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uksung ] in KIDS 글 쓴 이(By): gazebo (YoungBlood맧) 날 짜 (Date): 1998년03월05일(목) 00시35분35초 ROK 제 목(Title): 3월4일 실습일기.... 본과와서의 첫 실습..... 오늘부터 을지병원에 2주간 실습파견을 나가고 있다... 내가 파견된 과는.... ......산부인과다..... 사실 수업도 안나갔기때문에 아는거라고는 어제 교육담당 chief가 가르쳐준 토막 지식 몇개 밖에 없는 상태인데 실습이라니.... 8시30분에 병원 도착.... 한참을 헤멘후 산부인과 의국에 들어가다... 회진 준비로 레지던트 선생님의 보고가 진행되고 있던중..... 수술복만입고 가운은 입지 않은채로 들어가 수많은 야림을 당함.... (사실 오늘이 진짜 처음하는 실습인데 내가 아는게 있어야지....쩝..) 암튼 좀 버벅 대긴 했지만 회진 끝나고 분만장에 남았다.... 조금있으니 한 임산부가 신음소리를 내며 휠체어에 탄채로 분만장에 들어왔다... 정말 힘들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예정일이 가까왔는데도 병원에 입원치 않고 응급으로왔기 때문에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분만실로 옮겨서 수술대위로 산모를 옮겼다... 이미 아이를 싸고 있는 막이 밖으로 드러나 있었다... 레지던트 3년차 선생님이 절개를 한후 아이를 머리부터 꺼내었다... 분홍빛과 살색의 중간인듯한 빛을 띄며 아기가 나오고있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보는 한 인간의 탄생.... 어렴풋하게 아이가 자라고 크는 모습이 순간적으로 그 아기위에 오버랩되다.... 지금은 아기지만 언젠간 어른으로 커서 삶이라는 걸 살아가겠지.... 그리고 그속에서 부대끼겠지..... 새삼스럽게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다... 이어서 태반을 꺼냈다... 사진으로 보던 만큼은 안 징그러워 보였다...(하지만 오랫동안 보고 싶지는 않은 그런 거....) 그런데 나의 신경은 산모에도 동시에 집중되어 있었다.... 신음소리를 내며 들어올때부터 힘들어 하던 그 모습.... 어렵사리 아이를 낳고 기절하다 시피 누워있는 모습이 정말 안쓰럽게 느껴졌다... 아마도 갑자기 닥쳐온 여러가지상황을 감당하기가 힘들어서였을까.... 정말이지 산모들은 아이를 낳는 힘든 과정과 또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몸을 보이고 그 분만과정을 의탁한다는 것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상당히 괴로운 과정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게 내 눈앞에서 순식간에 진행되었다... 처음우려와는 달리 꽤 덤덤해 하는 나를 보며 스스로도 놀랬다.... 마치 2년전 해부실습을 처음하던 때로 돌아간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때도 당시에는 덤덤해 했는데 꿈속에서 꽤 시달렸었다..... 그 악몽이 또 살아날까봐 낮잠도 겁이 난다....) 아마도 너무 일찍 일어난 탓이 아닐까하고 스스로 에게 묻다....(방학때는 10시에 일어나기도 힘들어하던내가 7시라니.....) 이번에는 제왕절개 수술이 있다고 해서 수술장에 참관.... 척수마취부터 지켜보다..... 마취과 선생님이 하시는 과정을 지켜보는데 이거 장난이 아닐세.... 척수에 굵은 주사 바늘을 넣고 이리저리 돌려 보는 모습에 어색한 소름이 돋았다... 난 절대 마취과를 가지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다지다.... 이윽고 마취가 끝나고 본격적인 수술 비키니 라인을 포셉으로 몇번 집어서 표시를 하더니 자연스럽게 절개를 하는 레지던트 선생님.... 더도 덜도 없이 한층 한층을 잘라내는 그 솜씨에 새삼 경탄..... 한낱 실습생에 지나지 않는 내 모습이 너무나 초라해 보이다... 실습때 누누히 보았던 그 지방층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또 다시 2년전 해부학 실습때로 시간이동....(떠~) 한층한층 절개해 들어가자 자궁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절개 하기전에는 그것도 자궁인지 몰랐다... 절개해서 태아를 싸고 있는 양막이 나온 후에야 그걸 알았을 따름이다... 그런데 이때는 절개를 조심해서 해야 한다 잘못하면 태아의 머리를 메스로 상하게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암튼 태아의 머리가 보였고 팔이 나오고 태반까지 꺼냈다..... 마취가 되었으니 망정이지 산모가 자신의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얼마나 놀랠까?.... 절개를 여러차레 했기 때문에 봉합도 꽤 복잡했다.... 자른 부분을 다시 꼬매고 닫고 꼬매고..... 아마도 수술에 든 시간보담은 꼬매는데 걸리는 시간이 걸리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다.... 그런데 정말 봉합을 하고 나니 감쪽같아 보였다.... 실밥만 조금 남아있을뿐..... 또한번 선생님의 능숙함에 감탄... 참으로 많은 생각이 드는 하루다.... 진짜로 여자는 위대하다는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된 시간들.... 절대 내 여자한테는 두명이상의 아이를 갖게 하지 않겠노라고 유치한 다짐도 해보다..... 오후에 병원을 빠져나오다가 문득 공중전화를 찾았다.... 마침 어머니께서 받으셨다.... 외지에 나와있는 자식 걱정에 하숙밥은 잘먹고 다니는지 힘들지는 않은지 자꾸 물으셨다.... 다른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가 말미에 산부인과 실습을 돌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어머니 정말 힘드셨겠다고 말을 하는데 갑자기 눈가를 어슴프레 적셔오는 따뜻한 그 무엇... 전화를 끊고 한낮의 거리로 발을 옮겼다.... 초봄의 햇살은 참으로 따뜻했다..... ************************************************************* Rainy Days....... Never Say Good Bye....... Gazebo.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