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wha ] in KIDS 글 쓴 이(By): biblio (모야) 날 짜 (Date): 2002년 10월 28일 월요일 오후 04시 09분 36초 제 목(Title): 투명가방끈 오랜만. 요즘엔 주부라는 직함 외에는 별로 내세울 것이 없다. 주로 하는 일이라는 것은 여전히 마치지 못한 페이퍼를 쓰는 것과 책을 읽는 것이다. 공부를 통해서 얻는 것보다도 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세상을 넉넉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좋다. 이런 이야기를 한쪽 곁에서 하고 있으면 신랑은 능청스럽게 또 가방끈 길어지는 소리 들렸다고 하겠지만 낚시줄도 길게 늘여뜨려서 당기다가 보면 뭔가 걸리듯이 가방끈도 좀 길어지면 그 끝에 밥줄이 걸려올지 모르는 일이다. 물론 많은 여자들이 이런 안일한 생각을 하다 마법의 실타래처럼 영원히 늘어나는 가방끈이 된다거나 최악의 경우 벌거숭이 임금님마냥 투명가방끈만 남기는 경우도 허다했다. 공부할 때는 영어로 책읽는게 그렇게도 싫더니, 졸업하고 나니 책이 솔솔 들어온다. 물론 가벼운 경영학이나 소설같은 책일 뿐이라 난이도라는 것이 아줌마 수준을 벗어나질 못하지만 말이다. 이틀 전에 피터 드러커가 최근에 낸 책을 읽어냈는데 - 새책이라고 해서 속아서 샀는데 알고보니 이제까지 잡지 등지에 기고했던 글을 편집해서 낸거였다 - 그 중에 교육에 관한 얘기가 참 다가왔다. 책 어디에선가는 미래엔 지식노동자의 재교육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현재 교육기관의 평생교육 분야가 대두될 것이라고 얘기를 하고선, 또 다른 곳에서는 교육이란 지혜나 경험을 주는 곳이 아니라 단지 원하는 직장을 들어가기 위한 자격증 정도일 거라고 말한다. 참 지난 2년동안 안되는 머리로 뭔가 배워보려고 안되는 영어로 억지로 공부도 해보고 그랬는데, 가슴에 꿍하고 다가오는 이야기였다. 이 글을 2년 전에 읽었더라면 - 그리고 정말 이 글을 발견해서 읽을 수도 있었는데 - 난 아마도 한참을 다른 길을 가고 있었을 텐데. 오랜만에 말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이겁니다. 요즘 다들 어떻게들 지내는지? 행여나 공부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는지? 아니면 지금의 가방끈으로 현재의 직장에 안전벨트를 매고 있는지? 생각해보니 유행하는 낙하산도 있네요. 보고싶고, 그립고, 궁금합니다. 모야 p.s. 쓰고 보니 가방끈이라는 단어가 이상하다. 알아듣는 사람들은 알아듣겠지만, 요즘에도 이런 구식의 표현을 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