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YU ] in KIDS 글 쓴 이(By): cgman (호머심슨) 날 짜 (Date): 1995년11월03일(금) 10시50분10초 KST 제 목(Title): SEX,SPERM,...SACRIFICE!! 중,고등학교 수업시간때에도 들었으며, 가끔씩 신문의 박스칼럼란에서도 보았었 고, 친구들끼리의 대화에서도 심심찮게 들었던 이야기 하나가 있다. "참으로 그대는 위대하다. 근본, 그대는 수억 개의 정자 중에서 최고의 스피드를 발휘하여 난자와 결합한, 그 능력을 이미 검증받은 사람이 아닌가. 그런 엄청난 생존경쟁을 뚫었던 그대가 대체 세상에 못할 일이 어디 있겠는가." 입시에 지친 아이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 강팍한 세상살이에 힘겨워하는 독 자들에게 격려를 보내기 위해서, 동료의 등을 토닥토닥거리면서 위로하기 위하 여 쓰여진 그런 류의 말들을 접했었고, 한때는 나도 써먹었더랬다. 그런데.............................. 산술적인 수치만을 놓고 보아서는 수정에 성공한 정자의 능력은 위대하고도 남 는다. 그러나, 그 자세한 기작을 살펴면 우리는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게 된다. 나아가 그 미시세계에서의 기작이 우리 인간에게 주는 일종의 묵시적 황금률을 얻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과연 우리는 우리의 능력만으로 선택받은 것인가 ? " -------------------------------------------------------------------------- 본능의 기축은 종족보존과 개체보존이랄 수 있으며, 종족보존의 본능으로 발현 되는 것이 바로 섹스이다. 인간 종족 보존의 시발점은 사회적으로는 결혼이라는 의례를 통해서, 육질적 으로는 섹스라는 행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여기에서는, 세포수준 더 내려가 분자수준에서의 논의를 하도록 한다. 고등동물의 섹스에서는 거의 예외없이 유성생식을 하고 있는데, 그 기본적인 메 커니즘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정자(sperm)와 난자(egg)의 결합으로부터 시작된다. 정자와 난자가 합일되는 것을 수정(conception 혹은 fertilization)이라고 하는 데, 이 과정은 너무나 미시적인 과정들이므로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부분들이다. 그런 연고로, 현재 생명과학(Life-science)의 첨단을 달리는 쌍두마차가 발생생물학(Embryology)와 신경과학(Neuro-science) 이라는 말도 성립될 듯 하다. 원래 첨단은 처녀지라는 말과 그 맥이 통하므로... 특히나 생명과학의 특성은, 인간 자체를 실험 도구로 쓸 수는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비슷한 영장류나 포유류를 비롯한 여타 하등동물을 쓰는 우회적이고 추론 적인 실험밖에 가능하지 않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그것조차도 힘이 드니깐, 아직 우리가 '인간'의 수정과 임신의 과정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건 '별로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기간의 연구성과들을 바탕으로 우리는 정자가 난자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지식을 터득하였다. 수컷의 사정(ejaculation)에 의해서 방출되는 정자의 수는 종에 따라 약간의 차 이를 보이지만, 평균 수 억개에 이른다. 그 정자와 수정되는 난자는 인간의 경우에는 한 개이며, 종에 따라서는 십수여 개까지도 있다. 수컷이 오르가슴에 다다라서, 순식간의 수축과 팽창에 의하여 정액(semen)을 암 컷의 질에다가 쏟아붓는다. 그런 식으로 수억개가 단번에 방출되기는 하지만, 그러나, 정작 난자 가까이에 도달하게 되는 것은 만 개가 채 되지 않는다. 그 질의 길이가 정자들로 봐서는 엄청나게 길기에, 작고 가느다란 우리의 정자 들이 그 거리를 완주하기란 여간한 일이 아니다. 마라톤 하다가 쇼크사로 죽는 것처럼 중도에서 죽어나자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어떤 종들은 질 전반부의 염분이나 산도가 정자가 생존하고 운동하기에 적당하 지 못한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정자와 정액 속의 여러 성분들이 지 한 몸 희생 하며 질 입구의 환경을 정자에 맞게끔 중화시켜준다. 교두보를 장악하는 총알받이랄까... 간난고초를 겪고서야 난자에 가까이 다다른 정자들은 참으로 당혹하게 된다. 동구밖까지 마중나와서 환대해주는 것은 고사하고, 자기 신랑이 왔는데도, 이 난자라는 각시는 되려 신혼방의 문을 단단히 걸어잠그고 있다. 난자 외피의 보조단백질들로 딱딱하게 굳어진 보호막이 정자의 관통을 저지하고 나선 것이다. 이때 정자는 자신에게 정교하게 프로그래밍 되어진 메커니즘으로 그 저지선을 돌파 한다. 일단 하나의 정자세포의 유전정보가 난자속으로 들어가게되면 난자의 외 피는 더이상의 침탈을 불허한다. 카니깐, 일단 하나만 집어 넣어주면 되는 것이 다. 하지만, 우리가 상식으로 생각하고 있는, 반드시 가장 빨리 도달한 정자의 DNA 만이 난자의 DNA 와 결합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정자 세포의 머리부분,그 중에서도 앞부분에는 주목해야 할 세 효소단백질이 있다. 아크로신(acrosin),할루로니데이스(hyaluronidase),방사관 통과효소(corona penetrating enzyme)가 그것이다. 할루로니데이스는 침체반응을 일으켜서, 정자 난자의 결합부위에 구멍을 만들어 낸다. 