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 new () Date : Tue Nov 3 15:04:00 1992 Subject: 겨울 나기 그 자식을 보게 되었다. 남자란 동물에 대한 털끝만치의 기대도 없는 나로 하여금 또 한번 절망을 안겨 주었던 그 자식을... 후후...오늘 기어코 보게 되었다. 그 놈한테는 가슴이 없었다. 그저 잘빠진 살덩이만 있을 뿐이었다. 후우우.....담배를 피울 줄 알았다면 한모금 길게 내뿜고 싶었다.지금 나의 심정을... 나는 너를 보러 여기에 온게 아니야... 어제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 그래서 난 목높은 옷을 두르고 사람들 붐비는 그 곳에 나가보았다. 오늘은 그를 만날 수 있으려나... 이 가슴, 곧 다가올 겨울과 홀로 싸워야 할 이 가슴 속으로 파고 다가설 그를 오늘은 만날 수 있으려나.....하는 생각으로 그렇게 한 시간 남짓 바람을 맞으며 앉아 있었다. 그런데 그 자식을 보게 된 거다. 끝도 없는 절망에의 추락.....절망이라..... 아직은 희망이 좋다...젊으니까.... 그 자식은 희망이라곤 털끝만큼도 없는 놈이다. 재수없는 녀석... 생각하면서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혹시 R씨 아닙니까...?' 윽.....그 자식이 말을 건 것이다. 벌써 몇 년이나 지난 후라 변한 내 모습을 몰라볼 줄 알고 있었는데... ===================================================================== 어쨋든 난 누군가가 말을 걸기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그 자식이랑 길을 나섰다. 난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걸까... 왜 이 자식이랑 이렇게 어깨를 맞대고 걸어가고 있는 걸까... '아직도 이곳에 자주 나오시나 보죠?...' <--- 그 자식 왈 '난 그를 찾아야 하니까...너 그 때 내가 말하지 않았니? 난 그를 찾아야해. 그를 만나고 말거야. 그러려면 여기보다 더 좋은 장소는 없지...' 난 문득 담배를 피우고 싶었다. '담배 있어? 있음 나 한개비만 줘봐...' ' 나 담배 안피는거 모르셨어요? 죄송합니다....' ..............후후...그랬었나... ..... 넌 역시 재수없는, 밥 맛 떨어지는 밋밋한 수컷일 뿐이군... 그런 놈이 여자는......푸후후............................ 2년 전 그 놈과 만난 후 난 되뇌이었다. '다시는 널 보지 않을 거야...넌 절망이니깐... 난 절망은 싫다구...절망이 싫어...............' ====================================================================== 다음 날 새벽 난 그 자식과 헤어지며 생각했다. '난 담배를 피우고 싶다........이 고독을...........어떻게 해야 하나................이 겨울을,.........이 바람을........................ * 시간의 흐름에 따라 두서없이 손 가는 대로 쓴 글입니다. 당신은 어떻게 겨울 나기를 준비하고 계시는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