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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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wha ] in KIDS
글 쓴 이(By): biblio (모야?)
날 짜 (Date): 1997년10월19일(일) 00시22분45초 ROK
제 목(Title): 월드컵 승리!?


원래 사람이란게 간사한 데가 나름대로 있는 것 같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앞에 가서 당당하게 말할 수도 있지만,
자기가 싫어하는 것은 절대 앞에서는 말 못하지 않는다. 왜 한국 속담에 "가만히만 
있어도 중간은 간다"라는 말이 있는 걸 보면, 이런 남들 하는대로 싫은 소리 
안 들으며 사는 성향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다.

하여튼, 나는 싫은 소리를 해야겠다, 앞에서나 뒤에서나..

개인적으로 운동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못한다는 말이 아니다.
물론 뛰어나게 잘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못한다는 말을 들을 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나는 운동이나 스포츠를 싫어한다. 또 내 주변엔 방송에서 말하는 
것처럼 스포츠 열풍에 휩싸여 있는 사람도 볼 수 없다. 나는 심지어
-미안한 마음이지만- 국민적인 정서라고 하는 월드컵 2002 열풍조차 
오늘 몇 시간 전까지만 하더라도 별 생각이 없었다. 

근데, 오늘은 그런  나조차도 "월드컵" 때문에,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때문에
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든다. 심지어 오늘 집에 들어와서
들은 어머니 첫 말씀이 "얘아, 지금 우리가 축구에서 3:0으로 이기고 있다!"
였다. 어머니가 리모콘을 잡고 "스포츠채널"에 맞추다니, 그것도 토요일
이 황금같은 드라마 시간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나 나름대로 생각을 해본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 말이다. 짧은 생각이지만 아무래도 "우리 주변에 기쁨이라면
스포츠에서 밖에 찾을 수 밖에 없는 상황" 때문이 아닐까 한다. 
난 대학교 3학년이고, 주변에 있는 친구들 중에는 벌써 4학년이 되어서
취업 전선에 뛰어들기도 했다. 인턴으로 외국 방송사나 신문사에 취직한
두 녀석 빼고는 아직 취업을 했다는 소리를 듣고 있지 못하고 있다.
신문이나 저녁뉴스는 토익 900에 온갖 자격증을 가진 능력있는 여대생이 
아직 취업이 되지 않아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나오기도 하고, 저녁 여섯시 뉴스엔
탄탄한 기업을 유지해오던 회사가 부도가 났다고 하고. 모두들 지금은 
금융권의 위기고, 제도권의 위기고, 정치 및 경제정책의 부재라기도 한다. 해서 
월드컵에서 이기기라도 하는 그 모습이 우리 주변에 유일한 낙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헌데 "진정 우리에겐 월드컵이라는 희망 밖에 없는가?"

개인적으로는 누가 나를 "매국노" 불러도 무어라 할 말은 없겠지만..
나는 2002년 월드컵 개최에 대해서 조금은 부정적인 반응마저 있다.
월드컵 개최를 위해서 문화체육부 산하 사회교육 기금이 무려 연간 40억이나
전용되었다. 사회교육기금이라고 말하니까, 좀 너무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일 수도 있다. 좀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서울시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사야 할 돈이었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민, 구민, 도민들을 위해서
문화공간을 확충해야 할 공간, 그들을 위한 공부방을 마련하고 문화강좌나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계획하기 위한 돈이었다. 무려 연간 40억이다.

정치인들이 보면 '40억'은 추석 떡값정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돈이 없는 가정에게, 책을 사 읽은 여유가 없는 학생들에게, 
혹은 문화적 혜택을 누리지 지역의 주민들에게, 혜택의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돈이었다. 그 돈이 한 달 동안의 월드컵 축제를 앞으로 몇 년동안 40억씩
몇 백억 투자가 될 것이다.

'왜 스포츠에만 투자를 하는가?'하는 물음을 제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언제나 정부는 국가경영이라는 측면에서 제한된 자원을 상대적으로 효율성이 높은 
부분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왜 우리에겐 
'스포츠라는 희망 밖에 없는가?'라는 물음을 제기하고 싶다. 왜 스포츠에
밀리고, 운동장에 밀려서 '사회교육'은 이렇게 뒷전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오늘 광화문 지나오면서 '마침 골이 터지는 바람에' 전광판 앞에서 
환호하는 사람들의 무리를 보았다. 나 역시 무척 기쁘고 반가웠다.
"태극전사, 프랑스로~!" 하지만, 웬지 모르게 씁쓸하다. 이제는 
스포츠 강국의 한국보다는 경제강국, 교육강국, 외교강국의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한다.
 
괜히 기분 좋은 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갈 텐데.. 기분 깨는 글로
다른 사람 복장이나 긁은 거 아닌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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