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allymUnv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시애랑) <r49h171.res.gat> 날 짜 (Date): 1998년 9월 30일 수요일 오후 09시 35분 45초 제 목(Title): [애랑]유학일기-98/9/17목 어제 수요일은 하루종일 고단한 일만 터지는 사고투성이의 날이 었다. 먼저, 새벽에 일어나 이것저것 마지막 정리를 하다가 잘못하여 면도날에 손가락을 크게 베었다. 피가 그치지 않고 계속 나와 짐 옮기는 데 무척 불편할 것 같아 굉장히 난감했었다. 그러다 가 화장실에 밴드를 찾아 다친 부위에 붙였더니 그제서야 지혈 이 되었다. 둘째, 비행기를 놓쳤다. 헐~ 무슨 지하철 놓치듯이 쉽게 비행 기를 놓친 것이다. 7시 10분 정도 되어 누나 및 매형과 함께 집에서 나와 뉴웍 공항으로 출발하였는데, 교통이 너무 막혀 8시 20분 가까이 되어 간신히 뉴웍 공항에 도착하였다. 국내 항공의 경우도 적어도 20분 전에는 체크인을 해야 하는데 25분 전에 공항에 도착한 것이다. 체크인 장소로 달려 갔는데... 아~ 내 앞에 30명은 넘게 줄을 서 있는 것이었다. 결국 비행 기를 놓치고 말았다. 다행히 1시간 후에 있는 비행기에 빈 좌 석이 있어서(막상 타보니 꽤 많았다) 9시 45분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곧바로 정환씨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얘기하고 1시간 후로 약속을 미루었다. 사실 오히려 잘 된 셈이었다. 차를 몰 고 나올 같이 사는 분과 1시간의 시간 차이 나는 것이 자연히 해결되었기 때문에 정환씨 역시 혼자 공항에 먼저 나와 있을 필 요도 없고 1시간씩 기다릴 필요도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나 역 시 원래 도착 시간보다 1시간 후인 12시 18분에 애틀란타에 도 착하는 것으로 바뀌었으니까. 셋째, 수요일의 사고중에 절정을 이룬 것인데, 정말 하늘이 무너 지는 것 같은 기가 막힐 일이 발생했었다. 기숙사 신청이 취소된 것이다. 기숙사 하나만 믿고 만리타향의 애틀란타까지 왔건만... 죠지아텍의 경우 기숙사 신청 마감일인 8월 12일 전까지 계약서 와 기숙사비 $1222(여기에 기숙사 신청비로 $120을 먼저 보내게 되어 있으므로 나중에 보내는 돈은 $1102)을 보내면 신입 대학원 생에 한하여 모두 기숙사에 배정해 준다. 기숙사에 있어서만큼은 신입생에 대한 배려가 나쁜 편은 아닌 듯. 단, 계약서는 Dept. of Housing에 보내야 하고 기숙사비는 Bursar's Office란 괴상한 발 음에 정확하게 담당하는 업무가 무엇인지 분명치 않는 사무실로 따로 보내게 되어 있어 우편값이 두 배로(각기 달리 보내야 하니 까~) 든다는게 좀 짜증나는 일이었다. 나의 경우 8월 2일에 계약 서와 $1102에 해당하는 수표를 우체국 우편에서 가장 빠르고(최 대 4일 걸림) 신뢰성 있는(반드시 수신자가 싸인을 해야 함) 국 제 특급 우편으로 각 사무실 앞으로 보냈으므로 기숙사는 당연히 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공항에서 정환씨등을 만나 죠지아텍에 와서 먼저 Dept. of Hous ing에 들렸다. 기숙사 신청이 취소된 것은 당연히 몰랐고, 난 그 저 내가 들어갈 햄필 아파트(Hemphill Apartment)의 내 방 열쇠 를 어디서 받아야 하는지 물어보려고 이 사무실에 잠시 들린 것 이었다. '이제부터 영어의 시작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온몸에 긴장이 돌면서 사무실 구좌에서 한 여자분에게 말을 걸었다. "Hemphill Apartment의 열쇠를 받으려고 한다. 어디로 가야 하는 가?". 여자분은 친절하게 메모지에 약도를 그려주었다. 그러면서 거의 지나가는 말로 "기숙사 신청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한번 확일해 줄까?" 하길래 OK하였다. 