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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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wha ] in KIDS
글 쓴 이(By): yujeni (유제니)
날 짜 (Date): 1998년 4월 15일 수요일 오전 09시 11분 20초
제 목(Title): 성희롱/성폭력관련 대자보를 읽고.



유니텔에서 동국대 신영용이라는 남학생이 한 여학생에게 
차마 듣기 거북한 언사를 남발하였다 한다. 
곧 이 여학생은 유니텔에 신고를 했지만 오히려 면박을 받았다 한다.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냐며.

이화여성운위에 접수된 이 사건은 신영용에게 사과문을 요구하는 단계로 발전하였고 
거부할 경우 실명을 밝히겠다 경고하였다 한다.
실명이 밝혀진 지금까지도 신영용은 사과문을 거부하고 있다한다.

가부장적 지배이데올로기...뭐 이렇게 어렵게 얘기를 풀어갈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런 성희롱에 시달린 여학생이 나의 누이라 가정하는 거,
이것 만으로 충분하다. 

모든 일엔 '적당한 선'이라는 게 있는 법이다.
난 바보가 아니다.
한 번 웃어보자는 농담인지 악의적/고의적 성희롱인지 
구별할 수 있는 능력정도는 지니고 있다.

지하철 경고방송만 해도 그렇다.
지하철에서 이루어지는 성추행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지하철에서 경고방송이 이루어진다는 기사가 나왔을 때 울오빠마저 그랬다.
뭐 굳이 그렇게까지...

'그 지하철을 엄마가,내가,내동생이 매일 타고 다닌다고 생각해도 굳이야?'
물었더니 심각해진다.

여론에 밀려 본래 취지는 퇴색하고 말았지만 
주의를 환기시키는 역할정도만 해준다면 더 바랄게 없다.

1학년때 지하철을 탔는데 왠 술취한 아저씨가 가방을 뺏으려는 등
행패를 부리는 바람에 아연실색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이라곤 어느 아저씨 뒤에 숨는 게 전부였다.
이상한 사람 많으니까 조심하라는 충고를 들어가며.

이날 난 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바람에.

이 일이 있고 나서 난 거의 매일 생각했다.
역시 서울은 사람 살 곳이 못된다. 
그래, 한 학기만 지나봐라.
내가 기어이 휴학을 하고 만다.

그리고는 지하철을 타면 정서불안.
어느 곳에 서야할 지, 앉아야 할 지 늘 고민했다.

(그땐 내가 뭘 몰라서 그저 숨는 게 전부였지만 
 지금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난 1초도 망설이지 않을 거다.
 구두를 벗어 그 머리통을 부숴버리고 말거다. )

성희롱,성폭력 뿐만이 아니다...취직,가사,육아...
그 밖에 여자이기때문에 감내해야 하는 여러가지 불평등... 

'딸들아,일어나라,싸워라' 하는 노래를 첨 들었을 때 
'어째 좀 과격하네' 생각했었다.
 
아니다. 
난 깨닫고 말았다. 
'어째 좀 과격하네' 얘기을 들을만큼 악악~거리지 않고선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게 현실이라는 걸.

'나는 과연 성희롱 교수인가?' 
서울대 신모교수가 이런 비슷한 제목의 책을 썼다 한다.
사실,난 신모교수가 성희롱 교수인지 아닌지 관심을 두고 싶지 않다.

그저 교수라는 사람이 이런 제목의 책을 써야할 만큼 심상치 않은,
사회 구석구석에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않고 일어나는,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걱정이 앞설 뿐이다.

그리고 그 가해자들의 뻔뻔함에 기가 막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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