방사관 통과효소는 정자가 난자의 방사관을 통과하는 통로를 제작하며, 아크로신은 난자의 투명대(zona pellucida)를 용해하여 정자가 칩입하는 통로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어찌보면, 거대한 물방울과 작은 물방울이 한데 뭉쳐지는 형상일 것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마징가 제트가, 대가리부터 꽈당~하고 박아서, 먼저 마징가 제트의 팔각찬합같은 머리부분이 뽀개지면서, 다시 쇠돌이가 타고 댕기는 비행선의 초합금 섬유유리가 짜갈라지면서, 흐물흐물하게 되어버린 벽에 쇠돌이 자신이 타고 기들어갈만한 파이프를 박아서리, 그곳을 통해서, 저쪽으 로 유유히 넘어들어가는 메커니즘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우리가 눈여겨 볼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난자의 한 지역을 목표로 잡아서, 수백마리의 정자가 그 곳에 달겨든다. 그러면, 지 외피가 아무리 딱딱하다 한들, 수백 수천마리의 정자 가 자신의 대가리를 터뜨리면서,외벽을 녹여 흐물흐물하게 만드는 효소들을 분비 하는 다음에야 더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는 것이다. 마치 본대의 행보를 위해 돌격로를 뚫어놓는 사수대 같은 식으로, 앞서간 수백 수천의 정자들로 인해 중간 쯤에 달려오던 정자가 흐물해진 외벽에 최후의 한 방을 먹임으로서 자신의 DNA 를 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아직도, 현대의 과학기술이 완벽하게 해명한 메커니즘은 없으나, 우리는 이정도 의 개략적 모식도는 그려 내었다. -------------------------------------------------------------------------- 결국 따지고 보면, 현재 자신을 이루어냈던 정자가 최고의 스피드와 파워를 겸 비한 정자는 아니었던 셈이다. 자신보다 더 월등한 스피드로 앞서나갔던 정자들때문에 뒤의 정자가 수정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작년 2 학기에 발생메커니즘을 공부하면서, 나는 뒷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이 세상의 어떠한 정치적 선동이나, 문학적 감동보다도 내가 얻은 것이 더 많았 었기 때문이다. 자기 잘난 맛에 살고 자기 것만을 챙기게 마련인 인간--물론 나를 포함하여--들을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이, 저 미시세계에서의 생존법칙은 나로 하여금 먼저 깨우친, 능력있는 자의 자기희생과 헌신적봉사를 준엄하게 일깨워 주었다. 덧붙여, 자신의 대가리를 뽀작내버리고서 동료 정자가 유유히 미끄러져 들어가는 것을 무심히 지켜보던 정자들을 접하면서, 그 희생과 봉사라는 게 어느 일방의 적선이나 시혜가 아니란 것도 깨닫게 되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톡톡한 댓가는 커녕 자신의 죽음을 담보로 해야하는 상황은, 누구한테 도움을 주고 그에 합당한 보상을 기대하게 마련인 인간군상들로서 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일 터이다. 이미 죽고 나자빠진 상황에서 적당한 보상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니깐 말이다. 그러나, 자신을 죽임으로서 자신의 종족을 보존하는, 다시말해 자신의 생존의의를 완벽하게 구현해내는 것이야말로, 진정 한 보상임을 그 정자들이 몸으로 보여 준 것이다. 적선하는 심정으로 행한 희생이란 자신의 알량한 선민의식의 발로일뿐이다.그와 비슷하게, 누군가로부터 직접적이고 합당한 보상을 바라는 봉사에는 잇속차림의 잔머리굴리기가 배여있다. 이제껏 인류가 진화해 온 원동력이며, 인류의 발전을 담보해 온 요체는 바로 그런 순결한 희생에 기반해서였던 것이다. ............ 모두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과연 우리는 우리의 능력만으로 선택받은 것인가 ?" 아니다, 우리는 우리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진이들의 도움으로 인하여 선택받 았던 것이다. 조금은 힘이 미약하고 뒤에 오는 자를 위해 교두보를 닦아 놓고, 돌 격로를 열어준 이들 덕택인 것이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그게 끝이라면 이 세계는 한 치도 진보하고 발전하지 못 했을 터이다. 그다면, 마치 우리에게 이미 태생적으로 프로그래밍되어진 것 처럼 남아 있는, 먼저 희생한 자들이 바라는 일이기도 하며, 반드시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보다 늦게 온 자들을 위하여 우리가 또 다시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먼저 깨우쳤다면 뒤에 깨우칠 자들을 위하여, 우리가 능 력이 있다면 능력이 덜떨어지는 사람을 위하여 말이다. 역사를 움직인 노동자의 위치에서건, 시대를 해명하는 지식인의 위치에서건, 혹은 그 길을 준비하는 대학생의 위치에서건, 어느 장소에서 어떤 모습으로 서 있던지 간에. ................ 15년 전 빛고을 사람들은, 세금으로 키웠던 군대의 무력앞 스러졌다. 총검으로 가슴을 에이우고 개머리판으로는 머리가 터졌다. 그저께와 어제, 학살자를 단죄하기 위해서 거리로 몰려나온 사람들은, 방패에 어깨가 짓이겨지고 곤봉에 머리를 난타당했다. 스스로의 희생이야말로 종족을 지켜내는 가장 아름다운 본능이다. 그런 아름다운 본능이 이런 나라를 곧 잉태하리라 믿는다. (이글은 천리안 재태크동호회에 있던글로 어떤분이 이대보드에서 퍼왔다는 글을 다시 퍼온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