것이죠. 수평관계가 아닌 수직관계입니다. 이것을 교육의 의무로 생각하는 교수도 있고, 부담으로 생각하는 교수도 있습니다. 한가지 느낀 것은 교수가 이 학생은 나의 "밑"에 있는 사람으로 생각한다면, 그 교수는 그 학생의 장래도 봐줘야 하는 책임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런 양식은 한국 대학의 기본에 영향을 주었으나, 50대 이후 세대는 주로 미국의 영향을 받으면서 한국 대학은 좀 희안한 식이죠.. 아까 말한 교수님 표현으로는 젊은 교수들은 윗사람에게는 "우리 미국식으로 하자" 고 맞먹으면서, 학생에게는 일본식 서열을 강조한다고.. 장상현 e-mail : schang@tuhep.phys.tohoku.ac.jp http://www.phys.ufl.edu/~scha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