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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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uksung ] in KIDS
글 쓴 이(By): arani (별하나 )
날 짜 (Date): 1998년 7월 17일 금요일 오전 01시 23분 21초
제 목(Title): 수리법



영아원 시절이었다. 나는 어른들과 판이하게 다른 수리법을 쓰고 있었다.




123


어른들은 백이십삼이라고 읽었고, 나는 일이삼이라고 읽었다.


4+5=9

4+5=45


어른들은 사 더하기 오는 구라고 계산했고, 나는 사 더하기 오는 사오라고 계산했다.



45-4=41

45-4=5


어른들은 사십오 빼기 사는 사십일이라고 계산했고, 나는 사오 빼기 사는 

오라고 계산했다.


7-3=4


어른들의 계산이었다.

내 수리법으로는 성립되지 않는 뺄셈이었다.

칠 하나만 있는데 삼을 어디서 빼느냐고 물으면 칠 속에 삼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무리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칠 속에 들어 있다는 삼이 보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사는 어디에 숨어 있다가 돌연히 나타나서 뻔뻔스러운 모습으로

정답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는지도 의문이었다. 그러나 어른들은 사도 칠 속에

들어 있다는 설명이었다. 나는 칠이라는 숫자가 뱃속에 다른 숫자들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


처녀+총각=처녀총각

처녀총각-총각=처녀


내가 사용하는 수리법을 낱말로 바꾸어 공식화시켜 보면, 그 수학적 합리성이

분명하다는 사실이 절로 드러나 보였다.


어른들은 내 수리적 둔감함에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곤 했지만, 나는 아무런 

불편함도 느낄 수가 없었다. 내 수리법대로 계산해도 손가락이 줄어들거나

발가락이 늘어나는 불상사는 생기지 않았다. 설사를 하거나 두통을 앓는

부작용도 생기지 않았다. 단지 어른들이 내 수리법을 자기들 방식대로

뜯어고치기 위해 성가시게 굴지만 않는다면 생활에 아무런 불편함도

느낄 수가 없었다.











                              이외수의 황금비늘중 '수리법'에서....

                                 인상깊게 느꼈던 에메리따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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