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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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uksung ] in KIDS
글 쓴 이(By): gazebo (YoungBlood맧)
날 짜 (Date): 1998년03월06일(금) 01시43분39초 ROK
제 목(Title): 3월5일 실습일기


어젠 늦게 잠이 들었다.

그런 관계로 아침에 눈뜨기가 너무 힘이 들었다...

하지만 당장 8시 30분까지 출근(?)을 해야기 때문에

하숙집에서 갑자기 제일 바지런한 모범생이되다.

LR(labor room)에서 가운으로 갈아입고 졸린눈을 부비며

의국에 들어섰다.

컨퍼런스가 진행중이었다. 어제 나를 갈구던 레지던트3년차 송모 선생님

이 한참을 공격당하던 중이었다.(흐흐흐...근데 사실 나하고 제일 친해진

선생님).준비가 부실하다느니 요점이 없다느니.....

사실 선생님은 3일째 당직 서고 있었다.어젯밤에도 5건이나 분만을 처리했기

때문에 정말 피곤해 보인다.

조금은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다. 과연 내가 레지던트 때에는 일에 지쳐서

공부할 생각이 날까...

도는둥 마는 둥한 회진을 급히 끝내고 분만장에 자리를 잡다.

이미 두건의 수술이 진행된 상황.

책을 잠깐 보는 동안 또다른 수술이 진행.

결국 오전중에는 참관할 건이 다 끝나 버렸다.

허탈감... 그래서 오늘은 케이스 리포트 준비한다는 명분아래

오후까지 버티기로 마음 먹었다.

이곳 간호사 선생님들은 참 친절하게 대해준다.

레지던트 선생님과 펠로우 선생님들도 마찬가지...

전체적으로 이 병동의 분위기는 상당히 밝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이곳에 오면 푸근해진다.

겨우 이틀밖에 안되었는데 말이다.

어제는 질문거리가 풍성했는데 오늘은 별 생각이 안난다.(아마도

잠이 부족한 게야...)

선생님께서 내진 실습을 권했는데 아직은 자신이 없어 내일로 미뤘다.

(과연 내일은 할 수 있을지....)

점심 시간이 되었고 모두 모여 밥을 먹으러 지하 식당에 내려갔다.

이런게 처음있는 일이라고 하던가? 근데 년차에 상관없이 서로 친해

보이는 모습이 보기가 좋았다.

우리학교는 년차가 너무 중시되어 조금은 숨막히는 분위기를 보여 주는데

말이다.

아마도 여러곳에서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

그다지 유명한 의과대학은 나오지 않았지만 오히려 더 인간적인

그들의 모습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마취과는 마스크 벗으니 얼굴이 딴판이라느니,마스크발에 속지 말자고

농담도 하고(마취과에는 여선생님들밖에 없었다...)

과자같은 사소한 것에도 장난도 쳐대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엔 의사도 살아 숨쉬는 한 인간일 따름인데 하며

다른 사람들의 고정된 의사 이미지가 못내 아쉬워 지다...

돌아왔더니 출산건이 급하게 준비되고 있었다.

얼른 캡과 마스크를 쓰고 참관...

오전에 내진을 했던 환자였는데 갑자기 진행된 모양이었다.

어제에 이어 또 보는 출산 광경...

역시 힘들어하는 표정이 산모에게서 역력...

그래도 두번째 출산이기에 그렇게 힘들이지는 않고 아이가 나왔다.

문제는 태반이 속에서 잘안나온다는것.

어렵사리 태반을 꺼내고 절개한 부분을 봉합.

-이렇게 태반이 힘들게 나오는 경우는 자궁내에 태반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한달정도가 있다가(월경주기에 비슷하게)

하혈이 있을 수 있고 안에서 썩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고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병원을 찾도록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수유중에는 월경을 하지 않으므로 이런 상황에서 하혈이 있다면

쉽게 발견할 수가 있다.-

참관을 끝내고 자료정리를 조금한뒤 오후의 졸림이 찾아올듯한 시간에

병원일을 끝냈다. 마침 근처에 2001 아웃렛이 있어서 가방을 사러 들렀다.

보이는 여자들은 모두 산부인과적 시각으로 변형되어 보임....

병동에 있다면 얼굴은 어떤 모습일거며 배는 어느정도 나와있을지

이런 생각만 들다.(직업병이 아닐지 몰라....)

젊은 여성을 보면 애가지면 고생좀 하겠구나...나이든 아주머니를 보면

젊은 시절에 힘드셨겠다...뭐 이런생각도....

근데 고객의 대부분이 애기 엄마들이었다.

무수히 많은 그 애기 엄마들을 보면서

힘들면서도 왜 저렇게 애를 낳을까?

결국 저 애때문에 인생전체를 묶여서 살텐데 하며 걱정아닌 걱정을 하는데

... 어느덧 이런 생각이 드는거다....

그래 힘들기 이전에 새생명의 탄생이 있었구나.

자기의 생명과도 바꾸고 싶어하는 그 무엇이 있었구나.

새삼 숙연해 지는 나...

난 너무 하나만 열중해서 본것이었다. 



가방을 사고 지하에 들러 햄버거로 저녁을 때우고 

과외하는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힘들던 다리가 가뿐해 진 느낌이었다.

그 햄버거의 도움인지 아니면 그 수많은 아름다운 생명들이 나에게 전해준

힘이었는지.....



알수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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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ver Say Good Bye.......
                                    Gaze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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