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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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wha ] in KIDS
글 쓴 이(By): july ()
날 짜 (Date): 1994년08월18일(목) 22시23분43초 KDT
제 목(Title): 잔인함에 대한 생각들...


방바닥에 개미가 기어가고 있다..

그냥 꾹 누르면 될 것을 굳이 양손가락 사이에서 비벼서 가루로 만들어

버린다....



지하철 안에서 맹인인 듯한 모습의 걸인이 지나간다..

돈을 주기는 커녕 '저것두 또 가짜 아냐?'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번득인다...



아침 등교길에 학교앞에 자리를 잡고 구걸을 하시는 할머니와 마주친다..

'오늘도 또?'라고 생각하며 눈살을 찌푸린다...



오랜만에 전화를 건 친구에게 '나 지금 나가야 된다'며 냉정하게 전화를 끊어

버린다...



다른 일로 기분이 나빠졌으면서 영문도 모르는 엄마에게 짜증을 낸다...






















'선한 모습'으로 살고 싶었다...현실세상에서 그러지 못하기에 오히려 더욱 더.

매일매일, 매순간 매순간 나는 내 주위의 세상에 대해 잔인하게 굴고는 또 금방

후회를 하곤 죄책감을 느끼고...그래서 어떨때는 지나칠 정도로 남들에게 

친절을 베풀기도 하면서...그렇게 어떻게 보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면서

살아왔다...

과연, 조카를 목졸라 죽이고는 칼로 십자가 모양을 그어놓는 것만이 잔인한

일인가?  이혼한 전처를 굳이 쫓아가 난자해 죽인 심슨만이 잔인한 사람인가?

도와줄 수 있는 입장이면서 방관하는 것, 고민이 있는 친구를 뒤에서 얘깃거리로

삼는 것, 자기의 기분에 따라 아무 생각없이 쏘아붙이는 말 한 마디..

이런 것은 과연 잔인한 짓들이 아닌가?






작년 봄, 믿고 존경하기까지 했던 한 사람의 행동으로 인해서 '인간 존재 자체'

에 대해 실망하고 있던 나는, 여기서 만난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친절로 인해

다시 세상에는 그래도 좋은 사람들이 많으며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그러나 지금 와서 다시 나는 과연 '인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 무엇을 기대할 만한 존재인지에 대한 회의와 환멸을 느낀다...

이런, 어떤 면에서는 결벽에 가까운 내 성격때문에 세상을 살아나간다는 것이

항상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나는 이렇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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