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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 uool (   )
Date   : Fri Jul  3 20:07:09 1992
Subject: X의 마지막 여름 - 2부


--- 시숍님의 으름장(?) 때문에 본의 아니게 2부로 나눠졌음을 죄송...---

회사에서 미쳐  정리를 못한 서류를 마무리하고, 미뤄온 영어공부도 때 아니게
하고... 그러는 동안 X는 몇번 방안을 서성거리고, 방문을 만지듯하다가, 이윽고
조용해졌다. 저러다 곧 가겠지. 제발 구설수에 오르지 말아야 할텐데....

바깥의 비소리는 제법 커지고 있었다. 비를 핑계로 나가지 않는다면.....
참! X는 뭘하는 걸까? 왜 날 따라 왔을까? 그냥 접어두자, 아! 몇시나 됐나?
우울은 하던 일을 접어두고 뒤를 돌아보았다. X는 이불 한귀퉁이 옆에 앉아 있었다. 
비에 젖었던 옷은 이미 다 말라있었고, 무척이나 피곤한 듯이 보였다.
시계는 이미 열 두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 계속 이대로를 고수하자. 내가 자면 별 수 없겠지? 귀중한 것도 없으니
    도둑맞을 염려도 없고......'

우울은 이불을 펴고 불을 끄고 누웠다. X의 눈빛이 느껴지는 듯했다.

  ' 오늘따라 여행 갈 것은 뭐람. 친구라는 녀석이 이럴때 있으면
    좋으련만......'

몇마디 이렇게 웅얼거리다 우울은 곧 잠이 들었다. 쉽게 잠들지 못할 거라는 
자신의 생각을 뒤로 한채......

   몇시나 되었을까?
   왜 이리 시끄러울까?
   뭘까?

우울은 잠속에서 어렴풋이 들리는 소리에 계속 뒤척거리다 마지못해 잠을 깼다.
X였다. 방안에 들어온 이후로 한번도 이렇다할 행동을 하지 않았던 X가 방안을
마구 다니고 있었다. 무엇인지 알아듯지 못할 소리를 지르면서...

우울은 순간 겁이 났다. 그러면서도 이유없이 자기의 방에 들어와 아무렇게나 
행동하는 X를 보니 불현듯 화도 치밀어 올랐다.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나서 
'왜 이러냐' 고 물었다. 하지만 X는 대답도 않고 대신 우울의 손을 물었다.
너무 아파서 우울은 엉겹결에 X를 부여잡고 마구 흔들다 방바닥으로 밀었다.

한순간이 흘렀다.    그렇게 시끄럽던X가 너무나 조용했다. 순간, 우울은섬뜩해서 
불을 켰다. 이럴 수가... X는 방바닥에 죽은 듯이 엎어져 있었다. 한쪽 발은 이불 
위에, 또 다른 발은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두고 한치의 미동도 없이, 그리고 한쪽에 
뿌려진 붉은 핏자욱들.......

우울은 일이 이상하게 꼬였다는 느낌과 함께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본 사람도 없고.....  며칠째 계속되는 X에 대한 호기심과 신경쓰임이 
종결되었으니....   떨리는 손으로 X를 부쩍 들어 창밖으로 내던지고, 휴지로 
아무렇게나 핏자욱을 지웠다. 다시 적막으로 빠져 들고....

불을 끄고 누워서 우울은 생각했다.

  ' 내일 방 친구가 오면 다시는 제 2의 X가 오지 않게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약국에 가서 꼭 에프킬라를 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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