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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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uksung ] in KIDS
글 쓴 이(By): Cherry (바람난은서)
날 짜 (Date): 1995년12월14일(목) 14시49분30초 KST
제 목(Title): 지리산이 생각나는 날이다-세엣



밤사이 정말 너무 추웠다.  얼어죽을뻔 했다.  

개인침낭을 하나씩 준비했어야 하는데 꼭 하라고 하면 안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문제다.(안하는 사람? 물론 나다~:( ) 밤새 꼬박 오돌오돌 떨구 맞는 아침은 정말 

찌푸둥했다.  세석산장까지는 제법 머니 빨리 밥해먹구 출발하자는 말에 우리는 

즉석국을 끓이구 반찬을 꺼내서 밥을 정말 잽싸게 하구 텐트를 걷구 세석산장으로 

향했다.  근데 길이 왜 이렇게 험하지? 이건 어제랑 완전히 딴판이다.  게다가  

어제 저녁부터 조금씩 쑤시던 발이 이젠 부어오르려구 한다.  선배 양말을 더 껴 

신어두 등산화랑 부딪힐 때마다 쑤시구 아프다.  일행이 여자셋 남자하나인 관계로 

더이상 짐을 져줄 사람도 없다.  근데 세석산장은 코빼기도 안보인다.  슬슬 

집에가고 싶다.  추석이라 집에는 먹을 것두 많을텐데.. 이젠 초코파이두 지겹다.  

(은서 많이 컸다.  첨엔 초코파이하나 쥐워주면 하루종일 기뻐하더니만..) 

뱀사골에서 세석으로 가는 사이에 있는 산장에서 (이름이 생각안남.  음식점도 있구 

그랬는데..) 밥을 대충먹구 있는데 옆에 가족끼리 온 듯 보이는 사람들이 삶은 

계란을 먹는데 정말 넘넘 먹구 싶다. *!*은서 침꼴깍꼴깍*!* "설가면 사주께~!" 

삶은 계란에서 눈못떼고 있는 은서를 일으키는 선배들을 따라 다시 행군시작.  

어느덧 해는 뉘엇뉘엇 지려하는데 아직도 세석은 안보인다. 

걷고 또 걷고 그러다가 기분내키면 사진 한장 찍고 .  걷다보니 생각이 없어진다.  

이젠 걸으라면 걷구 쉬자면 쉬구. 은서가 바보됐다.

그렇게 걷고 있는데 선두에 섰던 선배가 "야 다왔다 ~!"한다. 

세석평전( 요렇게 부르는 거 맞나요?)은 봄이 젤루 좋단다.  거긴 철쭉이 많아서 한 

사오월에 오면 정말 멋지단다.  밤이 다 되서야 도착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텐트를 치는 일이었다.  분지같다고 해야하나.. 약간 들어간 듯한 그곳도 

바람이 엄청 불었다.  하늘엔 구름이 조금씩 끼고.. 구름 사이엔 보름달이 둥글게 

떠있구 (전설의 고향에서 중요한 귀신이 나오기전에 늑대소리 나오면서 나오는 

그런 장면하구 똑같앗음) 바람맞으면서 텐트를 치고 있는데 갑자기 집생각이 

간절하다.  텐트안에 들어가서 선배가 가져온 백두산이라는 술을 한잔씩하구 (정말 

한잔이었을까? ) 선배들 노래소리에 바라본 세석.. 텐트에 난 조그만 문을 통해본 

그 세석이 꼭 오늘 설날씨같았다.  어둠이 내린 .. 안개자욱히 덮힌 세석. 그게 꼭 

오늘 서울같았다.

술한잔씩 들어가니 술기운도 돌구 .. 오늘은 따뜻하게 잘 수 있으려나 ..

바람이 세다.  세석엔 바람이 사나보다.

 



                                    마르지않는 샘 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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