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YU ] in KIDS 글 쓴 이(By): greenie (푸르니 ) 날 짜 (Date): 1999년 7월 8일 목요일 오후 01시 02분 11초 제 목(Title): 아버님께 새벽에 전화를 드렸다. 막내가--재혼하셨음--받았다. 인제 고등학교 들어가서 한참 재밌단다.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 그 분이 전화를 받으셨다. 지친 목소리. 안부를 서로 묻고, 통화를 잠시 하는데... 이상하다. 뭔가. "알고 전화한 거 아니었니?" "네???" * * * 두개골 손상, 뇌출혈. 중환자실에 일주일 정도 계시다가 일반 병실로 옮기셨단다. CT 스캔을 해 보고야 심각성을 알았다는 말씀. 다행히도 출혈은 멈췄고, 의식도 기억도 정상으로 보인다고 들었다. 막내는 무서워서 중환자실에 문만 열어보고는 내내 밖에 있었단다. 고인 피가 내려와 눈 주위가 까맣게 되셨다니... 당뇨도 심한 편인데. * * * 오랜 통화를 끝내고 나니 메세지가 남겨져 있었다. 아직 이른 아침인데... 어머님이었다. 지갑을 도둑맞으셨단다. 그러시면서도 님의 수술때문에 요즘 일손이 잘 잡히지 않는다는 말씀. 거기에 대고 아버님 말씀은 차마 드릴 수가 없었다. 몇 시간 뒤에 드리긴 했지만. * * * 꽤 오래 전부터 두 분 결혼생활에 불화가 있었단다.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 내가 가서 보름만에 뭔가 정리에 도움이 되고 올 수 있을까. 점점 안으로 움츠려드시는 아버님, 힘겨워하시는 그 분, 아무 죄 없는 막내... 보름만에 발을 돌릴 수 있을까. 학기 시작한다는 이유로. * * * 조금 전 돌아온 방. 그 분의 전화가 와 있다. 확인하는 대로 집에 연락해 달라고. 무슨 일이 벌어져 있을까.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 수화기로 손이 가질 않는다. 병원으로 먼저 전화를 해야 할까보다. 그리고는 친구에게 수술 브리핑을 듣고, 님에게 전화할 차례. * * * 소설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논리의 수미(首尾)가 일관된 생을 우리는 희구한다. - 전 혜린 푸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