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uksung ] in KIDS 글 쓴 이(By): gazebo (YoungBlood맧) 날 짜 (Date): 1998년03월07일(토) 00시21분29초 ROK 제 목(Title): 3월 6일 실습일기 눈이 따갑다... 아침에 그렇게 서둘렀는데도 불구하고 지각을 하고 말았다... 10분간 밖에 있다가 요령을 피워 회진 대열에 합류... 부장님께서 케이스 리포트의 주제를 물으셨다. 갑자기 대답하고 나서는 혹 부장님까지 리포트 발표때 참가 하시지 않으실까 하는 공포감에 사로잡히다. (참고로 부장님은 꽤 깐깐한 성격이라함..) 분만장에서 커피 한잔과 함께 오늘 일과를 시작... 여전히 멍한 머리는 잠시의 집중도 허용치 않음... 오전 회의가 늦어졌던 관계로 오전에 참관 할수 있었던 수술은 Ectopic pregnancy로 인한 laparoscopic salpingectomy 하나만 볼 수 없었다. - 갑자기 어려운 용어들이 나왔군요. Ectopic pregnancy라는 것은 이소성 임신을 말하는데 원래 난자와 정자가 만나서 수정된후 수정란은 자궁내막에 착상이 되어야 제대로 된 임신이 되는데 수정란이 자궁내막이 아닌 나팔관 난관술 복강 내등의 자궁근처의 다른 부속기관에 착상하게 되어 성장하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럴경우 대개는 임신 7-8주 정도에 파열이 일어나 하혈을 하게 되고 또 쇼크에 빠져 응급으로 오게 되는 수가 많습니다. 이것은 산모가 치사하게 되는 큰 원인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파열전에 이를 찾아낼 수 있다면 임신부의 생명을 건질 수 있고 또 다음아이의 임신률을 높게 유지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빨리 찾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증상은 갑자기 복부에 통증이 느껴지는건데 어깨나 목부분까지 통증이 전이 되어온다면 조금더 정확하게 진단될 수 있으며 또한 전달에 월경력이 없다가 정상적이지 못한 하혈이 있다면 (이것은 정상적인 월경으로 오해 될수 있습니다) 또 소화 불량등의 장관계 증상이 어지러움등과 함께 나타나는 것등을 들 수 있습니다. laparoscopic salpingectomy는 복강경을 이용하여 수란관을 잘라내는 것을 말합니다. 대개의 수술이라면 배를 째고 하는 것을 떠올리시겠지만 복강경이라는 기구를 쓰며 배에 조그만 구멍을 내어 안을 들여다 볼수 있을 뿐더러 조그마한 수술도구도 넣어 수술을 진행시킬 수 있기 때문에 수술의 부작용을 줄이고 안전한 수술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쇼크 상태의 여자 환자를 초음파로 진단하고 나서 선생님이 수술을 결정하셨다. 보호자에게서 수술각서를 받고 수술준비가 끝났다. 황망한 보호자의 표정, 수술각서라는 것이 얼마나 곤혹스러운 문서이던가... 환자는 수술장으로 가면서 자꾸 그의 남편에게 무섭다는 말을 했다. 그녀의 서너살 되어보이는 아이는 아버지 팔에 안긴채 물끄러미 엄마를 쳐다 보고 있다. 엄마가 어떤 상황이고 어떤 수술을 받으러 가는 지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남편이 그녀의 손을 꾹 잡는다. 아마도 그가 그녀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리라. 그에게도 자못 힘들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가족이란 이런 거 겠지. 하지만 아무리 가족이라도 대신 할 수 없는 것이 세상엔 존재하는 것을.... 그렇듯 두사람을 남기고 환자는 수술장으로 옮겨졌다. 혈액이 수술실에 도착하지 않아 수술지연... 환자는 계속 무섭고 아프다는 말을 하지만 각자가 자신의 일에 바빠 환자를 못보는 듯 하다. (몇일 보면서 느낀 건데 수술장에 들어오면 환자가 외토리가 되어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너무 신속이라는 것을 치중한 나머지 인간적인 면에 소홀한 것은 아닌지....) 이윽고 혈액이 도착하고 본격적인 복강경 수술에 들어갔다. 복강경을 통해 복강내를 보니 피가 흥건히 고여 있다. 쇼크에 빠질 만했다. 서둘러 흡입을 시작 했다.한 30분쯤 계속 흡입을 하니 자궁과 부속기관들이 모습을 드러 냈다.(흡입과정은 참관인에게는 정말 지루하기 그지 없는 시간이다. 계속 같은 과정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오늘 인내심 테스트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제는 바로 수란관을 절단해야 한다.(사실 꼭 수란관을 절단하는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파열이 없다면 수란관을 째고 수정란을 꺼낸 후 다시 봉합해 수란관을 어느정도 유지하는 방법도 있지만 오늘은 부위가 너무 크고 출혈이 심했고 다시 반복되는 이소성 임신의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절단 하는 수밖에 없었다,,,) 집도하신 선생님꼐서는 그녀의 남편에게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고 심리적이 설득과 동의를 얻고자 했으나 방송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냥 절단을 하고 응고 시켰다. 수술이 다 끝날 즈음 남편이 모습을 나타냈다. 마침 비디오로 사진을 찍어두었기 때문에 그 상황을 보이고 수란관을 자를 수 밖에 없었음을 이야기 했다. 그리고 이렇게 수란관하나를 자를 경우는 임신의 확률이 줄어들 뿐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고 알려주었다. 이야기를 듣고 그는 한참을 사진을 들여다 보면서 이게 그거냐고 자꾸 확인을 하더니 이윽고 작은 목소리로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했다. 아마도 목이 메였나 보다... 이제 남은 것은 출혈부위를 응고 시키고 복강내의 혈액을 마져 흡입하면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난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고 수술장을 나섰다. 점심도 못 먹고 한참을 서있으니 배가 고파왔다. 마침 분만장에서 일하는 간호사중 한 분이 결혼을 한다며 떡을 맞춰와서 떡으로 점심을 떼웠다.(사실 난 떡을 별로 안 좋아 하는데 배고플때 먹으니 참으로 꿀떡이더마....)또다시 분만장의 화기 애애한 분위기가 돌다. 힘들긴 하지만 이렇게 서로 믿고 나누는 삶..... 정말 보기 좋았다..... 2시에 본교에서 있을 Book review를 위해 라커룸으로 옷을 갈아 입으러 들어갔는데 과장님중 한분과 마주쳤다. 나에게 이 병원에서 뭘하길 원하 느냐고 묻길래 처음이라서 여러가지 배우고 싶다고 했더니 화요일부터 자기 스케줄에 맞추라고 하셨다.그리고 아침에 있는 conference 와 Book Review에 참가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러겠다고 했더니 시간을 가르쳐 주시는데 7시 40분까지 출근하라고 하신다.(떠~) 난 아마 담주에 토끼마냥 눈 벌건 인간이 되어있겠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지만 내 소원 은 단하나 늦잠좀 자는 것이다. 아.....잠팅이들의 세상에서 살고싶다...... ************************************************************* Rainy Days....... Never Say Good Bye....... Gazebo.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