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uksung ] in KIDS 글 쓴 이(By): gazebo (YoungBlood) 날 짜 (Date): 1998년 8월 26일 수요일 오전 01시 21분 11초 제 목(Title): 실습일기825 오늘로 삼성 병원 파견 이틀째... 조금 널널할까 했더니 당장 내일 베드사이드 티칭 때 프리젠테이션 해야한다. 남들 점심 먹고 본원으로 돌아갔는데 나만 저녁까지 남아야 했다. 이번 내과 때 일복이 많은 것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흔히들 이런걸 가리켜 내공이 약하다고 그러는데... 정말 내공이 강한 녀석들은 기가막히게도 일이 적게 걸리는 수가 많다. 어쨋든 Assign 받은 환자를 면담하기 위해 병실에 들어섰다. 46세의 환자인데 마치 5-60세는 되어 보인다... 이 환자의 병명은 간세포암이다. 사업상 술도 많이 드시고 해서 간은 혹사를 많이 당한 상태였고 이미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었다. 사실상 암세포가 간 전체에 모두 퍼져있어 수술도 불가능한 상태이며 경도자 색전술도 2회 시행했지만 반응이 없는 상태... 현실적으로는 6개월이상 살 가망이 없는 환자.... 부인이 보호자로 와있었는데 아마도 전에 간호대학을 나오셨나보다.여러가지 의학용어를 잘쓰시고 잘 알아 들으시고 그랬다. 진찰을 끝내고 부인과 밖으로 나와서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그 부인은 현재의 상황을 잘 아시는 듯했다. 거의 가망이 없지만 화학 요법을 한 번 해보겠노라고 했다. 많은 고민들이 그 눈속에 비쳤다. 언젠가 이런날이 올 줄알았지만 너무 빨리 왔다고 말씀하시며 고개를 돌리셨다. 뭐라고 말씀을 해 드릴 수가 없었다... 조용히 인사를 드리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여러가지로 복잡한 환자라 차트를 정리하며 속에서는 짜증이 밀려왔다. 하지만 진정 그것은 환자에 대한 짜증이었을까? 매번 병원에서 보는 죽음에 대한 예감이지만 아직은 볼 때마다 그에 익숙치 못한 나를 본다. 집에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편치 못했다. 갑자기 허무감이 밀려왔다. 나도 그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좀 더 오래 살 뿐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언제 떠나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만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걸...그저 열심히 살아볼 밖에... 부디 그의 남은 날들이 평온하시길...자그마한 기도를 올렸다... ************************************************************* Rainy Days....... Never Say Good Bye....... gazebo.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