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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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uksung ] in KIDS
글 쓴 이(By): gazebo (YoungBlood맧)
날 짜 (Date): 1998년03월20일(금) 01시38분55초 ROK
제 목(Title): 실습일기


오늘도 어김없이 또하루가 시작되었다...

분만장으로 여유있게 출근...

교육담당 선생님이 붙여준 레지던트1년차 선생님뒤만

계속 따라다녔다...

덕분에 제왕절개에 쓰이는 수술도구는 왠만큼 알게 되었다...

오늘 분만장에 입원한 산모는 4명정도 였는데 그 중 한 산모에게

신경이 쓰였다...너무나 소리를 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초산인데도 진행이 엄청나게 빠르고 덕분에 산모가 너무 힘들어 했다...

주치의는 조기에 양막 파열을 시키고 조기 분만을 유도 하기로 했다...

태아는 이미 38주동안 머물러있었기 때문에 이미 성숙되었다는 판단도 

있었고....

그런데 문제는 아이가 잘 나오지 않는것이었다...

아무리 힘주어보고 노력해봐도 나올 기미가 안보였다....

(참고로 산모가 힘주는 방식은 대변보는 방식과 똑같다....

그러면 대변이 같이 나오면 어떻하냐고 걱정하겠지만

이미 관장을 끝내놓았기 때문에 그런 일은 거의 없다고 볼 수있다...)

결국 조금더 기다린 끝에 아이를 낳았지만...

사실 진행이 잘되던 아이가 갑자기 나오지 않으면 그건 정말 응급상황이다...

태아에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경우에는 몇가지 검사를 해보고나서 제왕절개를 할지 않할지를 재빨리

검토해야 한다...



뒤이어 제왕절개술을 참관했는데....

앞의 그 레지던트 선생님이 어시스트하는 수술이라 끝까지 지켜보았다...

수술은 순조로왔다....

수술이 끝나고 선생님이 여러가지 설명해주고 돌아서서 복도로 가는데 ...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나면서 회복실에 있던 그 환자를 태운 카트가

되돌아 오는 것이었다....

환자를 보니 방금전에 마취에서 깨어난 것을 확인 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은 숨을 쉬고 있지 않았다....

병원에서의 첫죽음을 보게되지 않을까하는 공포감....

마취과 선생님이 막 달려오시고...

다시 인공호흡이 시작되었다....

팽팽한 긴장감.....


기침이 올라왔다..

드디어 

멈추었던 숨을 환자가 다시 쉬기 시작했다...

안도의 한숨....

의외로 마취과 선생님은 태연한 모습이다...

이유를 물었더니...

일반마취를 위해 석시닐 콜린으로 마취를 할경우 

자주 발생하는 일이라고 한다...

(이 환자는 척추에 마취를 했었는데 수술 중간에 마취가 깨었기 때문에 일반

전신 마취로 전환한  것이다...)

그래서 간호사나 주치의들이 수술끝나고 상태가 되돌아 왔다고 신경을 끄는경우

에 이런 낭패를 보기가 쉽상이라는 것이다...

마취과 선생님도 이 일을 우려해 수술장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고 한다...

호흡이 단 몇십초 동안 멈춰있었길래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환자의 뇌는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을지도 모를일이다...

뇌만큼 산소에 민감한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역시 일반 전신마취는 위험한 부분이 있어 보인다...

마취과 또한 전공하지 않겠노라 마음먹다...


저녁에는 산박을 하러 분만장에 다시 들렀다...

산박이라는 것은 분만장을 밤늦게 까지 지키는 것을 말한다...

아무래도 산부인과는 응급환자가 꽤 있기 때문에

이런 커리큘럼이 생겼나보다고 생각은 되지만...

7시부터 11시까지 우리가 본환자는 단 한명이었다...

우리 병원에는 산과환자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너무 형식적인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지 의미없는것 같은 곳에 아까운 시간을 버린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역시 지울 수 없다...

그나마 지하철을 핑계로 빠져나오지 않았다면 새벽까지 환자도 없는 병동에

잡혀 있어야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식의 실습은 결코 원하지 않는 바인데....

같이 산박을 하던 친구와 병동을 빠져나오면서 이러쿵 저러쿵이야기를

했다...

실습의 꽃이라던 산부인과가 왜이리 지옥으로 변했는지...

이건 마치 레지던트 교육코스같다....

매일같이 몰아치는 숙제에 리뷰에....

그 모든것을 모두 우리 머리속에 넣을 수도 없는 일인데...

빡빡한 수업에 부실한 실습.....

이6주과정이 끝나면 난 산부인과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갖게 될까?

내일은 부디 오늘보다 나은 하루가 되길 바랄뿐이다...



덧붙이는 글: 3월 19일 실습일기는 18일자것이고 이게 19일 것임을 밝힘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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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ver Say Good Bye.......
                                    gaze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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