그 여자분은 자신의 컴퓨터로 걸어가서 조회를 시작하였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조회 시간이 이상하게 길다 싶었더니 그 여자분이 약간 긴장한 얼굴로 종이 한 장을 들고 내게 다시 오더니 "너의 기숙사 신청이 취소 되었다. 이 종이에 부동산 사무실 전화가 있으니 전화해 봐서 off-campus를 구하도록 하라"라는 것이었다. 아...하늘이 깜깜해지는 것 같았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다리 가 후들거리며 그 자리에서 퍽하니 쓰러지고 싶을 정도였다. 다 시 한번 확인해 달라는 말이 저절로 입에서 '영어'로 나왔다(지 금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완벽한 영어 문장으로 말했다). 그 친절한 여자분은 다시 한 번 확인해 주더니 "역시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취소(cancel)된 이유는 기숙사 비를 안 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아니 이런 말도 안되는 소리 가..그럼 무려 $1102나 적어 보낸 체크(수표)가 어디로 날아갔단 말인가! 곧바로 '데드라인 전에 국제 특급 우편으로 보냈다. 그 럴 리가 없다'며 완전히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기억나지 않는 완 벽한 영어로 했더니 '그러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서 저기 앉아 있는 저 여자분하고 얘기해 봐라'라고 하였다. 아마 그 여자가 기숙사를 전담하는 상관인 것 같았다. 곧바로 사무실로 들어가 내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 벌써 내 앞에 몇 학생이 여러 가지 이유의 기숙사 문제 때문에 그 여자와 한바탕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 이 여자 인상을 살펴 보았더니 한 눈에 보기에도 원래 성격이 깐깐해 보이는 데다가 갑작스럽게 밀린 업무에 짜증이 잔뜩 나 있는 표정이었다. 그런 여자를 붙 잡고 잘 되지도 않는 영어로 - 이 때는 약간 이성을 찾고 난 후 여서 다시 영어가 안 나왔다 - 해야 하다니. 갈수록 태산이었다. 내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 나는 몰랐지만 - 아까 그 친절한 여 자분이 내가 너무 불쌍해 보였는지 내 계약서가 혹시 Dept. of Housing에 제대로 왔는지 알아보고 있었다. 내 차례가 와서 자리에 앉아 상황을 설명하였다. 다행히도 내 계약서는 마감 전에 Dept. of Housing에 도착해 있었다. 아까 그 친절한 여자분이 찾아서 가져온 것이었다. 그런데 기숙사를 전담하는 이 여자는 아예 계약서가 안 왔다고 주장해서 내 문제 를 빨리 헤쳐버릴 작정이었었는지 그 친절한 여자분이 계약서를 갔다 놓자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은 하느냐?"며 자기 나름대로는 빠른 영어로 말하는 것을 들었다. 흥~ 내가 못 들을 줄 알고.. 어째든 정말 문제는 계약서가 아니라 사라진 체크였다. 춘천에서 국제 특급 우편을 보냈을 때 받은 영수증을 꺼내 눈앞에 들이대 면서 "분명 8월 2일에 보냈으므로 데드라인 전에 모두 들어갔을 것이다. 체크를 계약서와 같은 날 보냈는데 체크만 안 들어왔다 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는가? 게다가 너희 말대로 만약 정말 체크를 못 받아서 그런 것이라면 국제 특급 우편의 성격상 내게 다시 빠른 시일 내에 리턴되야 하는데 난 받은 바가 없다"라고 항의했더니 이에 대해 그 여자는 짜증난 표정으로 "체크에 대해 서는 난 전혀 모른다. 비록 우리가 계약서를 받았지만 Bursar's Office에서 체크를 받아 처리했다는 말이 없으므로 우린 너를 기 숙사 배정에서 취소한 것 뿐이다. 사라진 체크에 대해서는 Bursar's Office에 가서 알아봐라. 어째든 우린 너를 non-payment로 취소했고 이는 합법적이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합법...