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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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wha ] in KIDS
글 쓴 이(By): biblio (모야?)
날 짜 (Date): 1997년11월24일(월) 23시11분16초 ROK
제 목(Title): [잡담]유치환의 '아내'


고등학교 졸업할 때 헤어지게 된 친구에게 선물한 이후에 다시는 읽지 못했
지만, 난 현암사에서 나온 '유치환'이라는 대표시 모음집을 가지고 있었다. 
괜히 멋있는 척하고 싶었던지 밑줄도 그어보고, 상표도 알 수 없는 수동식 
타자기로 찍어보기도 하고, 무척이나 심심했던지 좋아했던 문법 선생님에게 
수업 끝나고 뛰어나 가서 질문도 해보고.. 뭐 그럭저럭 시덥지 않은 고등학
교 시절에 얘기다.

그 시집 중에서 유치환 초기작품으로 '아내(?)'라는 시가 있다. 병중의 안해
를 간호하며, 아무리 자신이 아내를 애처롭게 사랑하여도 아픔마저도 나눌 수
없었는 시인의 '또 다른 아픔'을 격정적으로 쓴 시다. 정확할런지는 모르겠
지만, 기억나는 구절 중에 '온 우주를 다 하여도, 소통할 수 없는..'라는 구
절이 있었다. '나눌 수 없던..' 이었나..?

국어시간에 배운 유치환 시인에게는 생명파의 시인이니, 불굴의 의지를 가진
생명 초극.. 등등의 수식어구가 따라붙지만, 내가 아는 시인은 오히려 연악
하고, 서정적이다. 국어를 전공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비전공자의 심정적 
발상이라고도 생각되겠지만, 그토록 간절하게 초극의 의지를 염원했다는 것은 
그 자신이 연약한 스스로의 모습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왜 마음이 약해질수록, 간절한 기도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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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부터 잠자리를 뒤숭숭하게 만드는 꿈이 있다. 아픈 모습으로 나타나, 
참 묘하게 사라져 버리는 사람이 있다. 눈에 익은 모습 같기도 하고, 생각나는
모습 같기도 하고.. 그 꿈 속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도 아프거나 
슬프지 않았으면 한다. 누구도 그 아픔을 나눌 수 없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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