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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llymUnv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시애랑) <r49h171.res.gat> 
날 짜 (Date): 1998년 10월  5일 월요일 오전 09시 51분 21초
제 목(Title): [애랑]유학일기-98.9.19토



98.9.19 토

오전에 외국인 학생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봉규씨와 함께
거기에 참여했다가 오후에 봉규씨가 잘 아는 한인 고등학생
들이 운전을 해주어 봉규씨와 함께 애틀란타시의 한인거리에
쇼핑을 갔다. 한인식품점에서 쌀과 반찬등을 사고, 또 쇼핑몰
에 가 결국 모니터 파워 코드를 5불이나 주고 샀다. K-mart에
도 들려 기타 필요한 물건들을 샀다. 이제야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자판기에서 뽑은 인스턴스 식품으로 
버텼는데, 정말 고역이었다.

외국인 학생 오리엔테이션(International Students' Orientation)
은 학부생 및 대학원생(석, 박사)으로 입학한 외국 학생들을 위
한 오리엔테이션으로 외국인 학생을 돌보는 ISSP 부서에서 주
관하는행사이다. 

오전의 1부 오리엔테이션에서는 먼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
는 '합법적으로 미국에 체류하는 법'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했
다. 만일을 대비한, 법적으로 상당히 복잡한 여러 가지 방법들에 
대해서 설명했는데,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은 처음 입국할 때 받은 
체류 허가 기간 안에 제대로 학위를 따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법적인 문제가 끝난 후, 기타 학생들의 생활에 관련한 여러 가지 
정보를 각 부서에서 나와 설명해 주었다. 죠지아텍 경찰서에서도
경찰 서장이 직접 와서 캠퍼스 범죄 및 캠퍼스에서 주의할 점에
대해서 소개를 하였다. 죠지아텍은 애틀란타시에서도 가장 우범
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데다가 소위 오픈 캠퍼스 형태(대도시에 
위치한 대학들에서 가끔 발견할 수 있는 캠퍼스 형태로 일정한
캠퍼스 구역이 구분되어 있지 않고 - 그러니까 담이 따로 있다던
가, 정문 및 후문이 있고 수위 아저씨들이 지키고 있는 것이 아
닌 - 도시 안에 건물 및 기타 필요한 대학 기구들을 세워 놓는
형태)라서 밤에는 캠퍼스를 맘놓고 걸어 다니지 못할 정도로 위
험하기 때문에 경찰 서장의 자세한 설명은 모두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내가 살고 있는 GLC의 오픈 캠퍼스나마 그 안에 위치한 것
도 아니고 완전히 캠퍼스 밖의 가장 위험한 곳으로 알려진 10th
street에 자리잡고 있어 범죄가 결코 남 얘기가 아니어서 귀를 쫑
긋 세우고 들을 수밖에 없었다.

점심을 먹고 난 후 열린 2부 오리엔테이션에서는 보스톤 대학교
에서 처음 미국에 온 외국인 학생들을 위해 만든 비디오를 시청
하고, 또 비디오 내용에 대하여 중간중간마다 현재 죠지아텍에
재학중인 외국인 학생들의 정착기나 경험기등을 듣는 유익한 
시간을 가지게 되어 참으로 좋은 말들을 많이 들었다. 파키스탄, 
인도, 독일, 아프리카 출신의 학생들이 차례차례 나와 비디오 내
용과 관련하여 자신들의 경험담을 얘기해 주었다.

비디오 내용은 주로 문화 충격, 낯선 곳에서의 정착에 따르는 
여러 힘든 점, 미국인들의 외국에 대한 무지로부터 오는 여러 
오해  등등에 대한 것이었다. 특히 미국인의 외국에 대한 무지
로부터 오는 오해에 대해서 여기 재학생들이 자신들의 경험담
들을 소개하여 한층 재미를 가하기도 했다.

확실한 것은, 비디오에서의 어느 미국인 학자가 말하기도 했
지만, 미국인은 정말 외국에 대해서 모른다는 것이었다. 이 
미국인의 외국에 대한 무지는 비디오에서의 학자가 말했듯 
미국이 세계의 중심이므로 미국에서 일어난 일은 세계 모든 
사람들이 다 알아야 하지만, 미국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서 미국인들은 굳이 알 필요 없다는 이들의 썩어 빠진 자만심
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세계 역사나 세계 지리에 
대한 학교 교육이 초등학교 6년 내지 중학교 1학년에서 끝난
다. 그 이상 더 알 필요 없다는 자만심에서 비롯된 잘못된 교
육 정책으로 그야말로 좁은 생각(narrow mind)이다'라는 그 
학자의 말에서도 이는 충분히 드러나고 있다.