좋아 법대로 하자 이거지. OK. 한번 해보자. 이제는 또 버저스 오피스인지 뻐스 오피스인지 하는 괴상한 곳에 가 또 싸 움을 벌여야 할 판이었다. 도대체 거기가 어디인지, 걸어가 수 있는 거리인지 차를 타야 하는지...게다가 내 입장을 매우 곤란 하게 만드는 상황이 다른 곳에서 또 벌어지고 있었다. 공항에 나왔던 정환씨가 같이 사는 그 분의 자동차에 내 짐이 잔뜩 들어 있는데 이를 내려놓을 데가 없어서 그 분 자동차에 계속 놓아둘 수밖에 없었는 데다가, 이 뻐스 오피스가 어딘지 내가 알 수가 없으므로 계속 그 분의 자동차를 타고 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정도만이라면 얼굴에 철면피를 깔고 좀 부탁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큰 문제는 화공과 박사 과정에 계신 그 분이 가까운 시일에 매주 중요한 시험(qualificaion이라는 시험 인데, 한마디로 이 시험을 두 번 떨어지면 그냥 박사 과정이 취 소되고 만다)이 있어서 사실 한시간이라도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해야 할 입장이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내 사정이 워낙 급박하여 서 그 분께 계속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 분 역시 내 상황이 안 좋다는 것을 아셨는지 내가 부탁하기도 전에 아무 말 안하시 고 내가 가야 할 곳으로 차를 몰아 주시고 내가 일을 보고 나올 때까지 차에서 공부를 하시곤 했다. 이렇게 하여 다시 Bursar's Office로 가게 되었다. 이 오피스는 Textile Engineering이라는 빌딩의 지하 1층에 있었는데, 날랜 걸음으로 재빠르게 갔더니...헐~ 내 앞에 한 20명은 줄을 서 있 는 것이었다. 거기에 멍청히 줄을 서 있는데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오프캠퍼스를 해?' '자동차 살 돈이 없으니 오프캠퍼스 를 하려면 학교에서 걸어다닐 수 있는 곳에 집을 구해야겠네' '죠지아텍 캠퍼스를 둘러싸고 있는 동네가 애틀란타시에서 가 장 우범지대라는데' '일본애들처럼 오토바이를 몰고 거기에 쇠 파이프를 하나 들고 다녀?' '아니, 오토바이 살 돈도 없으니 그냥 자전거나 하나 사고 대신 권총을 하나 구입해서 차고 다닐 까' '권총이 있고 쇠파이프가 있으면 뭐해, 나보다 두 배는 되어 보이는 저 덩치의 서양놈들이 칼은커녕 칫솔만 꺼내 위협해도 벌 써 입에 거품 물고 쓰러질 판인데...' '기숙사도 안되고 걸어다 닐 수 있는 거리에서 오프캠퍼스하면 목숨이 위험하고 그렇다고 차를 몰고 다닐 수도 없고..차라리 입학을 1년 미룰까' '내가 왜 유학왔지?' '산다는게 뭘까'... 나중에는 별별 X같은 망상(이를 테면 자전거를 몰고 다닐 것이면 시속 100km쯤으로 달릴 수 있 도록 훈련을 해서 범죄자들이 아예 접근하지도 못하게 한다 따 위의...거기에 한 술 더해 그 정도의 자전거 실력을 갖춘게 된 다면 방학때 자전거로 미국 일주나 해야겠다란 그야말로 망상 곱하기 망상)이 다 들어 머리에 쥐가 날 정도였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몇 명의 흑인 사무원들이 있었다. 그들 에게 내 사정을 급박하게 설명하였다. "너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겠다. 체크가 왔는지 찾아보겠다. 미안하다"며 그들은 컴퓨터 를 조회하였다. 놀랍게도(이제는 이게 놀라울 정도였다) 컴퓨터 의 데이터베이스에는 내가 돈을 낸 것으로 등록되어 있었다. 푸와~ 바꿔 말하면 내 체크는 데드라인 전에 아무 문제없이 여기 사무실에 왔다는 것이다. 그들 역시 무엇인가 잘못 되었다고 느 꼈는지 간간히 내게 "미안하다. 우리가 실수한 것 같다"며 여기 저기 무엇을 알아보기 시작하였다. 그러더니 내게 "사무실로 들어와 담당자와 얘기해 봐라"했다. 이번엔 또 어떤 사람과 대적을 해야 하나. 사무실로 들어가 보 았더니 나와 한판 겨룰(?) 고수는 자그마한 키의 인도 아주머니 였다. 상황을 다시 설명했더니 그 아주머니 "아하~ 내가 너 체 크를 기억하지롱"하는 것이 아닌가. 