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YU ] in KIDS 글 쓴 이(By): freeas (thewind) 날 짜 (Date): 1995년01월07일(토) 23시49분37초 KST 제 목(Title): 구두에 대한 단상 또. 여자같으면 몇 개 구두를 옷 색깔이나 분위기등에 따라 바꿔신기도 하겠지만 남자의 경우 대부분 하나의 구두를 계속해서 신게 된다. 낡으면 새걸고 바꾸게 되고, 꽤 오랫 동안 신을 수 있는 구두지만 소모품이 있다. 바로 밑창이다. 구두를 좀 신다보면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개 발 바깥쪽 뒷부분이 먼저 닳게 된다. 처음엔 무심히 지내다 우연히 밑창이 꽤 닳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갈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언제 밖에 나가면 또는 언제 수선가게 가서 갈아야지 생각해 놓고는 매일 길거리의 구두 닦 는 곳( 대부분 수선도 같이 함 )을 지나치면서도 잊고 있거나 다음에 하지 뭐 하며 지나친다. 그러다 또 얼마간이 지나면 이젠 정말로 심하게 닳아서 곧 밑창뿐만 아니라 굽까지 상하게 되어있음을 본다. 이젠 진짜 갈아야지. 그러나 난 그 상태에서 밑창을 갈아본적이 없는듯하다. 또 차일피일 미루고 잊고 살다 어는덧 이제는 굽마져 상해버렸다. 이제는 반 포기다. 어짜피 굽까지 갈아야 하는데 천천히 갈지 뭐. 심지어는 그렇게 지내다 결국 밑창도 굽도 갈지 않고 지내다 새 구두를 산적도 있다. 문득 구두 밑창을 생각하다 어쩜 이게 우리의 일상, 나아가 우리의 인생살이와 너무 닮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쉽게 갈 수있고 금방 값싸게 수선할 수 있는 밑창을 지나치듯 너무도 많은 것을 그렇게 지나치고 있는 건 아닌지. 다음에 하지 뭐, 아직은 괜찮은데 뭐, 그렇게 지내다 밑창 뿐만 아니라 굽 전체를 가는 수고를 하면서 지내는 것은 아닌지. 또는 이미 버렸는데 기회를 놓쳤는데 하며 굽갈기를 포기하듯 그렇게 하루 하루를 살고 있는것은 아닌지. 비록 닳고 낡은 구두가 자신의 발에 편하다고 만족하고 지내는 우리의 삶이 다른 사람의 눈에는 쩔뚝이며 걸어가는 모습으로 비치고 있을지도 모를일이다. --------------------------------------------------------------------- Free as the Wind !. 떠도는 바람처럼 자유롭게 날고 싶어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