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mily ] in KIDS 글 쓴 이(By): JINI (지니) 날 짜 (Date): 1998년 11월 24일 화요일 오전 07시 54분 47초 제 목(Title): 나쁜 딸. 난 누가봐도 참 씩씩하게 살아간다. 무슨 일을 하든지... 피할 수 없으면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이왕 할 일이면 중심이 되어 하겠다는 마음을 늘 갖고 산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면서 우리 교수님은 그러신다. 왠만한 남자애들보다 더 씩씩하고 잘 살아나갈 것 같다고... 그래서 난 초등학교때 부터 지금 대학에 이르기까지... 밖에서는 참 잘하려고 노력하고 그만큼 잘 하고 다닌다... 어른들을 대하면서 예절을 익히려고 노력하고 친구나 선후배 사이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그래서 이런 내 모습을 집 밖에서 보는 사람들은 내가 집에 들어가서도 참 잘하는 막내딸일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실제로 집 안에서의 내 모습은 너무나도 다르다. 딸만 넷인 우리집은 아빠, 엄마가 자라오신 대로 장녀가 책임과 희생을 도맡아 하면서 밑으로 내려갈수록 편하고 많은것을 혜택받으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언니들이나랑 똑같이 학교에서 임원을 해도 우리 엄마는 거의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의 뒷바라지를 해 주셨다. 학교에 꽃도 정기적으로 사다 주시고, 스승의 날이면 학부모가 '1일교사'를 할땐 우리 엄마가 와서 하고, 어머니회에서 가을 바자회를 하면 엄마도 늘 매일같이 와서 참여하고... (우리 담임중에는 극성엄마를 바라는 선생도 있었던지라... 어느해 인가는 매주 한번씩 선생님들 점심 반찬도 내게 요구한선생도 있었다) 이런 작은것 하나부터 정말 큰것까지... 우리 엄마는 정말 열심히 따라다니면서 내 뒷바라지를 해주셨다. 대학에 와서도... 내가 과에서 학생장 직을 맡고서 MT라도 준비할테면... 우리 엄마는 나보다도 더 많이 걱정하고 이것저것 신경쓰면서... 먹을 음식과 안주, 다음날의 국거리까지 챙기시는 어찌보면 극성엄마의 모습을 하고 계신다. 유독히... 내게 있어서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신다... 그런데.... 막내이고.... 받아 누린것이 많아서 나밖에 모르는 것인지... 난 늘 내 중심에서만 생각하고 말을 쉽게 내뱉는다... 밖에서는 그렇게도 조심하면서 생활하면서.... 난 참 이기적인 모습으로 집안에서 생활한다. 내 일이바쁘다면서 집에 있는 시간은 잠자는 시간밖에 없지만... 그 있는 시간 동안도 가족들에게 잘 못하면서 지낸다... 그나마 작년부터인가... 엄마랑 아빠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하면서 가끔은 편지도 쓰고 애교를 모르는 딸 넷 중에서 가끔씩 여우짓(?)도 하면서 잘 하려고 노력하지만...그것도 참 가끔이다... 어제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도... 오늘 내가 피곤하고 짜증이 나면 난 다시 참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아이로 변해버리는거다... 어제도 나는 엄마와 별것 아닌것 가지고 잠시 말다툼을하고 몇달만에 집에 일찍 들어갔으면서도 저녁조차 먹지 않았다. 기분이 상하면 화를 내는게 아니라 집안에서 말을 하지 않고 잘 먹지도 않고 다니는 버릇을 아직까지 버리지 못한거다. 게다가 작년부터는 나만 2층에서 이모집에 살기 때문에 한번 기분이 상하면 엄마 아빠 얼굴 보기가 더 힘들어 졌다는 사실이다. 오늘 아침에도 눈 뜨자마자 학교로 나서는 내게 오랜만에 오신 외할머니가 아침 사먹으라며 손에 돈을 쥐어주시면서 엄마가 그렇게 말하는것도 나를 위해 하시는 거라면서 엄마한테 잘 하라 그러신다... 대답도 잘 못하고 나오는데 큰언니가 뛰어나오면서 그런다. 오늘이 엄마 생일이라고...... 아차... 그래... 오늘이 엄마 생일인데..... 그동안 두달정도 학교일로 정신없고 버거운 생활을 하다보니... 잊고 지냈다...... 버스를 타고 학교로 오는 길에..... 계속 눈물이 나는걸 참느라고 애썼다. 그러면서도 참 냉정하고 나쁜딸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나는 왜 이러지.....? 이런게 아니라는걸 뻔히 알면서도... 난 참 못되게만 구는 딸인것 같다........ 참 속상하다...... 그리고 죄송한 생각만 든다...... 잘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오늘은 집에 엄마한테 편지라도 써서 들어가야겠다. 꽃 한송이라도 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