그 아주머니는 어느 서류 함을 뒤지더니 거기서 한다발의 체크 뭉치를 꺼내왔다. 거기에 정말 황당하게도 내 체크가 버젓이 들어있는 것이었다. 그걸 꺼내 들고 이 아주머니 "이게 너 체크 맞지? 맞지?"하며 웃는 것이었다. 이 아주머니가 지금 장난하나. 난 지금 살 집이 없어 완전히 애틀란타시의 홈리스가 되게 생겼는데. 내가 무슨 천사표 city of angel인줄 알고 이런 장난을 눈앞에서 벌이면서 웃어. 그래 나 city of angel의 니콜라스 케이지다. 죽을 놈 챙겨 데려가는 죽음의 천사니까 너 오늘 장례식 치루는 줄 알아라. 그야말로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올라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막 지르려는데 그 아주머니 분위기 파악을 하셨는지 "Sit down calm down" 하며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설명해 주겠다고 말했다. 나와 함께 들어와 있던 정환씨도 진정하라는 손짓을 해서 일단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 아주머니 말로는 이 체크가 처리되지 않는 이유는 그 체크가 내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체크에 적혀 있는 주인의 이름인 "Sung Woo Kim"과 기숙사를 신청한 학 생 "Sung Woo Kim"이 동일 인물인지를 확인할 수 없어서 처리를 계속 미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게 "체크를 사용할 때에는 반드시 너의 주소나 기타 너의 신분을 확인할 정보를 넣도록 하라"며 충고하는 것이었다. 또는 기숙사가 반드시 되었는지 재확인을 해봤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아주머니의 말이 옳긴 옳다. 문제는 그 체크가 뉴욕시에 있는 한국 상업은행에서 뉴저지에 사는 김은경 주소를 내 주소 로 해서 만든 체크라서 내가 누나집을 떠난 이후에는 그 체크 주인이 나인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더군다나 그 체크를 한국에서 보냈기 때문에 그들로서는 더욱 헛갈렸을 지도 모른 다. 그리고 죠지아텍측의 일 처리를 너무 믿고 기숙사 확인 (confirm)을 하지 않은 것 역시 나의 큰 실수였다. 그렇지만 나만의 실수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은 결코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가 있다. 첫째, 일반적으로 체크에는 자신의 ID를 확인하는 주소나 기타 정보를 적게 되어 있지 않다. 왜냐 하면 체크에 인쇄되어 있는 체크 주인의 이름과 무엇보다 주인의 싸인이 바로 ID로 통하기 때문이다. 그 인도 아주머니가 말한 '확인할 길이 없어 처리를 안했다'라는 말이 마치 그들이 체크 주인을 확인하기 위해 대단한 노력을 하다가 결국 포기한 것처 럼 들리나 사실은 Sung Woo Kim이라는 이름은 나 하나밖에 없었 기에 컴퓨터 조회만 한번 했으면 금방 찾았을 것이므로 결국 업 무가 밀리자 약간 까다로운 처리가 요구되는 체크는 귀찮아서 뒤로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나의 기숙사 신청이 취소되는 일까 지 벌어진 셈이었다. 물론 'Sung Woo Kim'란 같은 이름을 가진 또다른 신입생이 있었다면 이름만 가지고는 그 체크가 내 체크 인지 확신할 수 없다. 그렇지만 바로 그런 경우를 대비해서 싸 인을 하는 것 아닌가. 즉, Dept. of Housing에 한번 가서(아니, 전화만으로도) 체크에 있는 내 싸인과 계약서에 있는 내 싸인을 비교해 보면 금방 같은 인물임을 알았을 것이다. 오래 걸려봐야 30분도 안 걸린 그 일을 하기 싫어 결국 나를 홈리스로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여기서 미국인들의 한가지 특징 및 그것에 대한 우리 한국인의 오해를 분명히 파악하게 되었는데(그동안 나름대로 느끼다가 이 번 일을 통해서 확실히 정리하게 되었다) 그것은 소위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인들의 일 처리에 있어서의 합리성, 합리주의에 대한 오해와 착각이었다. 