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Family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what?) <203.245.15.3>
날 짜 (Date): 2001년 3월 16일 금요일 오후 01시 02분 08초
제 목(Title): .


송호근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장, 사회학과 교수)

의료계 파업투쟁에 주목을 하고 그것을 책으로 묶어내는 이유는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작년 의료계 투쟁은 우리 사회에서 전문가 집단의 해체와 
그것에 대한 저항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둘째, 사회정책을 
입안(design)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DJ정부의 사회정책 메커니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론은 대단히 실망스럽습니다. 셋째, 이러한 외부충격에 전문가 
집단이 어떤 변화의 양상을 보이고 그 궤적을 추적하는 일입니다.

지난 3월 5일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을 찾아 이번에 출간된 '의사들도 할 말 
있었다'에 대한 송호근(서울대·사회학) 교수의 이야기와 사회학자로서 
의사파업을 보는 시각을 들어보았다.

 송교수가 의료계를 주목하는 몇가지 이유

"이번에 출간되는 책의 제목을 처음에는 '서툰 개혁이 남긴 깊은 상처'로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제목은 너무 자극적일 것 같아 제목을 
바꾸었습니다. 제가 의료계 파업투쟁에 주목을 하고 그것을 책으로 묶어내는 
이유는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작년 의료계 투쟁은 우리 사회에서 전문가 
집단의 해체와 그것에 대한 저항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둘째, 
사회정책을 입안(design)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DJ정부의 사회정책 메커니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론은 대단히 실망스럽습니다. 셋째, 이러한 외부충격에 
전문가집단이 어떤 변화의 양상을 보이고 그 궤적을 추적하는 일입니다."

송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한국사회에서 변호사, 의사, 교수, 회계사 등 
모든 전문가 집단은 변화를 강제받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새로 선출된 
정재헌 신임 대한변협회장은 취임사를 통해서 "지금 전문가 집단은 심각한 위기 
상황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작년 의사파업은 이러한 변화의 강요에 그간 대표적인 전문가 집단이라고 
일컬었으며 사회적으로도 관습적 또는 전통적인 존경(traditional respect)을 
받아온 의사집단이 대표적으로 저항을 했으며 정부와 초유의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는 것이다.

 전통적 존경의 철회와 전문가 집단의 직업적 정체성의 상실

"의약분업 투쟁을 겪으면서 가장 심한 타격을 받은 집단은 의사입니다. 
국민건강을 위해 전문지식과 의학발전에 온 정신을 쏟아야 할 의사는 직업적 
정체성을 송두리째 잃어버렸습니다. 이제 환자 앞에서 전문가 행세를 하기는 
어렵게 되었습니다. 공익을 저버리고 이윤만 좇는다는 사회적 비난이 마음 
깊숙이 상처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의사들에게 도산하지 않도록 소사장의 
기민한 상혼만을 발휘하도록 강요하는 이 제도는 비윤리적입니다. 하루 
100여명의 환자를 돌보아야 간호사 월급 주고, 건물임대료, 장비대여료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은 의사들을 소상인으로 만들었습니다."

 패자들의 전쟁

송교수는 "물론 의약분업이 DJ의 100대 공약사업이었기도 했지만 DJ정부는 YS가 
유보해 놓은 것을 완료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을 것입니다. 어쨌든 DJ의 
정책디자인은 초기 설계부터 상황에 따라 원칙없이 흔들렸습니다. 의사파업에 
혼쭐난 정권은 이제는 서스비 개선도 없는 의료비 인상에 항의하는 국민과 
대적해야 할 판입니다. 개혁의 정당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의로운 개혁'은 득(得)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기에 의약분업전은 
'패자들의 전쟁'이었다."고 말한다.

 국민들이 싫다면 싫은 것, 그것이 리얼리티

송교수는 이어 "약사와 제약회사의 이윤을 불리는 것 외에 국민을 죽이고 
의사를 죽이는 부당한 정책을 선진의료를 명분으로 강행하고 있을 뿐이다. 
강제분업입니다. 그러나 국민들이 싫다면 싫은 것, 그것이 리얼리티입니다. 
그러나 한편, '의로운 개혁' 정책을 실현함에 있어서 국민의 요구를 어느 
정도까지 수용하고 조정할 것인가는 '조정의 정치'를 담당하고 있는 정부의 
몫이고 그런 점에 있어서 DJ정부는 실패했습니다."고 말하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한다.

