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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YU ] in KIDS
글 쓴 이(By): jisdol (돌쇠)
날 짜 (Date): 1996년09월13일(금) 10시42분59초 KDT
제 목(Title): 생각하게 하는 글 [1]



요즘 돌쇠가 읽고 있는 `정직한 관객`이라는 책의 서문 중 예술에 대해 문외한 인

저도 감동한 글이 있어서 여러분께 소개 드립니다.

   나는 광주 비엔날레에서 진득한 정서의 또 다른 한 관객을 만났다. 

   말씨로 보아 벌교나 장흥쯤에서 오신 듯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대상 수상작인

   쿠바의 카초 작품 앞에서 작은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사정을 보아하니 무슨 구경 났다고 비엔날레에 왔는데, 엑스포 같은 것이 

   아니라 해괴하기 짝이 없어 실망스럽기만 한데 영감님은 어서 빨리 가 생각은 

   않고 이 대상 수상작 앞에서 영 떠나질 않는 것이었다. 카초의 이 작품은 2천여

   개의 맥주병 위에 빈 배를 올려 놓아 쿠바 난민들의 처지를 은유한 것이었다. 

   한잔 걸치신 것인지 주독이 오른 것인지 코가 빨간 할아버지는 연신 맥주병만 

   보고 있는데 할머니가 가자고 보채는 것이었다.


     " 영감, 인자 그만 보고 가십시다. 오래 본다고 아요? 다 배움이 깊어야 하는 

       법이제."

     "자네는 꼭 날 무시해야 쓰겠는가? 모르긴 뭘 몰러?"

     "그라믄, 이것이 뭐다요?"

     "뭐긴 다 뭐여, 인생이란 맥주병 위에 떠 있는 빈 배란 말이시."

  천연덕스러운 이 할아버지의 해설 앞에 나는 미술평론가로서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었다. 할아버지는 이 작품을 보면서 자신의 고단했던 삶과 그 삶 속에 함께

  했던 술과, 그 술 기운에 실어 왔던 꿈과, 그 꿈의 허망을 모두 읽어 냈던 것이다

  문자 써서 말하자면 인생은 공병지상의 허주 라는 말씀일 것이다.


유홍준씨의 최근 미술평론집에서 읽은 구절이었습니다.

지난 대학 3학년 때 처음 접한 유홍준씨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를 읽고 난 감동을

위 짧은 글 속에서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근데, '정직한 관객' 이란 책은 쬐끔 어렵더군요...


 오랜 만에 돌쇠가 여러분께 이렇게 안부 인사드립니다. 몸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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