우리 한국인들은 미국인들이 자신의 일은 분명 깨끗하게 책임지 고 처리한다고 믿는다. 물론 한국인에 비해 그런 점이 있는 것 은 사실이고 분명 인정해 줄 만한 그들의 장점이기도 하다. 그렇 지만 미국인들의 '자신의 일은 책임지고 처리한다'는 것은 곧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 바꿔 말하자면 자신이 책임질 필 요가 없는 일에는 일제 상관하지 않고 무조건 '난 모른다. 난 책임 없다'라며 절대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연결됨을 알아 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일 처리에 있어서의 미국인들의 합리주의요 합리성인 것이다. 물론 내가 할 일과 남이 할 일에 대해 선을 분명히 긋는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작업 방법이긴 하다. 그러나 세상에는 선이 제대로 안 그어지는 일도 허다하게 많은데 이런 경우 미국인들은 무조건 발뺌부터 한다는 것이다. 내 일에 책임지겠다는 그들의 합리성은 곧 내 책임으로 분명하게 증명되지 않는 애매한 일에 대해서는 무조건 책임 회피부터 하는 비겁하고 냉정함을 내포하는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내가 기숙사 방을 결국 받게 되었을 때 이 인도 아주머니에게 "기숙사 열쇠는 어디서 받아야 하는가?"라며 물었 더니 대뜸 정색을 하며 "그건 우리 책임이 아니다. Dept. of Housing에 가서 물어봐라"라고 말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학생들이 모든 서류 처리를 끝내고 막상 기숙사에 들어가려고 할 때 기숙사 관리실 측에서 '확인이 안되었다'며 학생에게 열쇠를 안 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이다. 즉 그 인도 아주머니는 열쇠를 어디서 받아야 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자신의 말 한마디로 자신의 업무도 아닌 일을 귀찮게 떠맡게 될까봐 그렇게 정색을 했던 것이다. 하여튼 내 체크가 데드라인 이전에 도착되었음이 확인되었고, 그 인도 아주머니는 -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는 뉘앙스를 잔뜩 묻힌 채로 - "체크가 제대로 들어왔다는 것에 대한 메모를 적어 줄 터이니 Dept. of Housing에 가서 보여줘라"고 말하였다. 다 시 그 체크를 들고 Dept. of Housing에 와서 그 '짜증녀'를 다 시 만났다. 이 여자가 얼마나 내게 안 좋은 인상을 안 주었냐면, 내가 갔을 때 내 앞에 중국인으로 보이는 한 학생이 아까 위에서 언급한 '열쇠를 안 주는 문제'로 그 여자를 두 번이나 찾아와 일 처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을 두 번이나 찾아오게 만든 후 에야 자기도 귀찮았는지 기숙사측에 전화를 해서 '내가 이렇게 저렇게 해서 허가했으니 열쇠를 줘라'고 한마디하고는 중국 학 생보고 가보라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저렇게 전화를 주었으면 두 번이나 찾아올 필요도 없었을 터인데. 그 중국 학생도 지쳤 는지 "Are you sure?"라고 묻자 그 여자는 "ya.."했다. 그래도 그 중국 학생 예의를 지킨다고 일어나면서 "Thank you"하는데 그 여자 대답은커녕 쳐다보지도 않고 있다가 모니터를 보고 갑 자기 웃으면서 키보드를 막 치길래 '저 여자 미쳤나'하면서 슬 쩍 모니터를 보았더니...글세 누구랑 채팅을 막 시작하고 있는 것이었다. 무안해진 중국 학생이 화가 난 표정으로 나가도 그 뒤로 내가 자리에 앉아도 신경도 안 쓰고 채팅을 몇 분 하더 니 그제서야 날 쳐다보았다. 내 체크와 인도 아주머니가 적어 주었던 메모를 꺼내 눈앞에 펼쳤다. 