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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UFSan ] in KIDS
글 쓴 이(By): riceworm (@~쌀벌레~*)
날 짜 (Date): 2000년 6월 22일 목요일 오후 07시 13분 50초
제 목(Title): 촛불



오늘 아침 뉴스에도 나오던데..

어제 모처럼 집에 비교적 일찍 들어가 보니

아파트 지하에 수도관이 터졌다고 난리가 났다.

새로 지은 아파트인데 부실공사인 모양.

물도 안나오고, 전기도 안 들어오고..




그래도 출장갈 짐을 싸야하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초는 다 꺼내놓고 켜두었다.

실내 비상등이 들어오긴 했어도 내 방은 여전히 어두운데 장식용 초를 다 동원해서 
켜도 맘흡족하게 밝지 않다.

하나 둘 더 밝게, 더 밝게  켜다보니 내 방이 마치 영화속 한장면같이 되어버렸다.

공포영화에서 정신 이상자가 실신한 여주인공 누워있는 주변으로 온통 켜 둔 촛불,

드라마에서 사랑 고백할 때, 러브 콘티 같은거..

그리고 성냥팔이 소녀의 꿈속 광경

드라마 테마게임 시작할 때 김건모 노래와 함께 항상 나오던 색색의 신기하고 
환상적인 촛불



그러고보니 그렇게 촛불을 켜고 바라보았던 것이 참 오랜만이다.


예전에 자취할 때에는 

뭔가 일이 자꾸 꼬이거나 세상이 내 맘같지 않아 힘들 때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외롭거나

심심할 때

내가 꼴보기 싫게 미울때

그리고 한가지 더...  담배 피우고 싶어질 때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그럴때면 버릇처럼 촛불을 켜두고 그 흔들거리는 불빛에 
어슴프레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곤 했는데..

어제는 자의가 아니었지만 그 분위기에 또 취해서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있다가

짐도 다 안싸고 잠들어 버렸다.




그 덕에 졸지에 새벽 4시반에 기상하게 되었지만..



그런 촛불 상념이 오랜만인걸 보면 내가 요즘은 외롭지 않거나 힘들지 않거나

심심하지 않거나 나를 어여삐 여기거나 아니면 그럴 새도 없이 무진장 바쁘거나 
한가보다.


이런 쪼만한 기억쪼가리를 여기에 올려놓다보면 

글을 쓰는 동안 재미있어진다.

보는 사람이야 어찌 생각할지 몰라도.



 
      v v
    ..@"@..            나비가 되고픈 푸른 애벌레의 꿈이여
     ((~))
      (  )                        하늘에 닿고픈 미물의 욕심이여......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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