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gul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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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ngulKorean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호연지기)
날 짜 (Date): 1999년 2월 26일 금요일 오후 10시 39분 24초
제 목(Title): 한21/중국사람 한국한자 몰라요 


 

중국사람 한국한자 몰라요 
발음 달라 외국관광객 편의도모는 억지… 얻을 것은 국민들의 불편 뿐 

 (사진/한자가 함께 쓰여진 거리 안내판. 한자를 사용하는 외국인관광객일지라도 
실제 발음이 달라 거리를 찾는 데는 오히려 혼란만 더할 뿐이다.) 

신낙균 문화관광부 장관은 지난 2월9일 국무회의에서 “현행문자정책(한글전용)의 
기본 틀 속에서 미래지향적인 실용적 한자병용(한글과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 세부 내용은 세가지로, 첫째 공문서 한자 병기, 두번째 도로표지판 
한자 병기, 세번째 한문교육체계 재검토다. 문화부는 이 정책을 공청회 등 
여론수렴 과정도 없이 강행하려 하고 있으나, 이 정책의 실효성과 취지는 심각한 
의문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공문서·도로표지판 등의 한자 병기가 한글전용이라는 
어문정책의 기조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공박1 공문서 한자 병기 



"실효성 없다" 행자부도 반발 


먼저 공문서에서의 한자 병기 문제를 보자. 문화부는 “인명, 지명, 역사적인 
명칭, 해석상 혼란의 소지가 있는 용어 등 ‘한자가 필요한 경우’, 현재 
한글전용인 정부 공문서에 한자를 병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이런 한자병용이 별 실효가 없다는 데 있다. 서울대 언어학과 이현복 교수는 
“사람들은 ‘이순신’(李舜臣)이나 ‘경복궁’(景福宮) 같은 말의 한자를 몰라도 
그 말이 의미하는 바를 훌륭하게 알고 있다. 그 한자의 원래 뜻을 밝히는 일은 
어원학자나 한문학자가 할 일이다. 왜 일반인들에게 한자를 쓰는 불편을 
강요하는가”라고 비판했다. 

비판의 목소리는 공문서 문제를 총괄하는 부처인 행정자치부에서도 나왔다. 
행자부는 이 방침이 발표된 직후 “70년 국무총리 훈령에 따라 한글로만 적어온 지 
이미 30년 가까이 지났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한자를 병기하는 것은 신중이 
검토할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30년간 한글로만 적어왔어도 별 문제가 
없었는데, 구태여 한자를 병기할 필요가 있느냐는 볼멘소리다. 

더욱이 한자병용은 일의 효율을 떨어뜨릴 가능성도 있다. 문서를 작성하는 
공무원이 고유명사나 해석상 혼란이 있는 단어에 한자를 병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확한 한자를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그런 뒤 한글로 그 한자의 소리를 적고 다시 
이를 한자로 하나씩 바꿔야 한다. 몇배의 수고를 더해야 하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에게 한자 병기는 불편이나 위화감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정부에서는 
그동안 이를 해소하기 위해 어려운 한자어나 일본식 한자어를 쉬운 말로 고쳐쓰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이를테면 ‘취로’는 ‘생계지원’, ‘날인하다’는 
‘도장찍다’, ‘대호’는 ‘관련문서’, ‘설해용사’는 ‘미끄럼방지모래’로 
바꿔왔다. 이런 순화 용어는 수천 단어에 이른다. 행정자치부의 김기재 장관도 
국무회의에서 “지금까지 우리말 풀어쓰기의 노력이 진전을 보여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자병용은 이런 흐름에 제동을 걸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어려운 
단어에는 한자를 병기해 뜻이 정확해졌으니, 쉬운 말로 고치는 작업은 별로 
필요없다는 논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한자의 불편을 덜기 위해 
전 국민이 다시 한자공부를 해야 하는 억지 같은 상황도 일어날 수 있다. 결국 
한자 병기는 문화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한글·한자 혼용과 한자 교육 강화로 
이어질 개연성을 짙게 띠고 있다. 