그 여자는 여전히 짜증 나는 표정으로 "방이 있는지 모르겠다"하면서 사무실 옆의 다른 문으로 들어갔다. 그 여자를 기다리며 앉아 있는데, 무심코 책상을 보았더니 스테플러에 '쓴 사람은 반드시 돌려 놓으시오!'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그 성격을 그대로 보여 주는 듯 했다. 한참 후에 그 여자 나오더니 "GLC의 어떤 방이 마침 배정이 취소되었으니 거기로 들어가라"며 키를 받을 수 있는 허가증을 건네주었다. 일어나면서 "Thank you ANYWAY!(여 하튼 고맙다)"며 anyway를 강조했더니 그 여자 흘낏 쳐다보며 무표정으로 "you are welcome"이라고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GLC...원래 내가 배정받은 곳은 West Campus에 있는 Hemphill Avenue Apartment라는 대학원생 전용 캠퍼스 아파트였다. GLC는 Gradaute Living Center의 약자로 이 역시 대학원생 전용 아파 트인데 캠퍼스의 동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Hemphill이나 GLC 모두 방 4개에 화장실 2개 기타 부엌과 거실이 있고, 4명이 같이 쓰는 아파트이다. 나는 GLC의 503호실 B방에 배정 받았다. 처음 기숙사를 신청할 때 사실 GLC를 1순위로 Hemphill을 2순위로 신청했었는데 신청을 늦게 하여 Hemphill로 배정받았 었다. 그런데 결국 GLC로 다시 돌아온 셈이었다. GLC에서 방을 못 받아 Hemphill로 가는 사람은 많지만 나처럼 Hemphill에서 GLC로 오는 사람은 드물다. 그렇다고 GLC가 Hemphill에 비해 특별히 장점이 있는 것은 아니고 아마도 그 이름의 이미지 때문에 사람들이 GLC를 대체로 1순위로 신청하는 것 같다. 또 GLC의 방이 Hemphill의 그것보다 더 큰 것도 이유라면 이유 라고 할 수 있겠다. 하여튼 이리하여 GLC로 왔는데, 또 다른 문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GLC의 로비로 가서 관리인에게 열쇠를 달라고 하자, 자기 서류에 있는 503B실의 주인 이름과 내 이름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동안의 상황을 간단히 설명했더니 그러면 Dept. of Housing으로 확인을 해봐야겠다면서 10분 정도 기다리라고 했다. 10분의 2배인 약 20분을 기다려서야 비로소 내 방으로 결정이 났다. 그런데 그 관리인(이 사람도 인도 사람이었다)이 내 표정을 힐끔 힐끔 살피면서 "언제 들어올 참이냐?"고 묻는 것이었다. 느낌이 안 좋아 "지금 당장!(Right Now!)"라고 코털을 부르르 떨며 분노의 목소리를 냈더니 그 아저씨 벌레 씹은 표정을 지으며 "사실은 말야. 여름 학기에 그 방을 쓰던 친구가 아직 안 나갔어요. 원래 오늘 아침에 짐을 빼기로 했었 는데. 허 참~ 어떡하나... 오늘 하루만 어디 가 잘 데 없수?"하 는 것이었다. 짐을 안 빼었으니 내 짐을 들여놓을 수도 없고... 하는 수 없이 그날은 정환씨 집에 가서 자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좋아. 단 오늘밤 뿐이다"라고 대답해 주었다. 그랬더니 그 인도 아저씨 가 "너가 양보를 했으니 오늘 너가 체크인을 했지만 $15를 내 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했다. 원래 기숙사는 토요일에 공식 오픈이라서 그 이전에 체크인하고 들어오면 하루밤에 $15씩 내고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생략해 주겠다는 것이다. 속으로 '자슥아 당연하지 여기서 잠도 안 자는데..' 싶었지만 그냥 thanks라 말하고는 나왔다. 이로써 모든 상황 종료! 정환씨 집으로 가서 정환씨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국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을 사 먹었다. 정환씨 뿐만 아니라 계속 묵묵히 운전수 역할을 해 주신 같이 사는 분에게 너무 고마워 내가 저녁을 샀다. 