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ngulKorean ] in KIDS 글 쓴 이(By): sjyoun (예리큰아빠) 날 짜 (Date): 1998년 9월 22일 화요일 오전 10시 35분 14초 제 목(Title): 한겨레]외래어 수용의 바른 길/김세중 번호 : 7/1214 입력일 : 98/09/21 20:57:47 자료량 :68줄 제목 : [논단] /외래어 수용의 바른 길/김세중/국립국어연구원/ 자료원 : 한 겨 레 우리 국민들 사이에 외래 문화와 외래어 수용에 대해 극단적인 태도가 공존하고 있음을 자주 보게 된다. 한쪽은 국수주의적이라 할 만큼 외래어 받아들이기에 배타적이고 다른 한쪽은 외국어를 조금도 가감 없이 국어 속에 그대로 쓰려고 한다. 배타적인 태도의 예를 보자. 외래어는 원음을 고려할 필요 없이 우리 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믿는 쪽이다. 로스앤젤레스 대신 에 나성, 네덜란드 대신에 화란이라고 하자는 식이다. 이런 쪽에 서는 중국과 일본의 지명, 인명도 우리 한자음으로 불러야 한다고 믿는다. 후진타오 대신 호금도, 오부치 게이조 대신에 소연혜삼 이라고 하자는 식이다. 이와는 반대로 외래어는 외국어 원음을 될 수 있는 대로 살려서 적어야 한다고 믿는 이들이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났다. `file'에 서 온 외래어는 화일이 가깝지 파일이 뭐냐고 비판하기도 하고 아 예 원음을 살리기 위해서 `파*일'로 적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 다. 그러나 화일도 영어 원음과 꼭같지는 않으며 원음과 다름은 파일이나 매한가지다. 또 `파*일'로 적으면 f를 나타내기는 하겠 지만 이렇게 되면 국어에 없는 외국어의 소리를 적기 위하여 얼마 나 많은 새 글자를 만들어야 할지 모른다. 새 글자를 만들어 쓰더 라도 그것은 외국어에 능통한 사람만 읽을 수 있고 일반인에게는 소용이 없으므로 무의미한 일이다. 외래어에 대한 극단적인 생각은 어느 쪽이든 우리 스스로를 곤경 에 빠뜨린다. 일본의 지명을 우리 한자음으로 표기하기로 한다면 오키나와 대신에 뭐라 할 것인지 삿포로 대신에 뭐라 할 것인지 궁금하다. 일본의 지명, 인명에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쓰이지 않 는 한자들이 있어서 한자음이 아예 없거나 있다 해도 알기 어렵다 . 그러나 무엇보다도, 한글로 적을 수 있는 일본어, 중국어 발음 을 굳이 외면하고 원어와 동떨어지게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외래어를 원음을 충실히 살려서 쓰는 것도 우리에게 큰 부담을 준다. 로키산맥이라 하지 말고 라키산맥이라고 적으면 영어 발음을 훨씬 잘 나타낸다는 의견도 있지만 `golf'와 같은 말은 한글로 어떻게 옮기든 영어 발음을 잘 나타내지 못한다. 한글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외국어 소리가 많음을 알아야 한다. 외국의 지명, 인명도 우리나라의 신문과 잡지, 책에서는 한글로 표기할 수밖에 없다. 즉 국어 생활에서는 외국의 지명, 인명은 외래어이며 외래어는 우리말이지 외국어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 다. 요컨대 외래어를 수용함에 있어 극단적인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외국어 발음을 받아들이되 국어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만 받아들이는 중용의 자세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외래어와 외국어의 구별에 대해 짚어 보고자 한다. 외래어는 국어 생활에 필요해서 외국어로부터 받아들인, 국어의 일부이다. 이에 반해 외국어는 국어 생활에 필요치 않은, 국어 생 활에서 써서는 안 되는 말이다. 최근 미국에서 들어온, 원래 영어 제목이 `Wag the dog'인, 한 영화는 '왝더독'이라 이름이 붙었다 . `Wag the dog'이란 '개 꼬리가 개를 흔든다'는 말로서 본말이 전도되었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왝더독'으로는 그런 뜻을 전혀 짐작할 수 없다. 번역하지 않고 소리를 한글로 옮기기는 단어에 한정되어야지 외국어 문장을 통째로 한글로 옮기는 것은 국어 생 활에 외국어를 섞어 쓰는 셈이다. '왝더독'과는 달리 '라이언 일 병 구하기'는 원래 영어 제목인 `Saving Private Ryan'을 잘 번역 하였다. 외래어 수용의 바른 자세가 무엇인지 관련 종사자들의 깊 은 성찰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