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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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wha ] in KIDS
글 쓴 이(By): wish ()
날 짜 (Date): 1994년07월16일(토) 02시54분20초 KDT
제 목(Title): 우리엄마..



기차로 한시간 정도 걸리는 옆도시에 있는 학교에 연구차 와계시는 아빠를 따라 
엄마가 함께 와계시는 지 몇개월째. 한국을 떠난후 한번도 들어가지 않다가, 바로 
지척에 부모님이 와계시는 데도 별로 찾아뵙지도 않는다. 괴씸한 딸甄� 난 정말. 

늘 건강에 주의하셔야 하는데 먼거리 여행이 가져올 무리때문에 여기까지 오시는 걸 
극구 반대했었는데, 다행이 아무런 무리없었고, 한국에서 보다 훨씬 깜짝놀랄만한 
건강을 유지하고 계신다. 주변의 공원과 숲 등의 공기가 좋고 마음에 여유를 갖게 �
되는게 도움이 되시는모양이다.

며칠전 부모님께 갔다.
현관에 들어서는 날 보자마자 엄마가 말씀하신다.
"왜 이렇게 말랐니? 저 목좀봐라..꼭 E.T모가지를 보는거 같구나.."
"엄마는..마르기는 뭐가..내가 언제는 노사연 같았나...왜그래..?..-노사연씨가 
이글을 볼일이 없기를 바라며..-"

돌아오는 순간 까지, 보약이 따로없다..세끼를 꼬박꼬박 챙겨먹어야 기운을 
잃지않고 공부도 할것 아니니..너 제대로 안먹는거 다 알아..내가 보는 거 같다..
훈시..훈시...를 거듭하시며 사골국 끓여 얼려놓은거랑 밑반찬 등등을 챙겨서 
만들어주신 한보따리에서 김치를 꺼내 김치찌개를 끓였다.

간단한 식기도를 하고 밥을 한수저 떠먹으려다 눈물이 핑그르 돈다.. 
아침 저녁기도와, 식기도 마다 빼놓지않고 내기도를 하고계실 엄마얼굴이 
어른거려서..

열손가락 중에 깨물어서 안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말을 늘 하시면서도 언니보다도 
오히려 은근히 내게 더많이 기대시고.., 동생이 있는데도 내가 부려드리는 응석에 
더 살가와 하시는 ...

흡족하게 바라보실 수 있도록 잘살아낼수있을까...난..

영국땅에 내리실때 마중나가서 일년반 만에 보는 엄마를 안아 보고, 같이 돌아오는 
길에 마주보다가 많이 늙으셨다는 생각을 했었다. 

늘 건강 걱정만 하느라 나이드시고  늙어가시는 걸 생각해본적이 없었었다..한번도..

한국 떠나기전 친구를 만나 얘기를 하다가 그친구가 하던 말이 떠올랐다.

"엄마랑 같이 은행을 갔는데, 지로용지에 써있는 글씨가 보이지않아서 앞뒤로 
움직여가며 읽으려고 애쓰시는 엄마를 보고 충격을 받았어...글도 제대로 안보일 
만큼 엄마가 나이들어 가고 있다는 걸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었다는걸 깨닫고..
엄마가 예전같지 않으시구나..하는걸 처음 생각했어..
이젠 엄마는 더이상 내가 기댈 곳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엄마가 나한테 기대실 수 있도록 내가 끌어드려야할 차례라는 생각을 했지.."
 
내친구가 저렇게 철이 들동안 난 뭘했나...하며 그저 감동적으로 듣고있던 그 말이 
그때 런던에서 기차를 타고오며 마주보던 엄마얼굴에서 다시 떠올랐다..L

이제는 엄마가 내게 기대실 수 있도록 해드려야 할 때이다..
나 때문에 마음 상하지 않고.., 나를 향한 걱정으로 눈물짓지 않으시게.., 나를 
보면 마음 든든하실 수 있게 해드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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