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wha ] in KIDS 글 쓴 이(By): prewis (안혜연) 날 짜 (Date): 1996년01월17일(수) 14시12분15초 KST 제 목(Title): 희한한 만남 그녀는 오늘 이 시간이 괜히 시간낭비처럼 여겨졌다. 몰라서 못하는거가 아니라 끽해야 실수로 인한거 뿐이기때문에 두 시간 넘게 앉아서 듣는다는게 억울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 시간이 그녀와 그녀친구에겐 약간은 손해보는듯한 느낌이었고 차라리 다른 걸 연장햇더라면 하고 생각했다. 이런 상념에 젖어 잇는데.. 문을 열고 그가 들어왔다. 앞의 두 남자가 도시적이고 세련되어보이면서도 튀는 분위기라면 그는 차분하고 정적인 세련미의 남자였다. 이런 외적인 느낌외에도 이상하게 그녀에겐 그의 얼굴이 낯설지가 않은게 시간이 갈수록 내내 머리속에서 기억을 더듬게 만들었다. "어디서 봤을까.. 왜 전에 알고있었던거 같은 느낌일까.." 들어야하는 그의 애기를 그녀는 건성으로 들으면서 머리속으론 시간을 거슬러 국민학교시절로 돌아가있었다. `6학년땐 아니고.. 5학년때도 아니고.. 4학년? ` 어럽사리 그녀가 기억속을 더듬어 찾아낸 몇몇 남자아이들틈엔 그가 없었다. '참.. 이상한 일이야.. 정말... 왜 자꾸 눈에 남다르게 들어올까.. 몰겠다. 아구..피곤해... 집에가서 잤음..잉..' 그녀는 별다를게 없는 그가 하는 말에 지루하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해서 옆에 얌전히 앉아있는 그녀 친구에게 비비적거리기도 하고 귀찮게 하면서 끝나는 시간까지 버텼다. 그와는 일주일에 한 번밖에 만나지 못한다. 금요일에만 만난다. 오늘 봤으니 다음주에나 볼 수있는데... 일주일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더디가는거 같으면서도 두 명의 세련된 튀는 남자들이 격일로 들어와 아직도 감을 못잡은 우리에게 자신의 비법을 전수해주려고 열변을 토하는 사이 어느덧 그의 시간이 다가왔다. 바로 금요일인 것이다. 두번째로 그의 얼굴을 보고나니 한번 가서 말을 걸어볼까 하는 호기어린 마음이 굴뚝처럼 생겼고 만약 그렇다면 그는 괜히 친절히 잘해줄꺼 같단 느낌이 들었다. 벙쩌하지 않고 말이다. 그녀는 되도록 그의 얼굴을,제스쳐를 눈으로 쫓아가면서 그의 애기를 듣고 있었다. 이렇게 계속 눈에 담고 있다보면 기억이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이다. 오래전이라 하더라도 그녀가 그를 눈에 담았다면 기억 어딘가에 흔적이라도 남았을 것이고 지금 그녀가 그를 계속 눈에 담고 있으니 그 기억속의 흔적이 점점 윤곽을 드러내 지금 그와 그녀의 기억속에 그는 연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쉬는시간이 다됐는데 그녀의 연결작업은 막연한 느낌만을 남긴채 끝나고 말았다. 바로 4학년때 같은 반같다라는 느낌.. 그는 교실을 나갔고 그녀는 미처 챙겨오지 못한 자료를 얌전한 그녀 친구한테 빌려 그의 뒤를 따랐다. "저기요.. " 이런 못알아듣다니.. 그녀는 그와 더 멀어지기 전에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바짝 붙고는 툭툭 그의 어깨를 쳤다. "저..있잖아요..이거 복사 좀 할 수 있을까요? " "글쎄요..." 그의 대답이다. 이런 글쎄라니..그가 모르면 누가 안단말인가..그녀는 못해도 그는 할 권한이 있지 않은가.. 그녀에게서 자료를 받아들면서 그가 올라가는 6층을 그녀도 따라올라가고 있었다. 