오늘은 오전 9시경에 정환씨 집에서 나와 곧바로 GLC로 가서 키 를 받고 짐을 들여 놓았다.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왠 백인 하나 가 소파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내 방에 들어갔다. "휴~ 방이 뭐 이렇게 작아?" 그렇지만 앞으로 2년간 함께 지낼 방이라 정 이 금방 들었다. 방에는 책장이 붙어 있는 책상 1개, 큰 옷장 1개, 옷장 위에 놓여 있는 여닫이문장 1개, 3단 서랍장 1개, 침 대 1개가 있었다. 컴퓨터가 놓일 위치를 고려하여 방을 구조를 새로 잡았다. 방바닥이 카페트로 되어 있어 가구들을 옮기는 데 꽤나 고생하였다. 애틀란타는 미국 남부에 위치하고 있는 매우 더운 기후를 가진 도시라 어느 빌딩이나 냉방 장치는 하나는 확 실하게 되어 있다고 한다. 이 아파트도 예외 없이 에어콘 하나는 확실하게 나오고 있었다. 아파트 방 하나마다 각각 에어콘이 달 린 것 같은데, 어째든 내 방에는 에어콘 통풍구를 통해 에어콘이 쉴새없이 들어오고 있었다. $1222이나 내고 들어온 방인데, 에어 콘 정도야 당연히 잘 나와야지 싶었다. 방 구조를 잡고 옮기고 있는데 아까 소파에 누워 있던 백인이 내 방으로 와서 말을 걸었다."미안하다. 내가 이 방을 썼던 사람이 다. 어제 나 때문에 다른 곳에 잤다는 얘기 들었다. 정말 미안하 다. 내 짐은 일단 거실에 다 빼두었다. 난 내일까지만 거실에 있다가 오후에 나갈 것이다" "OK no problem!" 점심을 못 먹어 1층 로비에 내려가 자판기에서 파운드 케잌과 코카콜라를 뽑았다. 당분간 이렇게 식사를 때워야 할 것 같다. 애틀란타에 코카콜라 본사가 있어서 그런지 자판기 하나는 완전 히 코카콜라사에서 나오는 음류수들만 있었다. 1층 관리실에서 진공청소기를 빌려 다시 방으로 올라왔다. 자판기에서 뽑아온 것들을 대강 먹고 진공청소기로 방을 청소했다. 마침 A방(바로 내 옆방이다)에 사는 사람이 들어오다가 나와 만나 인사를 하게 되었다. 이 친구는 대만에서 온 중국인 학생으로 전기공학과 석사로 들어왔다고 한다. 자신을 그냥 "Jimmy"라 부르라고 했다. 나도 영어 이름을 지어야 할 듯. 방 청소를 마치고 나서 ISSP에 신고도 하고 캠퍼스 구경도 할 겸 해서 학교 지도와 ISSP에 보여줄 여권등을 들고 아파트를 나왔다. 먼저 ISSP에 가 신고를 했다. 그 다음 내일 있을 대학원생 오리엔 테이션(Graduate Student FASET)과 또 토요일에 있을 외국인 학생 오리엔테이션(International Student Orientation)이 열리는 빌딩 을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내가 다닐 IDT가 위치한 Skiles 빌딩 에도 가보고 또 여러 상점이 있는 학생 회관 같은 Student Cen- ter에도 가보았다. 오후 5시쯤 되어 다시 아파트로 들어왔다. 아직 시차를 극복하지 못해서 그런지 무척 피곤했다. 날씨는 더웠지만 방은 에어콘이 나오고 있어서 시원했다. 뉴저지에서 부친 짐이 오질 않아 아직 덮고 잘 이불이 없다. 졸음이 쏟아져서 그냥 침대에 누웠다. 밤 10시쯤 되어 덜덜거리며 깨어났다. 세상에 이렇게 추울 수가! 에어콘 바람이 하루종일 나와 방을 완전히 냉장고로 만들어 둔 것이다. 거기에 이불도 안 덮고 짧은 옷을 입고 잤으니... 너무 추워서 침대보를 벗겨 덮었지만 소용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귀찮 음을 참고 일어나 긴 옷을 입고 그 위에 침대보를 덮고 다시 누 웠다. 1시간 가량 또 잤나...도저히 추워서 잠을 잘 수가 없어 다시 깼다. 헐~ 아까는 에어콘이 시원하게 나오는 모습이 그렇 게 만족스럽더니 이제 이리 후회될 줄이야...으 제발 그만 나와 라...하지만 개인 에어콘이 아니므로 내 맘대로 끌 수도 없고... 결국 스카치테입으로 신문지를 에어콘 통풍구에 붙여 막아 버렸 다. 그제서야 방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문명의 이기를 너무 받아도 안 좋은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