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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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wha ] in KIDS
글 쓴 이(By): prewis (안혜연)
날 짜 (Date): 1994년08월18일(목) 19시03분22초 KDT
제 목(Title): 무제



아침 일찍 서둘러 볼일을 보고 목적지인 대학로에 내린건
10시가 지나서였다..
버스에 내리자마자 예총화랑이 보이길래..
몇주동안 들르지 못했던게 아쉬웠는데 이참에
모하나 보기만이라도 하자..
너무 일러서 인지 양쪽으로 있는 전시실은 한쪽은 문이 닫힌채로
다른한쪽은 열려있으나 어두웠다.
열린 문에 붙인 포스터를 보니
"공간사냥"이라는 우리학교자연대 사진반의 정기사진전이었다.
뜻밖이었다..예총화랑에서 교내써클의 전시회를 보게 되리라고는...
우리 써클도 학부 4년동안 내 기억으론 한번밖에 여기서 전시를 
못했더랬다..물론 가난한 써클살림살이때문이지..
전시실을 돈주고 빌린다는 건 너무 출혈이 크므로..
주로 교내에서 하곤 했었는데.. 그 중에서도 경영관 1층 홀은
전시실로는 제일 인기가 좋아.. 축제기간내에 전시라도 할라치면
몇개월전부터 예약을 해야했었다.
여하튼 이화여자대학교 란 사실에 웬지 반가움과 친근감이 ... 
안을 보니 오늘이 여기서의 마지막 전시이고 내일부턴 학교학생관으로 
옮겨 전시를 하는걸로 되어있었다.
안에는 선풍기만 돌아가고 아무도 없는 전시실을 그냥 우리학교라는
이유만으로 들어갔다. 어둡지만 주인이 없는 사이 잠깐 보고 가야겠다
하는 마음으로 하나씩 보기 시작했다.. 가끔 문쪽에 인기척이라도 
나는거 같으면 수박서리하다 누군가의 인기척에 놀래듯 뜨끔해 하면서..
에이 모르겠다.. 들키면 사정애기를 하지모..하고는 그냥 불을 켜버렸다..
이왕보는거 ..
작품은 주로 흑백 네가티브였고..간혹 몇작품은 인화시 특수처리를 해
모래위에 그림을 그린거 같은 효과를 내었다.
내가 찍고 싶었던 노인의 웃는 모습이나 아이들 모습도 한 두작품 보였다.
음.. 방콕의 수상시장을 찍은 사진은 구도는 좋은데 좀 산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명암대비는 좋았는데.. 너무 프레임에 많은 것을 담았다..
저 멀리 새벽사원이 보이고.. 
다들 보니 자기가 있는 곳을 박차고 나와 열심히 발로 뛰면서찍은 사진들인거
같아 좋아보였다..
나도 카메라 둘로매고 한번 나가야지.. 하면서 다시 스위치를 내리고 멍하니
바라보는 관리아저씨를 뒤로하고 나왔다.
켄터키 골목을 들어서면서 눈에 들어온것은 유치원생아이들의 줄서있는 모습..
떠드는 아이. 하품하는 아이. 맨뒤에 여자애랑 손잡고 서있는 남자아이를 보면서
난 갑자기 나의 처절했던 유치원생시절이 떠올랐다..
7살에 학교를 가야했기때문에 난 6살에 유치원을 갔는데.. 이모가 처음 경영하는
유치원이다보니 난 자연히 1회졸업생이 되었고 하나도 즐거운 기억이 안나는
일년이기도 했다. 우리 집이 있는블럭에선 나와 교감선생님 막내아들만 유치원을
다녔고. 다 다른 데서 온 애들이었는데.. 그 중 한 명 내 눈에 띄는 애가있었다..
성도 특이해 아직까지 기억하는데 어씨였다.. 다른애들보다 점잖고 깔금하고 뭔가 
남다른 애였다.. 내 작은 머리에 느끼기에도..
키도 크고 얼굴도 검고.. 꼭 다문입술에 좀 거만하다는 인상을 줄정도였고 
다른애랑 잘 어울려 논거 같지도 않았다.
난 그애애게 관심이 있었고 말을 하고 싶었는데 잘 안된거 같다.
너무 다가가기 벅찬 아이라고 느꼈었나보다. 근데 알고보니 그 남자애는 나의 단짝
친구를 좋아하는 거 같았다.. 말도 걸로. 웃기도 하고.. 내가 볼때 전혀 예쁜거 
같지도 않은데 말이다.. 난 당연히 샘이 났고 집에 가서 엄마한테 삔사달라고 졸랐던
기억이 난다. 그 남자애랑의 관계개선의 기회는 물론 오지 않았고 난 여전히 
단짝친구랑  잘도 지낸덕에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버렸다.. 
나에게 그런 시련을 주시다니.. 하나님도 너무하시지..
유치원 일년생활을 마감하면서 벌이는 재롱잔치에.. 난 그 남자애 앞에서 남장을
해야했다.. 이모는 나랑 단짝친구에게 무슨 둘이서 하는 무용을 가르쳐주면서 
난 남자역할 내 친구는 예쁜 한복입은 나의 상대역이고..
물론 남자아이가 해도 되지만.. 그게 더 재미있을거라고 여기셨나보다..
누가 어린나이에 남자역할을 하려고 했겠는가..더군다나 여자아이가.
난 오빠가 업던 한복을 입어야 했고 길던 머리도 박아지형태로 잘려야 했다..
난 한복을 입어야 하는 당일날까지 싫다고 울던 기억이 난다..
내가 이런 이유를 설명할 수도 없고..
휴.. 그렇게 나의 유치원 일년은 막을 내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아픔이 나를 성숙하게하기는 커녕.. 오히려 수동적이고
알에서 안나오게 만들어버린거 같다. 아픔만큼 성숙한다던데... 음...
헤헤 지금 저중엔 나같은 상황에 처한 예쁜애가 없길 바라며..
어느새 나의 발길은 목적지에 점점 다가오고..
샤갈의 눈내리는 마을 커피전문점이 새로 들어셨다.. 그새..
분위긴 전혀 아닌데.. 다음에 한번 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내 목적지로 들어갔다..


프레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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