 DJ정부의 서민주의와 평등주의

송교수의 정부에 대한 비판은 계속 이어진다. "DJ정부는 IMF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집권하게 되었고 그것은 서민의 지지였고 반재벌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DJ정부는 '서민의 정부'임을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IMF를 
극복하기 위하여 '구조조정'이라고 하는 극약처방을 내렸고 대량 실업을 
양산했습니다. 따라서 서민과 재벌 모두에게 지지를 잃게 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DJ정부의 정체성은 서민주의와 평등주의가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도한 서민주의와 평등주의가 이러한 의료의 질적 하향 평준화로 
이어지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의사들은 사회적 거점이 없었다

"의사들이 이번 싸움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회적인 거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TV나 영화 등 매체를 통해서 연출되어 국민들이 알고 있는 
의사들의 거점은 골프장이나 고급 레스토랑이었습니다. 반면에 정부는 국민과 
언론을 지원군으로 삼아 의사들에게 도덕적인 비난으로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했습니다. 일반 국민들은 의사들의 주장을 처음에는 '밥그릇 싸움'으로 
인식했고 나중에는 정부도 준비 안 된 의약분업이라는 것을 알고 정부와 
의사들을 함께 비난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의약분업 투쟁을 통해서 의사집단이 
그래도 얻은 것이 있다면 이제는 사회적인 거점은 확보했지 않았나 싶습니다."

 당신들이 사회를 위해 무엇을 기여했는가?

"DJ정부에 들어서 이른바 '신지식인'이라는 말이 한 시대를 풍미하고 있습니다. 
신지식이라는 것은 한 분야의 전문가를 일컫는 말이고 실용주의적 사고의 
강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DJ 개인적으로도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정치철학으로 
삼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 시대는 이것을 한 개인뿐만 아니라 한 집단에게도 
묻고 여기에 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인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리 의료계가 사회적으로 공헌하는 것은 이것입니다.'고 국민들에게 계속 
알려야 합니다."


[인터뷰 후기]

송호근 교수(서울대학교 사회학과)와는 그냥 스치며 지나쳐도 좋을 듯한 짧은 
조우(遭遇)가 인연이 되어 인터뷰까지 이어졌다. 지난 1월에 주수호 전 의쟁투 
대변인 인터뷰를 위해 서울 개포동 주수호 외과의원을 찾아 미진한 부분을 보충 
취재하고 기자는 나가려고 병원문을 밀고 송교수는 들어오려고 당기며 하다 
목례만 하고 헤어졌다가 나중에 주수호 선생을 통해서 송교수인 줄을 
알았다.(주수호 선생 인터뷰 참조)

송교수는 노동문제를 포함하여 복지자본주의를 전공했다. 동아일보에 
'수요프리즘' 고정칼럼을 쓰고 있으며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투쟁이 한창일 
동안에도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을 날카롭게 비판하기도 했다.

당장 전화를 하여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때는 대학도 방학인지라 살고 있는 
춘천에서 서울로 나오기가 쉽지 않고 무엇보다도 지금은 책 출간을 앞두고 
막바지 집필중이라 시간을 낼 수가 없다고 하여 인터뷰를 개강까지 미루었다.

송교수의 책은 '의사들도 할 말 있었다' 라는 이름으로 이번주 금요일(3월 
16일) 세상에 얼굴을 보일 예정이다. 부제로는 '의사파업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으로 되어있다.

송교수는 왜 의료계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가? '의사들도 할 말 있었다'고 
하면 송교수가 의사들이 못 다해서 억울한 이야기를 사회를 향해 대신 해준다는 
이야기인가? 송교수 자신의 고정칼럼은 동아일보 기사의도와도 다르고 동료 
교수와 신문에서도 난처한 입장일진데 '학자적 양심'이라는 관념어로 모두 
설명할 수 있을까?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