공박2 도로표지판 한자병기 

 

발음 달라 오히려 더 혼란 


외국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도로표지판에 한자를 병기하겠다는 발상도 사리에 
맞지 않는다. 문화부는 “98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 425만명 중 
한자문화권이 주축이 된 동남아권 국민들이 전체의 71.3%를 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동남아권 국가 중 한자를 쓰는 나라는 한곳도 없다. 한자를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국뿐이다. 98년 통계에 따르면 전체 
외국 관광객 중 일본인은 46%, 중국(대만, 홍콩 포함)인은 13%였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문제가 있다. 한·중·일 3국의 한자 발음과 모양이 달라 서로 
잘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가 ‘慶州’라고 쓰고 ‘경주’라고 
읽는 데 비해 중국인은 ‘칭저우’, 일본인은 ‘게이슈’라고 읽는다(최근 들어 
일본에서는 한국·중국의 한자 고유 명사에는 가타카나를 붙여 현지 발음에 가깝게 
발음한다). 또 사람 이름도 마찬가지다. 김대중(金大中)을 중국인은 ‘진다중’, 
일본인은 ‘긴다이주’라고 읽는다. 말로 할 때는 소통이 어려운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선시대의 사신들처럼 필담을 나누는 수밖에 없다. 

글자에서도 마찬가지다. 3국은 한자를 쓰고 있으나, 같은 한자가 아니다. 
중국(본토)은 지난 56년부터 간체자를 만들어 쓰고 있다. 많이 쓰이는 한자를 
간단하게 고쳐 쓰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간체자는 한국인이나 일본인이 거의 읽을 
수가 없다. 거꾸로 간체자만 써온 일반 중국인들은 우리가 쓰는 한자(번체자)를 
거의 읽지 못한다. 

베이징대 중문과에 다니는 유학생 최용만(32)씨는 “중국에서 번체자는 소수의 
지식 계층만 읽고 이해한다. 또 공항은 기장(機場), 화장실은 위생간(衛生間), 
열차역은 화차참(火車站), 버스정류장은 기차참(汽車站), 부부는 애인 등 우리와는 
단어 자체가 다른 것이 많다. 우리가 표지판에 우리식 한자 단어를 번체로 쓴다면 
중국인들에게는 거의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도로표지판에 한자를 병기하겠다는 것은 주로 일본인 관광객들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처럼 약자를 쓰기는 하지만 한자 모양이나 단어 등이 대체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재일동포인 연지미(30)씨는 “일본인들이 한국에 와서 
표지판이나 간판 등이 한글로만 써 있어 불편하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한자병용을 
한다면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에 대해 한글단체들은 “한 나라의 문자정책이 외국 관광객들의 편의에 
따라 좌우된다”는 비판을 가한다. 한글학회 유운상 사무국장은 “이미 알파벳을 
병기하는 상황에서 단지 일본 관광객들을 위해 한자까지 병기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표지판은 일차적으로 한국인들을 위한 것이다. 더욱이 한글, 
알파벳, 한자 등 세 문자로 적었을 때 운전자들이 혼란스러워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도로표지판을 세가지 문자로 적는 나라는 전세계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박3 전통문화 계승 발전 도모 



한자와 한문은 다르다 


한자교육을 통해 전통문화의 계승·발전을 꾀한다는 계획도 허구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문화부는 “국어연구원이 고전에 나타난 한자의 빈도를 연구한 결과 
한자 2천자를 익히면 우리 고전의 95%를 해독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한자’를 아는 것과 ‘한문’을 이해하는 것이 전혀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서울대 국문학과 조동일(60) 교수는 “한자를 병용·혼용하더라도 한문을 제대로 
읽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개개 한자나 일본식 한자 단어를 많이 안다고 한문 
고전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현대 중국인이나 일본인조차 고전을 
읽기 위해서는 한문을 따로 배워야 한다. 우리도 전통문화의 계승·발전을 
원한다면 중·고등학교에서 체계적으로 한문을 가르쳐야 한다. 한글전용이나, 
국한문혼용·병용은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별 관계가 없다. 혼용·병용론자들은 
이를 착각하고 있다. 그리고 되도록 다수가 한문을 배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문은 중국글이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의 글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정부의 이번 한자병용 방침은 일부 외국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장차 이 나라의 문자정책을 한글·한자 혼용으로 끌고가기 위한 사전 조처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한자병용은 대체 우리 국민에게 무슨 이로움이 있는 것일까? 

김규원 기자 


gim@ma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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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1999년 03월 04일 제2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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