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Fun ] in KIDS 글 쓴 이(By): Convex (헐Hull歇) 날 짜 (Date): 1994년04월30일(토) 04시13분52초 KST 제 목(Title): 밤 사냥꾼 (Hitel) 우스개 (HUMOR) 제목 : 밤 사냥꾼 #2368/2400 보낸이:김효철 (6590 ) 04/29 17:12 조회:446 1/10 꽁트입니다. ---------------------------------------------------------------------- 밤 사냥꾼 내가 그녀의 일기장을 훔쳐본 것은 그녀가 집을 비운지 꼭 나흘째 되던 날 저녁이었다. 모처럼만에 그녀를 찾아 갔으나 나를 반기는 건 그녀가 아니고 굳게 채워진 그녀의 방 자물쇠였다. 나흘째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주인 아 주머니의 말을 듣고 방문을 따고 들어서자, 그녀가 즐겨 입던 흰색블라우스 가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꼬꾸라져 있었고, 책상 위엔 그녀의 일기장과 볼펜 이 가지런히 누워 있었다. 남의 일기장을 들춰보는 것이 잘못임은 알았지만 그녀가 집을 나간 원인이 어쩌면 이 일기장에 그대로 기록되어 있을지도 모 른다는 생각이 들어 망설임 없이 펼쳐 보았다. 「전 오늘 무서운 일 한 편을 기록하고자 해요. 벌써 몇 달이 지난 얘기지만 결코 잊혀지지가 않고, 또 잊을 수도 없는 일이었기에 기록해 두려는 것이 죠. 비록 죄는 저질렀지만 그렇다고 절 나쁜 여자라고 생각지는 말아주셨으 면 해요. 전 그가 죽도록 싫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내 마음을 티끌만큼도 생 각해 주지 않고 다만 자기 혼자만의 생각으로 밤마다 내 방을 찾아오는 것이 었어요. 피를 같이 섞자고 말예요. 내가 언제 자기를 좋아하기나 한댔나. 한 마디로 웃기는 소리였어요. 나는 차츰 어둠이 무서워지더군요. 정말 무서웠 어요. 그가 어디서 오는지, 어디에 있다가 꼭 불 꺼진 후에만 날 찾는지 그 건 알 수가 없더군요. 나는 밤마다 그에게 시달려야만 했었어요. 어느 때는 잠자는 사이에, 또 어느 때는 잠이 채 들기도 전에 그는 언제나 날 찾아와 내 몸을 요구했던 거예요. 내 머리 속엔 늘, 어떻하면 그가 나타나지 못하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과제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회사 일도 손에 잡히질 않 더군요. 어느날은 한 방편으로 방 미닫이와 창문을 모조리 걸어 잠그기도 했 었지만 허사였어요. 그는 마치 유령처럼 나타나 제 욕심을 한껏 채우고는 유유히 사라졌으니까요. 그런 그가 너무나 미웠습니다. 죽이고 싶도록 미웠 던 거예요. 전 생각했죠. 그를 죽일까 하고. 그렇지만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겠어요. 인간의 탈을 쓰고 차마 그러지는 못하겠더군요. 하지만 그렇 게 하지 않으면 밤마다 내 탄력 있고 매끄러운 육체를 그에게 맡겨야 하 고....... 보기조차 싫은 그에게 꽃 같은 스물하나의 내 희멀건 육체를 맡긴 다는 것, 그것보다 더한 괴로움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그럴 순 더더욱 없 었죠. 갈등이 생기더군요. 결론이 나지 않는 갈등 말예요. 왜 저항을 안했냐 구요? 결코 저항을 안 한 것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하면 뭘 해요. 그러면 그 럴수록 그는 더욱 신이나서 나를 마구 짓밟는데....... 내 몸은 만신창이가 된지 이미 오래였죠. 가끔은 헛구역질도 나더군요. 