계단에는 쉬는시간을 틈타 담배를 피러 나온 사람들로 붐볐고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담배연기,각자의 애기들로 꽉찬 계단을 올라가며 그녀는 그들의 말소리에 그녀의 말이 묻히기를 바라며, 그리고는 그에게만 들리기를 바라며 물었다. "저..혹시.. 음.. XX국민학교 나오지 않았어요??" "어?.. 네 맞아요.." 미리 생각한 질문은 이게 아닌데 나올땐 확신에 가득찬 질문으로 바뀌어 있었고 놀라는듯 하면서 자동으로 나온 그의 대답에 그녀는 예상했었다는 듯이 미소만 지었다. "4학년 8반이요..왜.. 여자선생님이 쉬는시간마다 노래가르쳐주셨잖아요.." 하하.. 그도 기억나는지 맞장구를 쳤다. 어떻게 자기를 기억했나는 질문에 그녀는 미소만 지었다. 어떻게는.. 그녀도 몰라..히힛.. 어쩐지 낯이 익었다는 그의 말에 그녀는 놀라며 믿을 수없다는 듯이 반문했다. '아..그도 눈에 담았었단 말인가..나를..' "저 여기서 기다릴께요.." 그는 자료를 가지고 복사하러 들어갔고 그녀는 그가 나올때까지 복도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혼자 남고 보니.. 진정이 되었고 그 시절의 일들이 떠올랐다. 그녀는 국민학교 4학년때 예쁜,지금생각해도 예쁜, <천사들의 합창>에 나오는 히메나선생님같은 분을 만났다. 그분은 매 쉬는 시간마다 우리를 풍금앞으로 쪼르르 달려나오게 만드셨고 매일 다른 노래를 몇개씩 가르쳐주시곤 했다. 그 애들중에서도 그녀는 곧잘 따라불렀고 잘 부른다는 칭찬도 받았다. 또 그녀가 선생님 주목을 끌었던 이유는 이거다. 그때 그녀는 엄마가 사준 파란 물방울 무늬가 있는 하얀 블라우스 입었는데 목부분에서 리본을 매야하는거었다. 엄마가 아침에 예쁘게 매주신날도 그녀는 학교에 와서 일부러 푸르고는 엉성한 솜씨로 다시 매면 어김없이 선생님이 부르셔서 다시 예쁘게 매어주시곤 했다. 그녀는 그게 좋았다. 다른 애들은 그런거 안해주셨는데 유독 그녀의 블라우스의 리본만은 고쳐 매주시곤 했다. 선생님이 잘 어울린다고 칭찬하는 소리도 아주 듣기 좋았다. 그 시절 그녀는 최고의 선생님을 만났고 최고로 많은 동요를 배웠다. 정말 노래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그런데 기억나는 게 몇 개 안되는데다가 그것도 완전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의 현실은 가끔 거울앞에서 폼잡고 부를 경우 불발로 끝나게 만든다. 그건 그렇고..그.. 그에 대한 기억은 왜 잘 안날까.. 그와 연결된 일이 없어서이겠지.. 그런데도 그를 보고 낯설게 느껴지지 않은건, 결국 그녀의 기억속에 남은건.. 그녀가 그를 눈에 담아두었었기 때문이 아닐까? 눈에 담아두기만 하고 친하게 지내지 않아서이지 않을까? 그녀의 눈에 그가 띠었엇고 그가 맘에 들었었던게 아닐까.. 그는 지금 그녀를 위해 복사를 하고 있고 그녀는 그런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럼 그 선생님은 어디에.. 지금까지 그 선생님은 숱한 학생들을 가르치셨겠지. 아직도 교편을 잡고 계실까? 아직도 쉬는 시간마다 애들에 둘러싸여 풍금,아니지 요즘은 피아노겠지, 앞에서 동요를 가르쳐주실까??? 그녀는 참 괜찮은 국민학교 4학년 시절을 보낸거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가 나왔군.. 복사한 걸 가지고. 일부러 그의 눈을 쳐다보지 않았다. 손만보고 받아들었다. 그가 무슨말을 할려고 하는 분위기를 느꼈는데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담배연기 가득한 계단을 내려왔다. 미소를 머금은 채.. 같은 반 아인데 그는 지금 가르치는 사람이고 그녀는 앉아있는 학생중 한명이다..하하..희한하기도 하지.. 프레위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