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gul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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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ngulKorean ] in KIDS
글 쓴 이(By): sjyoun (예리큰아빠)
날 짜 (Date): 1998년 10월  9일 금요일 오전 01시 10분 55초
제 목(Title): 한겨레]한글반포 552돌 한글날에/김계곤/한


번호 : 2/7                 입력일 : 98/10/08 20:50:29      자료량 :68줄

  제목 : [논단]   /한글반포 552돌 한글날에/김계곤/한글학회 부회장/
자료원 : 한 겨 레

   나는 가끔 다음 물음을 던져 놓고 생각에 잠길 때가 있다. “우
  리말을 자유자재로 적을 수 있는 한글이 없었다고 가정하면 오늘
  날의 우리 말글살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해답은 사람에 따라
   다르겠으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역대 왕조의 말글살이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극소수의 계층만 한자를 적기 수단으
  로 하는 한문에만 전념하고 있을 것이며, 그밖의 사람들은 모두
  까막눈이 되었을 것이다. 아니면 우리말을 적어 보려고 이두식 적
  기도 꾀해 보고 글자 구실도 제대로 못하는 일본의 가나글자를 빌
  려 썼을지도 모른다.

   그와는 반대로 “세종성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한 그 당시부터
  오늘날과 같은 말글살이를 했다고 가정하면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우리말을 더욱 넉넉하게 아름답게 그리
  고 깨끗하게 가꾸어 왔을 것이다. 그 결과 드높은 고도의 문화와
   문명을 누리고 있을 것이다. “말이 오르면 나라가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가 내린다”고 한 주시경님의 말 그대로 우리나라는
   외세의 침략도 없는 평화롭고 자유로운 세계 일등국이 되었을 것
  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서 이런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은 중국말을 쓰느냐 일본말 쓰느냐?”고 묻고 거기
  에 이어서 “글자는 한자를 쓰느냐 가나를 쓰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우리말이 있고 우리말을 적는 한글이 있다”고 답하면
  “당신은 당당한 문화민족의 한 사람이다.”라고 자리매김을 하더
  라는 것이다. 유네스코 교육문화 부문에서 문맹 퇴치에 공이 큰
  나라에 상을 주는데 세종상이라고 이름한 것은 세계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은 나라가 한국이며, 그 혜택은 한글에서 왔고 한글을 만
  든 이가 세종성왕이라는 데 연유된 것이다. 근년에 훈민정음을 세
  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것도 같은 뜻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1945년 광복이 됐고 48년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
  었다. 정부 수립과 동시에 한글전용법이 법령으로 공포되어 지금
  에 이르렀다. 그 사이에 간헐적으로 한자 세대가 묵은 습관을 버
  리지 못하고 한자 혼용을 끈덕지게 주장해 왔다. 그러나 글자살이
  의 큰 흐름은 한글 전용의 방향으로 도도히 흐르고 있다. 그런데
   한자 혼용론자들은 기어코 막아 보겠다고 나선다. 요즈음은 언론
  의 힘을 빌려서 한글 전용이 과학 교육을 망치고 나라를 망친다고
   극단적인 말을 하고 있다.

   우리 말글 정책이나 한자·한문 교육에 있어서 교육부의 교육과
  정은 더 손댈 데가 없다고 본다. 현재 그대로 충실을 기하면 된다
  . 아이엠에프 한파로 불안한 사회인데 공연히 평지풍파를 일으켜
  서 더욱 어지럽게 해서는 안된다. 한자 세대가 항상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은 한자·한문을 교육하지 말자고 하는 것으로 오인하
  고 있는 데 기인된다. 한글 전용을 주장하는 편에서도 한자·한문
   교육은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처음부터 내세운 주장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어려운 한자 습득의 부담을 지우지
  말자는 것이다. 어른들의 주장이 한창 성장하는 천진난만한 어린
  이들에게 큰 짐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국민의 정부에 바라고 싶은 것은, 지난날 노태우 대통령 재임시
  에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배제한 것을 바꿔 국경일로 제정해 주기
  를 바란다. 또 한글 전용 법률 50주년을 기념하여 한글 전용 법률
  (“대한민국의 공용 문서는 한글로 쓴다. 다만 필요한 경우 얼마
   동안 한자를 병용할 수 있다”) 가운데 `다만' 부분을 삭제해 주
  기를 바랄 뿐이다. 앞으로 우리들이 할 일은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잘 가꾸어 가도록 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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