혹시 그것은 아닐까 걱정도 했었지만 그럴 리 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에게 맨처음 당한 그 이튿날 즉시 병원을 찾아가 조치를 했기 때문이죠. 그래도 마음은 놓이질 않더군요. 모든 일이 백 퍼센 트 다 완벽할 수는 없잖아요. 혹시 그게 천에 하나 만에 하나 잘못되었을 수 도 있다는 생각이, 결코 그럴 리는 없다는 생각을 몰아내고 내 머리 속에 파 고드는 것이었어요. 객지에서는 무엇보다 몸조심 하라시던 엄마 얼굴이 제일 먼저 떠오르더군요. 그렇게 신신당부 하셨는데 이 못난 딸년은 이렇 게....... 생각이 여기에까지 이르자 그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화산이 폭발 하듯 한꺼번에 치밀더군요. 그래서 전 결심했죠. 그를 죽이리라고. 나를 위 해서도, 또한 나를 이만큼이나 길러주신 엄마를 위해서도 그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무서운 결심이었죠.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 가 내린다는 말은 바로 그때의 나를 두고 한 말인듯 싶더군요. 어떻게 죽일 것인가를 한참이나 생각해 보았죠. 때려서? 아니면 약을? 죽이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떠올랐지만 그 중에서도 난 큰 힘 안들이고 가장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독약을 사용하리라 마음 먹고 퇴근하던 걸음에 약국에 들렀죠. 떨어지 지 않는 입을 겨우 연 내게, 값은 좀 비싸지만 요즘 새로 나온 요것이 효과 가 더 월등하다며 성냥갑만한 통 하나를 꺼내 놓고 침이 마르도록 약사가 선 전을 늘어놓더군요. 나보다 더 악랄한 사람이었어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라면 목숨 하나쯤 어떻게 되어도 아무렇지 않다는 얼굴이더군요. 하지만 난 아무 거리낌 없이 그것을 받아 쥐었죠. 약간은 손이 떨렸지만 말예요. 집에 돌아와 한참이나 생각했었지만 그날 밤 기어코 그 일을 해야만 될 것 인가 아니면 그만둘 것인가는 선뜻 판단이 내려지질 않더군요. 어둠이 깔리 고 밤이 차츰 깊어감에 따라 공포도 어둠만큼이나 깊이 나를 휘감아 오는 것 이었어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두려움이 내 탄력 있고 희디흰 몸 구석 구석 까지 파고들었을 때에서야 겨우 결단을 내릴 수가 있었어요. 그날 밤 나는 결국 무서운 일을 저지르고 말았던 거예요. 괴로움에 못이겨 몸을 비틀며 서 서히 죽어가는 그의 모습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지켜보면서 속으로 이렇 게 외쳐댔죠. `어서 죽어라! 어서 죽어라!' 내게 어디서 그런 엄청난 용기가 솟아났는지는 지금도 알 수가 없는 일이예 요. 마지막 안깐힘을 쓰던 그가 결국은 축 늘어져 움직이질 않더군요. 그때 까지 나는 증오의 눈초리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죠. 약사의 말대로 효과는 만점이더군요. 그러나 막상 일을 저질러 놓고 생각하니 그가 불쌍하고 측은 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사람 마음이란 참 묘하죠. 이랬다 저랬다 하니 말예 요. 하지만 난 그 일을 결코 후회하고 있지는 않아요. 왜냐구요? 모기 없는 방은 참 아늑하고 좋으니까죠. 지긋지긋한 모기엔 전자모기향이 최고더라구 요. 내일은 병원에 다시 한번 가보려고 해요. 예방접종은 했었지만 그래도 혹시 뇌염이라면 큰일이잖아요? 」 나중에 안 사실이었는데, 그녀가 집을 비운 그 나흘 동안이 휴가였다나. *** 고독한 사냥꾼 김효철입니다. 다음을 기대하십시오. 후회 없는 작품을 올리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