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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YU ] in KIDS
글 쓴 이(By): bummy (봄)
날 짜 (Date): 1998년 7월 27일 월요일 오후 11시 50분 31초
제 목(Title): 으~~ 공룡능선!



1996년 여름에 거기 갔다가 진짜 죽을뻔 했습니다.

절 포함해 6명 (남자2, 여자2, 아저씨, 아줌마)이 정확히 오전 7시에

설악산 입구에 들어서서, 비선대 거쳐 마등령 오르니 약 오후 1시 정도..

그때까지만 해도 좋았지요.. 가슴 뿌듯하고..

같이 갔던 아저씨께서 예까지 온김에 꼭 공룡능선을 타봐야 한다고 해서

사기 충천한 우리 모두 우루루 따라갔는데..

그때부터가 모든 비극의 시작이었지요.

공룡능선 입구 팻말에  "이곳은 산행이 금지되있고.. 조난의 위험.. 

어쩌구 저쩌구 ...  해골 표시 그려져 있을때부터 이건 심상치 않더라니..

약간 찜찜해도 한 낮인데 뭐 겁날게 있남..  뭐 그냥 무시하고 지나쳤지요.

근데.. 이건 그냥 등산로가 아닌거라..

어디로 가야하는지 길이 나있는게 아니라 산악회에서 걸어놓은 리본보고 길찾아

가야하는데다, 발 한 번 잘못 디디면 큰일나게 생긴 그런 아찔한 곳이 

숱하게 있고..

왜 공룡능선인가 했더니, 꼭 쥬라기 공원에 나오는 공룡 등모냥

한 봉우리 지나면 또 그만한 봉우리가 나오고, 이제 끝인감 보면

또 나오고, 또 나오고....

몇 고개 못 넘어 같이 갔던 여자애 2명이 결국 다리가 풀려 버리고,
(아줌마는 끝까지 정신력으로 버팀.. 역시 아줌마는 처녀보다 강하다!)

멀쩡하던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 바위들이 미끄러워

걸을수가 있어야지..

멀쩡한 청년들이 정상적인 컨디션에서도 가기 힘든 곳인데,

비까지 내려 미끄럽죠, 비를 계속 맞다보니 체온은 점점 떨어져 춥고,

체력은 고갈되고, 여자애들은 몇 걸음 걸을때마다 푹푹 주저 앉으니..

와.. 이건 정말 막막하더라고요.

비가 좀 멈추는가 싶더니 날은 벌써 어두워 사방은 깜깜해지고.

배는 고파 죽겠는데 수중에 가진 건 랜턴 하나..

서로 말은 안했지만.. 정말 조난당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엄습하더군요.

사람이 위기에 몰리면 엄청난 힘이 난다더니..

전 제가 산을 그렇게 잘 타는지 그때 처음 알았지요.

클리프 행어에서 실베스터 스텔론모냥, 여자애 하나 들쳐 엎고

절벽같은 곳을 이리저리 기어 다니며 온갖 곡예를 다하고,

갖은 고생끝에 결국에는 무사하게 산을 내려왔다는거 아닙니까..

내려온 시간이 정확하게 새벽 2시 30분..

점심에 마등령에서 사발면 하나 먹고 19시간 30분을 쉬지않고 산행을 한거지요.

그때 산을 내려오면서 ...  내가 다시 산에 가면 사람이 아니다고 했는데..

나중에 사진 나온거 보니까 역시 공룡능선에서 찍은 사진이 압권이더군요..

물론 그 이후로도 설악산 자주 갔지요..

어째튼..  공룡능선..  정말 멋있는 곳입니다. 절대 후회 안합니다.

하지만, 가실때는 먹을거랑, 랜턴이랑, 구급약..  만반의 준비를 거쳐

단단히 각오하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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