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ongduck ] in KIDS 글 쓴 이(By): miosae (챨리채플린�x) 날 짜 (Date): 1995년09월12일(화) 10시54분03초 KDT 제 목(Title): ** 가을에 읽는 시 두 편~~ 가 을 비 신 경 림 젖은 나뭇잎이 날아와 유리창에 달라붙는 간이역에는 찻시간이 돼도 손님이 없다 플라타너스로 가려진 낡은 목조 찻집 차 나르는 소녀의 머리칼에서는 풀냄새가 나겠지 오늘 집에 가면 헌 난로에 불을 당겨 먼저 따끈한 차 한잔을 마셔야지 빗물에 젖은 유행가 가락을 떠밀며 화물차 언덕을 돌아 뒤뚱거리며 들어설 제 붉고 푸른 깃발을 흔드는 늙은 역무원 굽은 등에 흩뿌리는 가을비 -=-=-=-=-=-=-=-=-=-=-=-=-=-=-=-=-=-=-=-=-=-=-=-=-=-=-=-=-=- 간 이 역 신 경 림 배낭 하나 메고 협궤철도 간이역에 내리다 물이 썰어 바다는 먼데도 몸에 엉키는 갯비린내 비늘이며 내장으로 질척이는 수산시장 손님 뜸한 목로 찾아 앉으니 대낮부터 사연이 길다 갈매기는 울고 뱃고동이 울고 긴 장화로 다리를 감은 뱃사람들은 때도 시도 없이 술이 취해 유행가 가락으로 울고 배낭 다시 들쳐메고 차에 오르면 폭 좁은 기차는 마차처럼 기우뚱대고 차창으로 개펄이 긴 서해바다 가을이 내다보인다 *!* 쓰러질 것은 쓰러져야 한다. 무너질 것은 무너지고 뽑힐 것은 뽑혀야 한다. *!* 그리하여 빈 들판을 어둠만이 덮을 때 몇날이고 몇 밤이고 죽음만이 머무를 때 *!* 비로소 보게 되리라 들판 끝을 붉게 물들이는 빛을. 절망의 끝에서 불끈 솟는 *!* 높고 큰 힘을... -=-=-=-=-= 빛 -=-=-=-=-= 신 경 림 -=-=-=-=-=-=-=-=-=-= |