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uksung ] in KIDS 글 쓴 이(By): gazebo (YoungBlood맧) 날 짜 (Date): 1998년03월12일(목) 02시47분03초 ROK 제 목(Title): 3월 11일 실습일기 평범한 하루가 지나갔다. 어제까지 그렇게 분주하던 분만실도 오늘은 꽤 조용한 편이었다. 대부분의 수술도 오전중에 끝나 버려서 할게 없었다. 옆에 있는 레지던트 선생님이 귀띔 해준다. 새학기가 시작되면 이렇듯 병원이 좀 한가해 진다고... 방학때가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환자들이 밀려온단다. 얼마나 아이를 학교보내는게 신경쓰이는 일이길래... 방학때 입원하는 환자들은 휴가나온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그 수많은 가사로 부터의 탈출말이다... 한가한 틈을 타 내일 케이스 리포트 프리젠테이션할 자료를 다듬었다. 두명의 환자를 발표할 건데 한 사람은 전치 태반에 때문에 입원했었고 또한 사람은 난소에 물혹이 생겨 입원한 사람이었다. 전치 태반이라는 것은 태반이 자궁의 개구부에 위치하게 되어 정상적인 분만이 힘든 상황을 말한다. 즉 아이가 나올 구멍을 태반이 막는 경우라고 볼 수있다. 이 경우 잘못하면 태반이 파열되어 엄청난 출혈이 생기게 되므로 매우 심각해 지는 경우까지 갈 수가 있다. 따라서 이런 환자들은 제왕절개로 아이를 꺼내는 것이 일반적인 선택이다. 26살 밖에 안먹은 환자인데 5년전에 첫아이를 낳은 경력을 보면 일찍 결혼한 모양이었다. 직접 면담하려고 주치의 선생님한테 물어보니까 왠만하면 하지말란다. 피곤한 환자라면서... 그래도 리포트는 제대로 써야하겠기에 병동으로 올라갔는데 낮잠을 자고 있었다. 깨울수도 없고 해서 멀뚱멀뚱 바라만 보다가 밖으로 나오고 말았다. 병실에 있던 환자들은 잠시 긴장한 표정이었다. 이 시간대에는 의사가 잘안오는시간이니까... 그런데 사실 수술복과 가운을 입었을뿐 난 아직 학생일 따름인데 마치 의사를 보는 듯한 눈빛과 마주치면 난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른다. 혹 저 환자가 나에게 뭔가 물어오면 어떻하지.... 내가 하고 있는 폼이 의사 같은 폼일까? 괜히 의사 망신시키는 거 아닌가? 일부러 어깨에 힘을 주어보기도 하지만 ... 다시 분만장으로 내려오니 면회를 하던 환자 남편이 갑자기 나에게 와서 물어본다. 분만촉진제 언제 까지 맞고 있어야 하냐고 그리고 오늘중으로는 분만이 가능하냐고 당황해서 가만히 있었는데 보기가 안쓰러웠는지 옆에서 간호사 선생님이 도와주었다. 그제서야 그 남편은 그 간호사 선생님한테 여러가지를 물어 보고는 안심햇다는 듯이 면회를 마쳤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마치 숨기던게 들통난 듯한 기분.... 그리고 초라해 짐을 느꼈다... 너무나 아무것도 아닌 듯한 내 위치, 내 모습에 ... 그래도 학생때가 좋은 거라고 인턴선생님은 강조하던데... 아무런 책임도 없이 수술도 참관하고 그저 구경다니고 그러면 되는데 뭐가 문제냐고 말이다. 하지만 솔직히 난 지금도 의사이고 싶다. 먼훗날의 의사가 아니라... 바로 지금.... 참을성이 없어서 인지 모르겠지만... 진짜 의사이고 싶은 것이다... 사람들에게 도움을주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일을 하고 싶은거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던 예과 시절도 있었는데... 그래도 이만큼 오지 않았느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그리고는 맘을 다졌다... 언제 다시 이 병원에 오게 될지는 어떨지는 모르지만 그때가 된다면 난 떳떳하고 어엿한 의사가 되어있을 거라고... 그리고는 내 햇병아리 실습생시절을 추억으로 바라볼거라고 말이다... 점심은 짬뽕을 먹다... 모 과장님하고 함꼐 말이다... 어젯밤에 술 드셧단다...그래서 속이 좀 뭐하다고 국물 얼큰한 짬뽕을 같이 시킨거였다... (비오는 날에 짬뽕이라....적절한 궁합이 아닐까?) 그래도 진찰은 제대로 해내시고 질문에 대답도 다해 주시고 피곤하실텐데도 말이다... 역시 책임있는 사람의 자리는 그만큼 무거운 거겠지.... 이틀밖에 안남은 파견 생활이 조금 아쉬워 진다. 담주부터 우리학교의 본원을 돌아야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긴 몸은 피곤했지만 맘은 훨 편했는데... 하지만 머리는 좀 피곤하겠지만 배우는 것은 많을꺼다... 그래도 이곳 사람들만한 정을 느끼게 될까... 비오는 거리... 몸살기가 으스스 덮쳐왔다... 잠시 한잠 자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가까운 하숙집에의 유혹을 뿌리치고 북리뷰를 들으러 학교로 향했다... 조금씩 무거워지는 책임의 무게를 이젠 나도 느끼는 것이리라... 그렇게 또 하루가 흘러가고 있었다... ************************************************************* Rainy Days....... Never Say Good Bye....... gazebo.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