컴퓨터 과학과 대학생으로 재학하는 파키스탄 출신의 학생은 
이점에 대해 이렇게 말을 했다. "자기가 미국에 와서 처음 지
낼 때는 미국은 세계 1등국이요 나의 고국은 2등도 아닌 3등
국에나 해당한다는 것에서부터 기가 죽어 미국인들에게 계속
기죽어 살았다. 이를테면 1학년때 나의 룸메이트이었던 미국
애가 가끔 밤에 자기의 여자친구들 데려오곤 했는데, 그때 나
는, 나 역시 그 방의 똑같은 권리를 가진 주인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냥 자리를 비켜주어 다른 친구의 방에 가 자곤 했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그래 이들이 선진국민인 것이 무엇이 
그리 잘 났고 내가 후진국에서 온 것이 무엇이 그리 못난 것이
냐'라는 생각이 들어 그때부터 정당하게 나의 권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어느날 룸메이트가 또 여자친구를 데려왔을 때 '나도 
이방의 주인인데, 너는 아무래도 너무 심한 것 같다.  비켜줄 
수 없으니 여자친구 데리고 다른 곳에 가서 자라'라고 똑똑히 
얘기했고, 이에 대해 그 미국인 룸메이트는 굉장히 미안해하며 
사과를 하고는 나갔다. 또 그 뒤로 한번도 그렇게 여자친구를 
방으로 데리고 온 적이 없었다. 이 미국인 친구는 아직도 나의 
제일 친한 친구이다. 내가 내 자신을 알고, 내 자부심을 스스로 
세울 때 비로소 미국인들을 정정당당하게 대하고, 또한 미국인들 
역시 자신을 공경해 준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프리카에서 온 학생은 이 파키스탄 학생의 말을 이어 다음과
같이 얘기하여 모두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미국인들이 외국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 것은 사실이다. 정말
황당할 때가 많았다. 여러분 한번 생각해 보라. 난 아프리카에서
왔다. 정말 별별 경우를 다 당해 보았다(I mean, I'm from Africa..
.I have had everything). '너 사자 사냥 나가 본 적이 있느냐?' 
'얼룩말(zebra - 아프리카산 얼룩말)을 타고 학교에 다닌다던데
사실이냐?' 등등... 한번은 하도 황당해서 '그래 우리 나라에는
차가 없어서 대신 얼룩말을 타고 다니는데, 얼룩말 엉덩이에 
차 표지판과 같은 것도 붙이고 다니고, 중간중간마다 얼룩말을
쉬게 하고 또 먹이도 먹이는 주유소 같은 것도 있다. 자주 이
용하면 공짜로 얼룩말을 씻겨 주기도 한다. 또 너무 과속해서 
얼룩말을 몰면 경찰이 잡기도 한다'라고 대답해 준 적도 있었다. 
내 경험을 볼 때 미국인들의 외국에 대한 무지에 대해서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인내심을 가지고(be patient) 차근차근
자신의 나라에 대해서 설명해 나가는 것이다. 미국인들이 황당
한 질문을 던질 때 그것은 외국인을 비웃고 놀리려고 하는 것
이 아니라 정말 몰라서 그러하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무식한 자
들 깨우쳐 준다는 자비심으로(이 말에 대해 옆에 서있는 ISSP 
사무실의 미국인들이 웃기도 했다) 화내지 말고 설명해 주는
것이 가장 좋다"

내가 미국을 올 때 생각한 바가 있어서 그런지 이들의 말이 마
음에 와닿았다. 어차피 난 미국인이 아니고, 또 미국인이 되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다. 미국에 와 산다고 미국인들을 흉내내며
미국인인마냥 행동하려는 것은 자아를 버리고 사는 것과 같을 
뿐이다. 가끔 유학 와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다보면 '미국 너무
조아..한국 너무 시로..'론을 펴는 경우를 보는데, 물론 여기의 사
회 시스템이나 기타 여러 면이 우리나라의 것보다 월등이 앞서
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런 것으로 인해 자아를 잃고 '맹목적 
미국 숭배'로 까지 가는 것은 그릇된 짓이라 생각한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똑똑히 알고, 자아와 자부심을 잃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생활에 적응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자신은 물론 미국인에게도 
당당한 나를 보여주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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